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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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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09>

올해도 갈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 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풍경이 쓸쓸해지면 사람도 쓸쓸해집니다. 산과 들이 쓸쓸한 모습으로 바뀌면 마음도 쓸쓸해집니다. 갈참나무 잎이 우수수 떨어질 때마다 마음도 그렇게 떨어져 어디론가 날려갑니다. 나뭇잎이 우수수 질 때도, 날려가고 남은 구릿빛 잎들이 산비탈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걸 볼 때도 마음 쓸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나마 꽃이란 꽃 다 진 들판에 억새풀 몇 개 남아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흔들리며 서 있어 그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나무는 나뭇잎을 다 잃어버린 채 빈 가지만으로 서 있고, 들에는 꽃이 없습니다. 강에는 새들도 떠나고 없고, 주위에는 따뜻한 말을 건네 오는 벗이 없습니다.

살얼음이 얼면서 아침이면 땅도 얼어붙고 우리들의 마음도 얼어붙습니다. 삭막해지는 풍경 속에서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도 쓸쓸히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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