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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가 온다…'2인자'의 권토중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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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가 온다…'2인자'의 권토중래?

'대북특사' 자청, MB의 선택은?

이재오 전 의원이 방미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요란한 환영 행사를 자제해 달라는 그의 당부에도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이명박 정권을 창출한 '1등 공신'의 기지개를 여권의 권력구도와 떼어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만한 징후도 다분히 엿보인다.

12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은 "적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북한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문제를 풀려면 김 위원장을 만나 터놓고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고 싶다"고 했다.

사실상 대북 특사를 자청한 발언. 그는 "단순히 특사를 보내는 것보다 누가 가느냐가 중요하다"며 "김 위원장을 설득시킬 수 있는 자신감과 비전, 콘텐츠를 가진 인물이 가야 한다"고 했다. 또한 "김 위원장 앞에서 기분 나쁜 소리도 하면서 그가 환상을 깨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깨우침을 주는 인물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내가 간다면 '통일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우월적 지위에 있지 않다'는 점과 '남북간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지만 남한과 미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걸 인식시키고 싶다"고 구체적인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연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이 전 의원은 대북특사 적임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4위다. 하지만 상위 세 사람이 대북특사로 지목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현실가능성을 대입해 보면 이 전 의원이 가장 유력해진다. 대북특사설에 손사래 치는 동교동 쪽의 조언도 "현 정부의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적임자"라는 것.

물론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의 총체적 단절 국면에서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 변화의지를 전제하지 않고 대북 특사를 수용할지 낙관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전 의원이 귀국에 앞서 '대북특사'를 또렷이 자청한 대목에는 엄연한 정치적 함의가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임동원, 박지원 등 '권력의 중핵'이 밀사 혹은 특사로서 남북관계의 '역할'을 담당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이처럼 대북 특사는 곧 '권력의 2인자', '복심 중의 복심'으로서의 정치적 위상을 갖는다. 이 전 의원이 귀국에 앞서 공개적으로 밝힌 대북특사 의지가 '2인자'로 원대복귀 하겠다는 권력욕망으로도 읽히는 까닭이다.

한 가지 보도를 더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날 <동아일보>는 지난해 11월16일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이재오 전 의원과 1시간20분 동안 만났다고 보도했다. 당시 청와대가 두 사람의 회동설을 부인했고, 이 전 최고위원도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방미 기간에 직접 회동하지는 않았다"고 일축했으나, 복수의 여권 핵심인사 발언을 인용한 <동아일보>의 보도는 단정적이다.

게다가 "당시 주변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이 결국 이 전 의원과의 만남을 강행했다"는 전언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이 확인된다. 또한 이 전 의원이 그 자리에서 "입각할 생각이 없다"고 한 건 귀국 후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의견조율이 있었으리라는 짐작이 무리가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귀국이 임박한 지난달에는 친이명박계의 또 다른 핵심인 정두언 의원이 베이징에서 이 전 의원과 회동하는 등 권력 핵심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물론 이 대통령의 변치 않은 신임과 이 전 의원의 대북특사 자청 사이에 얼마나 넓은 교집합이 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대북특사가 권력관리나 정치논리로만 결정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전 의원이 분명한 활동 목표와 왕성한 에너지를 과시한 것만으로도, 그의 귀국이 몰고 올 파장은 재보선 출마 등 개인 이재오의 재기 문제쯤에 그치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친박근혜계와의 불화, 이명박계 내부의 역관계 변화 등의 문제 역시 이재오 복귀에 따른 '부수 효과' 정도일 수 있다.

이 전 의원은 26일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가 미국으로 떠난 지 정확히 10개월이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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