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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신경민·유튜브…결국 '사이버 망명'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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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신경민·유튜브…결국 '사이버 망명'뿐인가?

[이창현의 소통과 미디어] 권위주의 언론 통제와 민주주의 위기

권위주의 언론과 한국 사회

대학에서 언론학을 처음 배울 때 읽었던 '언론의 4이론(Four theories of the Press)'을 다시 펼쳐본다. 시버트(Fred S. Siebert), 피터슨(Theodre A. Peterson), 쉬람(Wilbur Schramm)이 펴낸 '언론의 4이론'은 잘 알다시피 언론의 발달 과정에 따라 권위주의 이론, 자유주의 이론, 그리고 사회책임 이론으로 나누어 언론의 유형을 파악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공산주의 이론을 서술하고 있다. 언론의 형태가 인간의 본질과, 사회 및 국가 체제의 특수성, 그리고 인간과 국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하면서 세계의 언론을 네 가지로 나누어 본 것이다.

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면서 권위주의 언론 이론은 언론 통제를 강화하려고 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이론이었다고 말해왔다. 권위주의 언론의 사례로는 영국의 튜터 왕조와 스튜어트 왕조 하에서의 언론 통제를 예로 들었는데, 이때 언론은 통치자의 정책을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었으며 언론은 통치자의 정책을 지지해야할 의무가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기능을 박탈했던 것이었다. 권위주의 언론을 설명할 때마다 박정희 시대와 전두환 시대의 언론 통제 상황도 함께 덧붙여 설명해주었다. 박정희 시대에는 신문사에게 경제적 이익이라는 당근과 함께 동아 해직 사태와 같은 채찍을 통해 내용적, 인적 통제를 달성해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정희 정권 치하 부정부패의 상황을 날카롭게 지적했던 김지하 시인의 '오적'이라는 시를 게재한 장준하 선생의 <사상계>가 폐간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곁들여준다. 전두환 시대에는 신문사와 방송사의 강제 통·폐합과 보도지침을 전형적인 권위주의 언론 이론의 사례로서 들려준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어떠한 언론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는데, 이것은 신군부의 강력한 언론 통제와 보도지침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이번 학기에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학생들로부터 "이명박 정부의 언론도 권위주의적 측면이 있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강의노트에는 적혀있지 않아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사항이지만 왜 안 그렇겠는가?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 상황은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권위주의적 언론 통제의 양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아래와 같이 설명해주었다.

이명박 정부와 권위주의의 부활

권위주의적 언론관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부터 나타났다. 이명박 후보의 핵심 정치인들이 집권하면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문화방송(MBC)을 손보겠다고 하면서 MBC와 한국방송(KBS)-2채널을 민영화시키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를 했으며, 집권하자마자 방송통신정책을 일관해서 책임을 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씨가 임명하여 친위적 방송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연주 KBS 사장이 물러날 조짐이 없자 신태섭 이사를 해임시키고, 이사진을 개편하여, 일사천리로 사장을 해임시켰는데,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이제는 권력이 마음대로 공영방송의 사장을 자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앉힐 수 있는 체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전국적으로 촛불 집회가 벌어지면서 수만 명이 거리를 누비며 권위주의적 언론 정책을 비판했지만, 사실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보수적인 언론과 이해를 같이하면서 보수적 지지자들과 은밀하게 밀담을 나누고 있는 듯하다. 보수적 신문에 광고를 하는 업자에게 광고 거부 운동을 한 것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언론 소비자 운동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의 권위주의적 통제는 이 정도로 마무리 되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유해성을 지적했던 MBC <PD수첩>의 담당자가 1년 넘게 있다가 갑자기 체포되기에 이른다. 방송 내용에 대해 당시 주무 장관이었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이 <PD수첩>을 '명예 훼손'으로 고발한 사건을 담당하는 검찰은 급기야 MBC의 <PD수첩>의 원본 테이프를 내놓으라고 방송사 정문에서 수색 영장을 제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제까지 <PD수첩> 사건을 담당했던 부장 검사가 <PD수첩>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항의성 사표를 내기까지 했는데도 권위주의적 통제는 멈추지 않는 것 같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유튜브의 저항

