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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당선인이 북한 인권에 정말 관심 있다면…

[황재옥의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2> 이제는 HOW를 생각할 때

유엔과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 관련 활동의 특성

1997년 8월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유엔(UN) 인권위원회(2006년 4월 3일, 인권위원회는 인권이사회로 대체)는 2004년 북한인권특별보고관 1명을 선임하고, 그로 하여금 북한인권 상황 개선을 유도하도록 했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의 인권개선 요구를 사실상 무시해 왔다. 이에 최근 유엔은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외에 담당직원을 늘리고 예산도 증액 배정하기로 했다.

2013년 1월 14일에 유엔 인권이사회 사무총장 겸 인권최고대표인 나비 필레이가 북한인권과 관련해서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이제는 유엔 차원에서 북한인권 진상조사위원회(COI)를 신설해 북한의 인권범죄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과반수로 통과된바 있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지지도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통적으로 북한을 지지해 온 중국, 쿠바, 러시아가 이사국이 아니다. 따라서 2월 말 열리는 제2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필레이가 제안한 북한인권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올해부터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임기 첫해를 시작한다. 그동안 유엔 인권이사회(또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한국의 태도는 정권의 성격에 따라 부침이 있었다.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던 2003년에는 불참했고 2004년과 2005년에는 기권, 2006년에는 찬성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찬성한 것은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할 정도로 북한인권 문제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후 북한인권 문제에 관해서 강경한 입장도 여러 차례 표명했다.

유엔은 10여 년 전부터 해마다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 왔고 인권특별보고관을 두고 북한인권 문제를 '관리'해왔다. 한국 정부도 2008년부터는 북한인권 관련 국제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그러면 과연 유엔과 한국 정부의 이러한 활동으로 인하여 북한인권 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왜 그런가?

▲ 지난 2009년 한채순 북한 보건성 보건연구소 실장(왼쪽) 등 북한 대표단이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UNHCR)의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유엔과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 상황에 관심을 갖고, 비판·비난·압박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을 직접 상대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의도로 국제사회가 인권문제를 들고 나온다고 인식한 북한은 강력히 반발만 하고 북한인권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호랑이를 잡겠다면서 굴속으로 들어갈 생각은 안 하고 밖에서 시위만 한 격이다. 방법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방통행은 북한인권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인권 진상조사위원회(COI)를 통해 무엇을 더 캐낼 수 있을까?

유엔이 나서서 북한인권 상황을 특별조사한다고 해서 새로 더 나올 것도 없다고 본다. 북한당국은 내부에 "인권문제 같은 것은 없다"고 강변하거나 "국권이 있고 나서야 인권도 생각할 수 있다"는 논리로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이 최고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국가가 북한이라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는 6개의 대규모 정치범수용소가 있고, 그곳엔 13∼20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수용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정치범수용소 안에서는 고문·강간·강제노동·공개처형 등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공개처형은 정치범수용소 밖에서도 심심치 않게 자행되고 있다. 2013년 현재 구글-어스 자료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북한의 '14호 수용소' 옆에 새로운 정치범수용소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편, 북한 중앙통계국은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지원을 받아 2012년 9월 17일부터 10월 8일까지 북한 10개 도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영양상태 조사를 진행했는데, 유엔에 보고한 영양조사 예비보고서에 따르면 5세 미만 어린이 중 28%가 여전히 발육장애를 겪고 있고 15%는 체중미달 상태라고 한다. 충격적인 조사 결과이다.

