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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제2의 씨티그룹' 되나?

영국 사상 최대 유상증자 계획에 역풍

미국발 금융위기로 씨티그룹이 휘청거리면서 세계 최대 금융그룹에서 멀어져갈 때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흔들림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브랜드 가치' 세계 1위 은행으로 떠오르며 사실상 세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2일(현지시간) HSBC가 신주 발행을 통해 향후 수년간 128억파운드(181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18.8%나 폭락하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HSBC. ⓒ로이터=뉴시스

HSBC는 이번 유상증자가 당장 어려워서가 아니라 독자 생존의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스티븐 그린 HSBC 회장도 "현재 HSBC의 자본은 양호하고 수익을 내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 로이즈 뱅킹 그룹 등은 이미 추가 손실 거의 대부분을 정부가 떠안는 사실상 국유화 조치에 들어갔지만, HSBC는 아직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HSBC의 실적과 구조조정안을 유상증자 계획과 연결해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 금융 철수

HSBC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순익이 57억3000만달러로 전년(191억달러)보다 무려 70% 급감했다. 또한 미국 내 법인인 'HSBC 파이낸스 코퍼레이션(HFC)'의 소비자 대출 부문을 폐쇄하면서 6100명을 감원키로 했다. HSBC가 주력사업인 소비자 금융을 미국 시장에서 포기함에 따라 미국 지점 800개가 폐쇄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125억파운드의 유상증자는 영국 2위 은행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이 자구안으로 단행한 120억파운드 증자보다 더 큰 영국 금융 사상 최대 규모다.

RBS는 대규모 유상 증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손실 규모가 영국 기업 사상 최대인 241억파운드(54조원)에 달하는 등 파산 위기를 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HSBC가 정상에서 추락하는 '제2의 씨티그룹'이 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HSBC는 다른 대형 은행들에 비해 자산 구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어서 금융위기 속에서도 가장 선전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0년 역사의 AIG가 미국 정부의 추가 지원과 함께 분리매각 절차를 통해 결국 완전히 분해될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대마불사'의 신화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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