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통신은 "중대한 시기에 진행된 회의는 나라의 방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데 중요한 계기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요한 결론'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 지난 3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정은 제1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은 이에 앞서 1월 23일 외무성 성명에서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과 조선반도 비핵화 종말' 선언, 24일 국방위윈회 성명에서 "높은 수준의 핵시험" 암시, 그리고 27일에는 김정은의 주재하에 '국가안전·대외부문 일꾼협의회'에서 "국가적 중대조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따라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내렸다는 '중요한 결론'은 사실상 '최종 결론'에 해당되고 그 내용은 핵실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해지고 있다.
김정은,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중요한 결론'이 핵실험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핵 억제력"을 국가안보전략의 중추로 삼기로 하고 이를 양적·질적으로 확대하기로 최종 결론이 내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핵보유를 김정일의 최대 업적으로 찬양→개정헌법 전문에 핵보유국 명시→미국에 최후통첩성 입장 전달→'조선반도 비핵화' 종말 선언→미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 등으로 이어진 김정은 정권의 입장 표명은 이러한 분석을 강력히 뒷받침해준다.
북한이 양적으로 "핵 억제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까지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해왔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군사용, 즉 고농축 우라늄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수일 내에 '미국의 적대시정책 강화로 부득이하게 우라늄 농축을 핵 억제력 강화에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식의 성명이 나올지가 관건이다. 만약 그렇다면 3차 핵실험은 우라늄 핵폭탄 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질적 강화란 탄도미사일 능력 향상과 핵탄두의 경량화·소형화를 통한 핵미사일 개발·배치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핵 억제력"을 국가안보전략의 중추로 삼기로 결정했다면, 이는 두 가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김정은 정권이 과연 핵보유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느냐가 관심사이다. 김정은의 셈법으로는 '핵 억제력' 강화를 통해 재래식 군비 부담을 줄여 경제발전에 투자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핵보유는 국제적 제재와 고립을 강화시켜 경제발전에 필요한 대외적 환경 조성 및 물자 확보와 외자 유치에 근본적인 장애가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대화와 협상에 의한 북핵 해결 가능성이 더더욱 위축되고, 한-미-일 3국 내에서는 '협상 무용론'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기 닻을 올린 오바마 행정부와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 모두 한반도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목표이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대북정책 방향은 핵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북한과의 접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대결의 크기는 갈수록 커질 것임을 예고해준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보유를 잠정적인 현실로 인정하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핵에는 핵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며 한국도 핵무장에 나서거나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북핵 해결은 장기적인 과제로 넘기고 시급한 남북관계 현안을 해결하고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북한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북핵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정권교체(regime change)나 한미동맹 주도의 흡수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인도·파키스탄 모델?
기실 어떤 나라가 핵무장을 시도했을 때와 실제로 가진 이후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소련이 핵무기 전력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려고 했던 1950년대에 미국 내에서는 선제공격을 통해 소련의 핵 능력 강화를 무력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미소 양국이 이후 선택한 방법은 핵전력 강화와 함께 군비통제를 통한 '전략적 안정화'였다. 그리고 두 나라는 총성 한방 울리지 않고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
중국이 1960년대 들어 핵무장 시도를 본격화하자 미국은 "소련보다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중국 핵문제 해결'을 최대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핵무장에 성공하자 이를 현실로 인정하고 베트남 전쟁 종결과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손을 잡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비회원국들의 사례도 특기할 만하다. 북한을 제외하면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이 NPT 비회원국으로 핵보유국이 됐다. 1960년대 이스라엘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나서자 미국은 출범을 앞둔 NPT 체제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외교적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결국 미국은 이스라엘에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보유 선언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곤 이스라엘의 핵무장을 묵인·방조했다.
1974년 핵실험을 했던 인도는 1980년대 후반부터 다시 핵개발에 박차를 가해 1998년에는 여러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파키스탄도 핵개발에 나서 인도와 같은 해에 복수의 핵실험을 했다. 카슈미르 분쟁 당사국들이자 NPT 비회원국들인 이들 두 나라가 핵개발에 나서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여러 차례에 걸쳐 결의안을 채택해 핵포기를 요구하면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는 흐지부지되었고 인도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가, 파키스탄은 미국의 '대테러 전쟁'의 중요한 동맹국이 되었다.
이렇듯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볼 때, 북한의 핵무장 역시 현실로 인정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은 나올 수 있다. 북한 역시 '굳히기'를 하면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인도나 파키스탄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공산도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인도와 파키스탄과 비교할 때, 유별난 특징이 있다. 우선 북한은 NPT에 가입했다가 탈퇴해 핵실험을 한 유일한 국가이다. 미국 등 핵강대국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NPT 체제 강화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례인 것이다. 특히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북핵 문제를 방치할 경우 이란이 그 뒤를 따를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 NPT 회원국이었던 북한이 이 조약에서 탈퇴해 핵보유국이 되고 국제사회가 이를 묵인할 경우 이란에 잘못된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특징이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과 달리 북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북미간 적대관계의 산물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AP통신>도 강조한 것처럼, 미국에 있어 한국전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핵 위협을 받아온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또한 북한은 NPT에서 공식 인정한 핵보유국 이외에 미국을 겨냥해 핵무기를 개발해온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에 했던 것처럼, 북한의 핵무장을 묵인하고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압박과 제재, 그리고 고립화의 수준을 계속 높이면서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 함께 군사적 봉쇄 전략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가장 큰 딜레마에 처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당장 시급한 남북관계의 현안들을 마냥 방치할 수만도 없다. 한국 경제가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북한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