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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이 집착했던 PSI, 오바마가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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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이 집착했던 PSI, 오바마가 좋아할까?

[안병진의 '오바마와 미국'] 한국 보수, 단 5분이라도 생각을 좀 해보라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과연 오바마의 경제노선이 퇴조기 미국의 어두운 심연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담한 해법에 기초하고 있는지 회의감을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주간 나타난 소위 불량국가들에 대한 오바마의 태도에는 상대적으로 보다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들 국가들의 최근 행보는 과거 네오콘들을 좌불안석에 몰아넣을 만큼 위협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들을 '악의 축'이 아니라 마치 '통합의 축'으로 사고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 지난 7일 터키를 방문해 이슬람 지도자와 대화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이란, 쿠바, 그리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변화

예를 들어 중동 반미주의의 거점인 이란은 여전히 모호한 연기를 피우며 그 동안 차근차근 핵무장을 향해 치달으면서 이스라엘을 극단적 히스테리에 빠지게 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대(對)이란 정책에서 유럽과의 다자적 협상 테이블에 합류하는 것은 물론이고 놀랍게도 협상 기간 일정 시점까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의 진행을 허용하는 아이디어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쿠바는 새로이 불고 있는 남미 좌파의 유행과 러시아 등과의 연대를 통해 마치 과거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의 맥락을 재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쿠바에 대해서도 여행과 송금에 대한 제한을 일방적으로 완화해 관계정상화의 중요한 물꼬를 열었다.

북한의 행보는 가장 위협적이다. 그들은 미국 본토를 겨냥하며 제2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향해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비록 북한 이슈를 너무 미루어놓는 실수를 범했지만 북한의 필사적 도발에 대해서도 놀랍게도 태연하게 대북 특사 카드를 열어놓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 마치 오바마는 과거 부시의 악의 축과 정반대로 통합의 축을 만들려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필자가 미국의 네오콘이라면 오바마를 과거 히틀러에게 순한 양처럼 굴었던 나약한 유화파의 상징인 영국 체임벌린 총리의 부활이라고 저주할 만한 징후들이 아닐 수 없다.

부시의 유아적 발상, 클린턴의 일관성 결여

하지만 미국의 지형에서 이제는 체임벌린이란 단어는 모든 이성적 분석을 붕괴시키고 광기의 노선으로 전화시키는 마법으로의 위력을 많이 잃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다름 아닌 부시 정부이다.

다시 말해 부시 행정부 시절 또 다른 체임벌린이 되지 않기 위해 불량국가들을 악의 축으로 묶어 붕괴시키고자 한 것이 정확히 그 반대의 결과를 낳는 것을 이제는 부인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란과 북한이 핵무장 국가 클럽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고 쿠바는 미국 앞마당에서 당당하게 러시아나 중국과 손을 잡으려고 모색하는 이 모든 악몽들이 부시의 시간 속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부시 정부와 달리 미국의 자유주의 진용은 실용주의자들답게 악의 축이라는 비과학적 개념을 지독히 경멸한다.

사실 삼국지를 읽은 초등학생 수준만 되어도, 예를 들어 서로 앙숙인 이라크와 이란을 같은 악의 축으로 묶는 것이 얼마나 어색한 조합이고 얼마나 유아적인 발상인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과거 클린턴 정부 시기는 악의 축이란 통일적 개념이 등장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반대로 너무 개별적이었고 너무 일관되지 못했다.

물론 클린턴 시기에도 거대한 비전은 존재했다. 클린턴 시기 외교·안보의 핵심 화두는 중후반으로 갈수록 분명해지는데, 그것은 바로 지구적 통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지구적 통합을 관철할 축을 활용하는 지혜가 부족했다. 클린턴 시기 중동노선을 총지휘했던 인사가 최근 회고록 <Innocent Abroad>에서 생생히 고백하듯이 미국은 때로는 지나친 이스라엘 편향으로, 때로는 이란의 온건파에 집착하면서 오히려 강경파를 강화하는 순진함으로 이란이라는 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쿠바 관계에서도 보수적 유권자층에 대한 정치적 논리 때문에 보다 대담한 진전을 시도하지 못했다. 대북관계에서도 한동안 무시하거나 대화의 장 자체를 불량국가에 대한 인센티브로 고려하기도 했다. 물론 이 3국가 지도자들의 무모한 강경책과 돌발적 사건, 미국 내 의회 역관계에서의 불리함이 클린턴의 손발을 묶어놓은 불운도 동시에 존재했다.

