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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꼼수'로 모두 불행해졌다"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 제도, '조삼모사'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 지급제도가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노인장기요양 서비스 대상자들의 이용 시간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30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전면개정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이하 돌봄지부)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지적하며 "보건복지부가 '처우개선'이란 그럴싸한 표현으로 요양보호사와 서비스 대상자들을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처우개선비 수가에 반영하고 월 한도액은 고정, "조삼모사"

보건복지부는 최근 요양보호사가 월 160시간 근무를 할 때를 기준으로 10만 원의 처우개선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안을 내놓았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한 이래로 요양보호사 노동 조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 국가인권위원회, 시민·사회 진영 등으로부터 끊이지 않은 데 따른 일이었다. (관련 기사 : "반신불수 할아버지 목욕시켜드리는데 갑자기…", "요양보호사들, 옷 갈아입을 때 보면 파스 도배" )

그런데 처우개선비 10만 원을 요양보호사들에게 별도로 지급할 거란 기대와 달리, 보건복지부는 처우개선비를 급여비용에 반영해 시간당 서비스 수가를 인상했다. 그러면서 월 급여 한도액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적용해 방문 요양 서비스 이용 시간은 최대 3회까지 줄어들게 됐다.

예컨대 장기요양보험 3등급 수급자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월 87만9800원의 급여로 한 달에 88시간의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처우개선비가 수가에 반영되며 오는 3월부터는 서비스 수가가 4시간당 3만9700원에서 4만2400원으로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이용자가 쓸 수 있는 서비스 시간은 종전 88시간에서 6시간이 줄어 82시간이 된다.

그렇다고 요양보호사들의 실질 임금이 대폭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 방문서비스를 하는 요양보호사들로선 근로 시간이 6시간 줄어든 만큼 임금도 삭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방문 요양 보호사의 평균 시급을 7000원으로 놓으면 4만2000원의 임금이 삭감된다. 82시간 근무에 따른 처우개선비 5만1250원이 지급되지만 임금은 4만2000원이 삭감되므로, 결국 실질 임금은 9250원만 오르는 셈이다.

공대위와 돌봄지부는 "꼼수는 보건복지부가 부려놓고, 서비스 시간이 축소된 데 대한 이용자 항의는 요양보호사들이 받아야 한다"며 "이전에도 문제로 지적된 서비스 이용자들의 부당 요구나 폭언 등에 요양보호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슷한 상황은 이미 발생하고 있다. 간담회 주최 측은 이날 ㄷ 재가센터의 한 요양보호사가 겪은 일을 소개했다. 이 보호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요양 서비스 이용자 집을 방문했을 때, '보호자가 왜 서비스 시간이 줄어들었느냐'고 불만을 터뜨리자 공단 직원이 "요양보호사 월급 올려 주려고 시간을 줄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보호사는 "보호자와 어르신(이용자)이 내 얼굴을 쳐다봤을 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며 "그간 열심히 일하러 나왔는데, 나를 서비스 시간 깎아 먹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견딜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현직 요양보호사 이건복(60) 씨는 보건복지부의 이 같은 처우개선비 제도를 두고 "이용자 급여를 빼서 요양보호사에게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보건복지부의 조삼모사식 꼼수로 서비스 하는 사람과 서비스 받는 사람 모두 불행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요양보호사가 일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연합뉴스

"주야간 시설 이용하라"지만, 어떻게?


보건복지부는 부족한 서비스 시간이 문제가 된다면 방문요양 서비스가 아닌 주야간 보호시설을 활발히 이용하라는 입장이다. 방문요양 서비스가 이미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공대위와 돌봄지부는 이를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오히려 자체적으로 실시한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선 이용자의 40% 정도가 이용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며 "게다가 주야간 보호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어디로 가라는 거냐"고 반박했다.

이어 이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 필수적 사회 공공 서비스가 돼야 했었다"며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무책임하게 이 제도를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악수를 둠으로써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는 주야간 보호시설은 제대로 확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대위와 돌봄지부는 "따라서 방문 요양 서비스 이용시간 축소를 피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를 수가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 산정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과 요양보호사의 노동권 보호를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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