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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파병 벌써부터 '군불'…대운하 못잖은 '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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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파병 벌써부터 '군불'…대운하 못잖은 '삽질'

붕괴 직전 카르자이 부패 정권의 군대를 양성한다고?

2007년 윤장호 하사의 사망과 샘물교회 봉사단 피랍 사건으로 한국인들에겐 '악몽의 땅'이 됐던 아프가니스탄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프간에서의 군사작전을 강화하겠다는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가 한국군의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국 군사 당국이 벌써부터 관련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아프간에 병력을 증파하고 공격을 강화한다면 아프간은 '오바마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이 또 다시 파병을 감행한다면 한국은 오바마와 함께 그 무덤에 묻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격 파병이 아니라 아프간 군경을 훈련시키고 지원하는 일만 하게 되더라도 부패와 무능으로 붕괴 직전에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을 돕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동참하는 것 밖에 안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美, 아프간 군대 양성 인력 요구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안보정책회의(SPI)가 열린 가운데, 미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는 다음날 "한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아직도 (한국이) 할 일이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아프간 군 당국자와 만나 재건사업, 개발, 치안 문제에 대한 국제적 지원문제를 논의하면서 아프간 군경 훈련 지원에 대한 강한 요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파병이나 지원 인력 파견을 직접 요청하진 않았지만 머잖아 그런 요구가 있을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국방부의 송봉헌 국제정책관은 15일 SPI에서 미국의 입장을 청취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미국은) 공식적이고 구체적으로 특정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경찰을 파견하는 문제는 정부 관련 부처에서 검토 중이고 '현재로서는' 파병 계획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측에서도 가능하면 우리도 우방으로서, 동맹국으로서 최대한 지원해주길 당연히 바라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장을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지난 4일 미 국방부에서 로버트 게이츠 장관의 만난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의 말에 따르면 미국의 요청 사항은 매우 구체적이다.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서도 국방장관에 유임된 게이츠 장관은 그 자리에서 "아프간군 양성을 위해서도 한국의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김 의원이 15일 전했다.

데이비드 세드니 국방부 부차관보도 같은 날 김 의원을 만나 아프간에 대한 세계적인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에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바가 있음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고 한다.

"오바마의 아프간 작전은 헛발질"

정부가 '파병 요청이 없었다'면서도 '동맹국의 입장을 고려하겠다'고 한 자락을 깐 뒤 결국엔 파병 결정을 내렸던 것은 2003년 이라크 파병 과정에서도 익히 보아 왔던 수순이다.

그러나 아프간의 현재 상황과 아프간 증파 계획의 문제점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파병이나 지원 인력 파견을 결정할 경우 이라크 파병 때 못잖게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아프간 계획이 가진 문제점은 여러 차례 지적됐다. 최근에는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앤드루 바세비치 보스턴대 교수가 지난 1일 <뉴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아프간 증파 계획은 이라크 전쟁의 실패를 재현하는 잘못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세비치 교수는 8년째 접어든 아프간 전쟁은 막대한 군비와 인력을 투입해 테러리스트의 근거지를 분쇄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지 주민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이라크전과 마찬가지로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아프간 전쟁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설사 미군이 승리한다고 해도 아프간 국민들은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미군이 개입해 테러리스트와 맞붙는 임무 자체를 지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바세비치는 "오바마 당선인이 미군 증파가 아니라 오히려 아프간에서 병력을 철수하면서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며 현지 부족 지도자들이나 군벌 세력에 자금을 지원하는 편이 낫다고 제안했다.

한국이 지원하려는 아프간 정권, "곧 망한다"

최고의 중동 전문가로 평가되는 로버트 피스크 <인디펜던트> 기자가 최근 아프간을 다녀온 뒤 쓴 기사를 보면 아프간 군경 지원도 전투병 파병 못잖은 헛발질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아프간의 붕괴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아프간 남부 최대도시) 칸다하르는 시내 중심부 1평방마일을 빼고는 탈레반의 수중에 있다. (수도) 카불에서는 15마일만 밖으로 나가면 탈레반측 검문소가 나타난다. 부패덩어리인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는 이라크 바그다드 그린존 지역에 있는 이라크 내각 못지않게 힘이 없다. 트럭 운전사들은 이제 탈레반이 발행한 통행권을 가지고 다닌다.

이는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아프간을 민주적이고 평화로우며 활기차고 성차별이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카불만 나가면, 그리고 북부 지역에서는 거의 모든 여성들이 아직도 부르카를 쓰고 다닌다. 카슈미르, 우즈베키스탄, 체첸, 터키 등지에서 온 전투요원들이 탈레반에 합류하고 있다. 터키에서는 약 300명가량의 전사들이 유입된 걸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들은 대개 유럽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

카불에서 만난 한 기업가는 '내가 알기로 탈레반이 정권을 다시 잡는 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국민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책임져주지 못하는 카르자이 정부와 의회를 증오한다'고 말했다. 카르자이 정부는 쓸모없는 조직이다.

미국인들은 탈레반과 싸우기 위해 '부족 민병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1980년대 소련군에 의해 만들어졌던 민병대는 부패한 집단이었고,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미국이 만들었던 '보조 경찰'이란 이름의 조직도 재앙으로 끝이 났다.

아프간 국방장관은 6만5000명의 병력을 가지고 있으나 아프간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5만 명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련은 10만의 자체 병력과 15만의 아프간 지원군을 거느리고도 아프간을 장악하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는 아프간에 7000명의 병력을 더 보내겠다고 하고 있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은 철군을 고려하고 있다."
(<인디페던트> 11월 27일자 주요 내용)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만약 정부가 군경 훈련 인력 파견을 결정한다면 '동맹국 미국의 요청'이란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면서 기대했던 '북핵 문제에 대한 동맹국 미국의 협조'가 헛된 것으로 판명됐듯, 동맹이란 명분 하나로 아프간 수렁에 발을 담그는 것은 엄청난 위험과 재정 낭비만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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