이처럼 북한주민의 시민적·정치적 권리는 물론이고 경제적 생존권마저 보장되지 않고 있는 곳이 북한인데 더 조사할 것이 남아 있을까? 그리고 "인권문제 같은 것은 없다"는 북한에 북한인권 진상조사위원회(COI)가 과연 들어 갈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밖에서 탈북자들의 증언을 더 채록해서 보고서의 두께는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내용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북한인권, 이제 'What'은 더 알아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How'를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북한과 인권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미국 대외정책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 안보와 경제를 우선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불거지자 2000년대 초부터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미국의 문제제기의 수위와 강도가 높아졌다. 미국은 북한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침해, 정치범수용소 등을 부각시키면서 핵·미사일 문제와 인권문제를 연계시켜 북한을 압박했다.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인권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정책을 써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 시각이나 방법은 미국 외교가에서 '상투화'(stereotyped)된 것 같다. 지난 1월 24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오바마 2기 정부의 존 케리 미 국무장관 후보자는 북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핵·미사일 등 안보 이슈와 인권문제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오바마 2기 정부도 북한인권 문제를 안보 사안과 연계하여 압박과 '채찍'으로 풀어 나가겠다는 뜻인 것 같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식 접근, 즉 핵·미사일 등 안보 이슈와 인권문제를 연계시켜 대북압박을 가하는데 대해서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한다. 그래서 북한은 이번 유엔의 북한인권 진상조사위원회 설립도 미국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간주하고, 미국에 대해서 취해 왔던 방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미 국무장관 후보자가 인준청문회에서 언급했던 대로 북한인권 문제에 접근한다면 그것 역시 북한의 반발만 초래할 뿐 실효는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인권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한다면 '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과 인권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 1990년대 초 탈냉전 이후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국제정치를 좌지우지해왔지만, 미국도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한 유럽연합(EU)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원래 유럽연합은 유럽지역 국가들의 이익을 위해 창설되었지만 평화 및 인권과 관련해서 유엔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가장 근접해 있는 지역기구라 할 수 있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 양극체제 하에서 동·서 유럽국가들 간에 안보, 경제협력, 인권문제를 포괄적으로 개선하고자 마련된 헬싱키 프로세스(Helsinki Process)를 통해 서유럽 국가들은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개방과 인권상황 개선을 유도한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유럽연합은 제3세계 국가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 단순히 인권의 보편성만을 강조하지 않고 인권문제 해결과 경제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실용적인 외교를 전개해 왔다. 이는 유럽연합의 대북한 인권문제 제기에도 적용되었다.

유럽연합 각국은 2000년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북한과 수교했는데, 유럽연합과 북한의 양자 간 관계에서는 항상 인권문제가 주요한 대화 의제였다. 그리고 유럽연합의 대북한 경제지원은 유럽연합의 저개발국가 빈곤퇴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인도적 지원과 인권대화를 병행함으로써 북한의 정치적 반발을 줄이는 방식으로 북한인권 문제에 접근했던 것이다. 북한은 2004년 형법, 경제법 등을 부분 수정·개정했고, 2009년 사회주의헌법을 개정하면서 8조에 인권조항을 삽입했다. 이 같은 법 개정과 수정은 인도적 지원과 인권대화를 병행한 유럽연합의 대북인권정책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변화가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형식적인 변화라도 일어났다는 것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택할 북한인권 문제 관련 How는?

북한전문가-전직 외교안보관료-시민운동가들의 정책협의체인 '한반도평화포럼'이 2012년 11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에 북한인권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제안을 했다. 진보진영의 대표격인 '한반도평화포럼'이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우리의 기본 의무"라고 지적하고,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한반도평화포럼'은 진보진영도 이제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북한주민의 경제적 생존권 중심의 인권논의에 그치지 말고 앞으로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향상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상시적으로 추진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한국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도 찬성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인권문제 제기를 내정간섭과 체제위협으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해서는 인권문제를 제기하되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북한주민의 자유권 문제와 기아 극복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이산가족 문제 등 분단으로 인하여 발생한 비인도주의적 사안들을 모두 묶어서 '하나의 패키지'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필자가 보기에 '한반도평화포럼'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제안과 접근방식은 미국의 방식보다 유럽연합의 방식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당시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Kofi Atta Annan)은 "안보 없이는 발전을 누릴 수 없고 발전 없이는 안보를 누릴 수 없으며, 인권존중 없이는 둘 다 이룰 수 없다"면서 인권이사회 창설을 제시했다.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새겨 봄 직한 말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 북한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더불어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한반도 전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2013년 2월 1일, 미국 의회대표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자유와 인권의 확장과 신장에 목표를 두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소중한 일이라고 했다.

북한인권 문제를 국정의 주요 아젠다로 삼고, 대북 인도적 지원도 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당선인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이라면 차기 정부에서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좀 더 실질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한 한·미 공조보다는 유럽연합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북한인권 접근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주민의 자유와 인권의 신장이라는 목적으로 북한과의 인권대화를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국내정치용이나 국제사회에서 면피용으로 활용하지 않고 진심으로 북한동포의 인권상황을 개선해 나가고자 한다면, 북한과 인권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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