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민감한 논쟁에 대해서는 현역 장교를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도 무시하면서 현역 공군참모총장과 비행단장, 심지어는 해당비행단 계획처장까지 내세워 비행 안전엔 지장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보수에게 '권력은 유한하고 안보는 영원하다'는데
전직 공군참모총장의 국회 공청회 참석도 공군의 압력에 의해 무산된 시점에서 벌어지는 국방부와 공군의 언론플레이는 신성해야 할 국방의 의무를 진 사람들이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이 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제2롯데월드 구상이 나왔던 지난 15년 동안 온갖 외압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티던 공군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완전히 태도를 바꾸어서 비행 안전성을 누구보다 앞서서 강조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권력은 유한하고 안보는 영원하다는 보수주의자의 주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제2롯데월드 신축 공청회에서 신축 찬성의견을 밝힌 박연석 공군 15혼성 비행단장이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정희와 노태우의 차이, 그리고 이명박
이러한 논란의 와중에서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과거 정부와 비교해 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보도가 나왔다. 현 시점에서 양심적인 공군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를 밝혀주는 것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외교통상부가 공개한 1978년 외교문서에 따른 기사였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했던 최첨단 F-16 전투기의 도입이 동북아에서의 군비경쟁을 우려했던 미 의회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국방부는 당시 지미 카터 미 대통령에 의해 추진된 미군 철수에 따른 전투력 공백을 우려해 F-16 전투기 구매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미측은 1977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원칙적으로 판매에 동의했다.
그러나 결국 미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고, 카터 대통령의 미군 철수 계획이 대폭 축소되면서 F-16 도입 문제도 자연스럽게 취소되었다. F-16의 구매 결정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노태우 정부 시절(1990년) 이뤄졌고, 1994년에 실전 배치됐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의 F-16 도입 결정 과정에서 공군은 정치권의 희생물이 되었다. 당시 공군은 F-18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으나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은 노태우 대통령은 F-18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F-16을 사기로 했다. 그때 노태우 대통령은 F-18을 사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정용후 당시 공군 참모총장을 강제 전역시켰다.
1970년대에 도입하려고 했던 전투기를 십수년이나 지난 후에 들여오면서 참모총장을 강제 전역시키고 심지어 뇌물까지 받은 노태우 대통령의 행태는 15년 동안 공군이 반대한 제2롯데월드를 참모총장까지 바꾸면서 허용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군통수권자로서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을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자. 박 대통령은 현대전의 기반인 공군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군이 개발해 베트남전에 투입했던 F-4 팬텀기를 구매해 주었다.
F-4 팬텀기가 너무 비쌌기 때문에 국민들의 성금을 걷기도 했지만, 최신예 전투기를 갖춰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판단은 공군의 입장에서 평가할 만한 측면이 있다. 그로부터 10년 후 주한미군 철수 움직임이 있자 방위력 보충을 위해 당시 최신예인 F-16을 사주려고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비해 노태우 대통령은 과거 도입하려다 실패했고 공군이 원하지 않았던 전투기를 사겠다고 했다. 얼핏 보면 공군의 숙원사업을 해결해 준 것 같지만, 십수년이라는 시차를 생각해야 한다. 전투기의 수명이 대략 30~40년이란 점을 감안할 때 노 대통령은 이미 낡아 버린 전투기를 산 것이다.
그리고 F-16 전투기는 탄생부터 미 공군의 발전 전략상 고가의 전투기와 저가의 전투기를 혼합 운영하는 개념(high-low 믹스) 중에서 '저가' 개념에 의해 수출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그런 전투기를 20년 가까이 지난 후에 배치하는 계획을 결정한 것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의 잘못된 선택은 비단 낡은 전투기를 사왔다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 영향은 2002년 F-15 선정 당시의 혼란으로 이어졌고, 기존의 공군 사업이 공군의 전력 증강을 가로막는 어려움을 낳았다.
박정희와 노태우는 모두 군인 출신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로서 국가 안보를 우선해 의사 결정을 했고, 노 대통령은 정치자금부터 챙기려 했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은 육군 출신이었지만 현대전에서 공군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절감했고, 공군 전력은 한 번 도입하면 40년을 사용해야 하고, 바꾸기 어렵다는 걸 고려해 항상 최신예 전투기를 일정 수준 갖추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이를 실천했다.
▲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필자 김성전 예비역 공군 중령 ⓒ연합뉴스 |
제2롯데월드, 친박 의원들 더 분발해야
필자가 제2롯데월드 문제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하면서 그나마 희망을 가졌던 것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계열의 의원들이 여당 소속이지만 비교적 가치중립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시절 한국의 경제는 지금보다 어려웠다. 그러나 그는 실질적인 국가안보를 위해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았고 돈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전력 증강사업에 있어서 투자 대비 효과를 많이 따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후대의 대통령들은 실질적인 전력의 증강보다는 이권에 의한 과시적 사업에 치중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패가 너무나 많았다는 것이 내 소견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논리를 내세워 제2롯데월드를 밀어 붙이고 있다. 그러나 국가 안보의 기본이 되는 전체 공군의 기지를 위협하는 안보 도미노현상을 초래하면서까지 특정 재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방부와 공군에는 잘못된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
군사학의 관점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공부하면 놀라운 사실이 여럿 발견 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른바 '친박' 의원들에게 필자는 박 대통령이 공군을 왜 그리 중시했는지를 연구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제2롯데월드 건설만은 반드시 막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동안 진보적인 시각에서 군사 문제를 다루었던 필자가 왜 갑자기 박정희를 칭송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박정희 대통령의 방식은 장기적인 의미에서 국방비 절약을 가능하게 한다.
국방력 증강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많은 전력과 장비를 온갖 이권과 군대 조직의 유지를 위해 갖추는 것보다는 비싸도 알짜의 전력을 위주로 증강해야 궁극적으로 국방비를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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