클린턴이나 부시 행정부 시기 어떠한 당근과 채찍의 시도도 결국은 교착이나 악화로 귀결되고 만 것은 많은 전문가들로 하여금 오바마 행정부의 미래에 대해서도 회의에 빠지게 한다. 예를 들어 한 쿠바 전문가는 <폴리티코> 13일자에서 언제나 새 행정부는 이러한 관계정상화 시그널로 시작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고 냉소적으로 지적했다.

'지구적 통합주의' 추구하는 오바마

물론 미국의 힘이 약화되어 가고, 반면에 이들 국가들의 무장력과 연대의 힘이 강화되며, 이들에 대한 이스라엘, 일본 등 주변국가의 신경증 증세가 증가하는 현실은 오바마의 관계정상화 노력들이 앞으로 수많은 아슬아슬한 장벽을 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과거 클린턴 정부의 때로는 복잡한 지형에 대한 순진하거나 무지하고, 때로는 비일관적 태도로 인해 혼동된 신호를 유발한 것과 달리 이 통합의 축에 대한 보다 성숙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자체가 우선 미국 예외주의의 신화에 길들여져 있던 클린턴과 달리 불량국가들이 처한 불안정한 맥락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와 상호 존중, 상호 이익 추구에 대한 실용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오바마 정부는 클린턴 정부와 달리 중동, 아시아, 남미에서 독재자들이 미국과 우방간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에 의해 교착을 지속시켜온 교훈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다. 바로 그러한 인식이 최근 이란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긴밀한 공조, 북한에 대한 중국과의 상호이익 추구, 남미 정상 회담에의 적극 관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통합의 축에 대한 보다 성숙된 태도는 궁극적으로 클린턴이 여러 한계 속에서 실패하고 부시가 진흙탕으로 만들어놓은 지구적 통합이라는 비전으로의 진전에 대한 오바마의 대담한 희망에서 유발된다.

그의 핵비확산 체제에의 강렬한 야심, 미국식 시장 근본주의의 보다 조정 자본주의적 기조로의 변화, 이슬람 온건주의에 대한 대담한 접근 등은 이 통합의 축과 융합되어 궁극적으로 지구적 통합주의를 겨냥하고 있다.

네오콘이 애착 보였던 PSI에 왜 뒤늦게…

이러한 지구적 변화 추세는 당연하게도 현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이 가진 어리석음에 대해 큰 우려감을 가지게 한다.

한국에는 신화가 존재한다. '진보주의자들은 대의를 추구하나 세계정세에 어둡고, 보수주의자들은 세계정세에는 밝으나 탐욕스럽다'는 신화 말이다. 전자는 이 글의 초점이 아니므로 후자에 대해 언급한다면, 한국의 일부 진보주의자들도 무의식적으로 동의하는 이 명제는 그야말로 신화에 불과하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이나 지금이나 한국의 천민 보수들은 놀랍게도 금융자본주의의 작동논리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선진국 클럽 가입에 대한 그들의 조급한 환상은 결국 IMF 위기라는 파국을 낳았고, 리먼브라더스 인수 시도 같은 희극들에 이어 또 다른 경제적 비극을 준비하고 있다.

외교·안보 노선에 있어서도 안타깝게도 이들은 현재 미국이나 한국 보수주의의(진보주의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구적 통합 전략을 통해 소위 불량국가들의 체제 변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임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이들이 집착하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는 특히 이념주의자들인 미국 네오콘들이 큰 애착을 보인 무기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급격한 붕괴를 촉진시키고자하는 사고가 숨겨져 있다.

물론 그들은 그 PSI의 선례가 되었던 쿠바의 독재자가 아직도 살아 미국의 강압노선을 경멸하고 있다는 현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만에 하나 급격한 붕괴가 가져올 위험천만한 지옥도에 대해서는 마초주의자들답게 눈을 질끈 감기조차 한다.

필자가 이전 글에서도 강조한 바 있지만, 그들은 단 5분이라도 왜 미국 보수의 거장 브레진스키가 오바마 대통령을 도와 지구적 통합을 추구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 '선진화'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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