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공식 블로그인 '동고동락'을 통해 임종표 15혼성비행단 계획처장(공군 중령)이 제2롯데월드가 안전하다고 인터뷰한 것을 보면서 너무나 놀랐다. (☞바로가기) 이런 논란에 현역 장교들을 동원한 국방부의 언론플레이도 놀랍고, 임 중령이 전한 내용 또한 그러했다.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렸던 공청회에 이한호 전 공군 참모총장 등 롯데월드 건설에 반대하는 예비역 장성들이 공군의 외압에 의해 참가하지 못한 사실은 공군이 지금 도를 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한 공군의 블로그에 임종표 중령이 나와 제2롯데월드의 비행 안전성을 주장하는 것은 임 중령 개인의 의견인지 공군의 의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개인의 주장이라면 공군 장교 중에 반대하는 입장도 똑 같이 다루었어야 할 것이다. 공군 전체의 입장이었다면 공군은 비행단 계획처장이라는 위치의 현역 장교를 내세워 언론플레이를 하는 꼴이다.
'권력은 유한하고 공군은 영원하다'
임종표 중령은 이제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먼 훗날 자신이 행한 인터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임 중령은 현재 지휘 라인에 있지 않다. 참모총장이나 15혼성비행단장은 지휘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발언을 해도 '지위상 어쩔 수 없었다'고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임 중령은 그렇지 못하다. 이 인터뷰에 관한 모든 책임을 임 중령 개인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부의 지시에 의해 인터뷰한 것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에서는 자발적인 인터뷰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필자처럼 공군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라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앞길이 창창한 임 중령은 이 인터뷰를 통해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게 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조주형 대령이 F-15의 도입을 반대할 때 공군본부 수뇌부 중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던 고위직 장군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간데없고 언론 인터뷰를 했던 조주형 대령만 실형과 강제전역이라는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국방부 블로그에 인터뷰를 한 것이니 현재로서는 안전하고 진급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길게 봐야 한다. 언젠가 임 중령의 이 인터뷰는 자신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정말 개인의 소신과 확신에 의해 인터뷰에 응했다면 용기 있는 행동이겠지만, 상부의 지시와 정훈 계통의 어설픈 정책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임 중령이 훗날 받게 될 피해를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금의 지휘관들과 공군의 수뇌부가 다 전역하고 임 중령이 홀로 군에 남아 있을 때 당신의 경쟁자들은 이번 인터뷰의 경력을 문제 삼아 공군의 발전을 저해한 인물로 공격해 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또한 공군의 많은 선·후배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롯데가 책임을 질 수도 있을 것이다. 대재벌이니 임 중령의 진급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다거나 롯데가 운영하는 사업체 중에 알짜배기 하나를 임 중령 본인에게나 가족에게 분양해주면 보상받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전역 후 롯데그룹에 특채되어 제2롯데월드에서 좋은 자리 마련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임 중령의 명예가 실추된 뒤에 얻어지는 보상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특정 기업 이익 대변, 창군 이래 초유의 사태
군 관련 정책 홍보 계통에 종사하는 이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듯이, 군인도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그런데 이번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된 공군의 모습은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대한민국 군대의 역사상 특정 기업의 직접적인 이익을 위해 군인들이 이렇게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떠들고 홍보한 적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예비역도 아닌 일선의 현역 고급장교들이 말이다.
공군은 함구했어야 하고 뒤에 물러나 있어야 했다. 롯데가 나서야 할 일을 왜 국방부와 공군이 나섰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동네 꼬마들의 질서에서도 하수인 노릇을 하는 아이는 계속 당한다. 하물며 국가를 위해 목숨을 가장 먼저 바쳐야 하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일개 기업의 이익을 위해 동원되는 모습은 공군이라는 조직의 앞날에 치명적 손상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사건도 국민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긴 공군의 피해는 누가 보상하겠는가? 필자가 만난 많은 기자들과 타군 출신 예비역 장교들의 말이 귓전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다. "대한민국 공군, 저렇게 대가 약해서 어떻게 조국 영공 방위를 맡길 수 있을까?"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이나 모윤숙 등 많은 지식인들이 일제 식민지 시절 천황을 위해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전쟁터로 나가서 목숨 바칠 것을 독려하고 다닌 적이 있다. 대부분의 조선 사람들이 그들의 부추김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제 군국주의가 무서워 당시에는 말을 하지 못했었다.
물론 그들은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 일제가 물러간 뒤에도 행복하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들의 친일행위를 잊지 않고 있고 비판하고 있다. 지금의 현상을 바라보면 그때의 상황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끝으로 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격문을 상기해 본다. "우리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사관생도다.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자랑스럽게 택한다."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에 앞장서는 장교들은 모두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인들로 아는데 이들은 과연 이러한 문구를 들은 적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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