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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신뢰회복 없으면 특사파견 불가능"

고유환 동국대 교수 "신뢰 쌓기 위해 상대 자극 말아야"

이재오 전 의원이 대북 특사를 자청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한이 특사를 받을 리 만무하다는 게 남북관계 전문가의 진단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2일 "정치권 일각에서 대북 특사 파견 얘기도 나오지만 신뢰회복이 전제되지 않은 특사 파견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고 교수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특사 파견은 성과가 기대될 때 가능한 것이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상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북한 원죄론 기초한 대북정책부터 폐기해야"

고 교수는 남북간 신뢰 상실의 가장 큰 이유로 이명박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것을 꼽았다. "북측은 김일성-김정일 두 지도자가 지금까지 통치해 왔기 때문에 과거 (합의의) 부정은 협상 상대에 대한 부정을 의미"했다는 것이다.

그는 "두 선언은 김정일의 리더십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이행이 전제되지 않으면 남북관계 원상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말 그대로 실용정부라면 두 선언의 이행을 먼저 선언하고, '비핵.개방.3000' 구상과 관련된 사업을 우선 추진하다가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서 이명박 정부의 철학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토대를 '북한 원죄론' '급변사태론' '붕괴론' '선(先)핵폐기론' '선변화론' 등으로 요약한 고 교수는 그 때문에 현재의 남북관계가 '합의 없는 대결시대'로 돌아갔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선변화를 요구하면서 무시정책과 대결정책으로 일관할 경우 북한의 내부통제 명분만 제공하고 실질적 변화를 추동하기 어렵다"며 "냉전시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기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희-전두환이 진보정권이라 남북대화 했나?"

토론자로 나온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가 남북대화를 추진한 것은 진보정권이어서가 아니라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며 "이명박 정부가 남북대화를 진보/보수의 프리즘으로 접근하면 남은 임기 동안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남북관계가 정체되던 2004년 7월 자신이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임명됐을 당시를 회고하며 "남북대화 재개는 대통령이 말 한마디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절박하고 강력한 의지가 있을 때에나 가능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2007년 10.4 선언에 대해 "북한은 이행 의지가 없이 한국의 차기 정부에게 부담을 주는 협상 차원에서 합의했을 가능성이 많다"며 "북한이야말로 10.4 선언을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다른 분석을 내놨다.

이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 발언에 대해서도 "헌법에 나타는 한국의 원론적인 통일 원칙을 해외에서 언급했을 뿐"이라고 옹호했다.

"북한의 한계도 상황 진전의 걸림돌"

'북미관계의 변화와 남북관계'라는 주제로 발표한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오바마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문제에만 집중하지 않고 전반적인 '북한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는 포괄적 접근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상원의원일 때 첫 해외 여행지는 미국 주도하에 '협력적 핵위협 감축(CTR)'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구소련의 핵무기 폐기 현장"이었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강력한 핵 비확산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한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등에 가입시키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 직접대화 입장을 견지하더라도 "북한에 내재하는 한계 때문에 상당 기간 북핵 문제는 미결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급격한 해결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 3년 여 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 교수는 북한의 '내재적 역량의 한계'와 관련된 사례로 북한에 경수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당시 북한의 최저 국가신용등급 때문에 원자력 사고 대비 보험을 팔려는 회사가 없었던 기억을 소개했다.

또한 1994년 제네바합의에 따라 미국이 평양에 연락사무소 개설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골치 아프게 생각해' 결국 무산된 일도 북한의 '한계' 사례로 제시했다.

토론자인 이근 서울대 교수는 "미국의 경제위기가 바닥을 칠 시점이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최소한 내년을 넘어서야 할 것"이라며 "북핵문제 실무진이 힘을 받기 시작하는 것도 내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당근'을 보다 구체화하고 당근 사용에 일관성과 신뢰를 높이는 균형잡힌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성을 분석하고, BDA 문제나 검증의정서 해석 문제 등 부시 대통령 시절 행정부 내에서 나왔던 돌출변수가 민주당에서 나올 확률은 적다고 봤다.

한편, 이 교수는 "북한이 안심하고 개혁개방을 할 수 있는 길이 '통미'라면 우리로서도 '통미봉남'은 절대 안 된다는 관습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통미가 확실히만 된다면 미국이 한국의 대리인으로서 북핵 폐기 및 개방을 요구할 것이고, 통미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 편입되면 남북간 대화와 협력, 교류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통미봉남을 수용하더라도 긴급하고 우발적인 사태에 대비해 남북 군 당국 간에는 대화채널을 유지하고 한미간에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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