인터넷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에서 경제 위기를 예측하면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기를 끌었던 사람이 구속되었으며, 이제 일반인도 인터넷 실명제로 댓글조차 마음대로 달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것도 모자라 한나라당에서는 인터넷 모욕죄를 추가하려 한다. 인터넷의 생명은 무엇보다 자유로운 의견 표시이며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인터넷의 문화가 꽃 필수 있는 것이며 이것이 IT 혁명의 문화적 토대가 되었는데 인터넷에 대한 검열을 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을 검열하고 정치적 비판 내용까지 삭제하고, 인터넷 논객을 구속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문화는 암흑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한국 사이트의 실명제 도입을 거부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 강화 방침에 대해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이유로 거부 의사를 표한 것이다. 구글 측은 전 세계에서 실명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에서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의 원칙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튜브의 한국 사이트 공식 블로그에는 "저희는 평소 저희가 일하는 모든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우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원한다면 익명성의 권리는 표현의 자유에 있어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가장 지배적인 인터넷 사업자인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수용하면서 이것이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로서 우리나라의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국제적 표준에 비추어 열악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는 개방을 전제로 한 네트워크 공간인 인터넷의 미디어 논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 한국의 인터넷 통제가 심해짐에 따라 해외에 새로운 사이트 개설을 논의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세계 아고라 정의 포럼' 카페.

이러한 통제 상황에서 한국의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사이버 망명'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이름 하여 '상해 임시 아고라'. 정부의 인터넷 여론 통제에 맞선 네티즌들의 자구책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에 해외서버를 구축하려는 누리꾼들을 보면서 우리의 권위주의적 언론 통제가 이제까지 성숙되어왔던 대한민국의 인터넷의 문화 기반까지를 해체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권위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

나는 권위주의 언론 이론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수용자의 저항도 함께 가르쳐왔다. 1980년대 언론통제에 대항하여 수용자들이 저항했다는 점과 1980년대 언론인의 민주화운동이 힘을 합쳐 언론 자유를 쟁취해냈고 이것이 대한한국의 민주주의에 기여해왔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대표적으로 KBS의 방송 내용이 불공정한 것에 대해 시민들이 'KBS 시청료 거부 운동'을 하였고 이것이 공영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최초의 시민적 요구였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언론인들의 언론 민주화 운동이 나타나게 되었고, 이것이 서슬퍼렀게 살아있었던 권위주의 언론 통제의 악령을 내몰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학생들에게 권위주의 언론은 어느 착한 정치인이 나타나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권력은 언론을 통제하여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강화하고 영속화하려고 하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에 대한 통제는 정치 권력의 재생산을 위한 욕구의 발현이며, 한나라당 미디어법안에 담겨있는 방송 재구조화의 욕구는 재벌과 보수신문의 이익에 부합하면서 자신들의 지지 계층의 보수여론의 형성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방송 구조를 재편하려는 욕구의 반영이다. 이제 권위주의 언론에 맞설 수 있도록 시민들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할 시간이 온 것이다. 우리의 언론 수용자들은 분명 살아서 이러한 문제를 웅변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만이 언론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언론 상황은 권위주의적 통제와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가 중첩적으로 미디어의 공공성을 위축시키고 있다. 설상가상이다. 여의도에는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었는 데, MBC의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신경민 앵커와 <세계는, 지금 우리는>을 진행하는 김미화 씨를 교체하려는 압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에 서있는 진행자를 교체하고자 하는 권력의 음모라는 비판이 있다. 봄날, 방송 제작 거부를 하고 있는 MBC에도 언론 자유의 봄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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