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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완전고용'이라는 통 큰 목표 선언하라"

실러 "강력한 정부 개입으로 대출 지원해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결국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인가. 오바마 경제팀은 당초 2년간 6000억 달러의 정부재정 투입 규모를 크루그먼의 권고대로 취임 첫해인 2009년에 6000억 달러, 그리고 2010년에는 상황에 따라 3000억∼6000억 달러를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과 함께 '월가 비관론자 3인방'으로 꼽히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현재 미국의 경제위기는 '완전고용'이라는 목표를 신뢰있게 제시할 정치적 역량 없이는 대공황 때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려 주목된다.
▲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실러 교수는 <비이성적 과열> 등의 저서로 거품경제의 위험성을 미리 경고해 명성을 떨쳐왔으며, 미국 주택가격 지수 가운데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케이스-실러지수를 개발한 경제학자다.

그는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To Build Confidence, Aim for Full Employment'라는 칼럼에서 25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경기부양책을 "신뢰가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모두가 바라지만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만큼 높은 목표를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실러 교수는 이 목표 설정이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간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강력하고 대대적인 정부 개입으로 신용 공급이 정상적인 경제 때의 수준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정책적 논의들은 의욕을 고취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단기적인 목표에 치중해 있다. 미래의 경제에 대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확실하게 인도할 타당하고, 확고한 목표가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당선자는 일자리 창출 규모로 경기부양책을 설정하고 있다. 고속도로 보수 등 기반시설 사업에 사람들을 고용해 250만 개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목표다. 그 자체로는 좋은 일이지만, 일하기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완전고용을 약속한 것은 아니다. 그 결과 미래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최악이다.

오바마가 완전고용을 목표로 설정한다면, 그리고 그가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사람들이 믿는다면 신뢰의 문제는 순식간에 해소될 수 있다.


"루스벨트의 뉴딜정책도 막연한 목표로 실패"

대공황은 유사한 사례를 제공해 준다. 당시 허버트 후버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두 대통령은 경기부양책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루스벨트조차 뉴딜 정책을 펴면서도 분명한 목표가 없었다. 경기부양책은 일관성이 없었고, 적절하지 못했다. 그 결과 신뢰는 사그러들고, 불황은 필요 이상으로 장기화되고 심화됐다.

뉴딜 정책들도 완전고용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오바마가 제시한 250만 개 일자리 창출도 이런 역사로 인해 신뢰가 떨어진다.

반면 최근 통화정책에서는 몇 가지 신뢰할 만한 목표들을 달성해 왔다. 일부 중앙은행들은 확고한 인플레이션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억제에 기여했고, 실제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목표치와 근접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제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근본적인 위험이 아니다. 당면한 문제는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다. 불황 가능성까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목표를 재고해야만 한다.

완전고용을 당장 목표로 삼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지 모른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현재는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고는 믿어도, 현재의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불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공감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지 애커로프 캘리포니아대 교수(중고차 시장에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살구(좋은 중고차) 대신 레몬(불량 중고차)만 넘치게 된다는 이른바 '레몬 이론'으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와 공저해 연말에 출간될 책(<Animal Spirits>)에서 우리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두 가지 중간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면서 완전고용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간 목표들은, 달성하기 위한 즉각적인 노력과 함께 강력하게 선언되어야 한다.

첫째, 전통적인 재정과 통화정책에 대한 중간 목표가 있어야 한다. 전형적인 경기침체를 맞아 완전고용을 회복하기 위해 충분할 만큼 야심찬 것이어야 한다. (재정정책은 대통령이 제안하고 의회 승인이 필요한 세금정책과 지출을 말하며, 통화정책은 중앙은행 소관을 말한다)

하지만 이 목표는 우리가 전형적인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거품 붕괴 이후 일본이 1990년대에 동원했던 재정 및 통화 정책들처럼 실패할 수 있다.


"대출시장 회복없는 재정과 통화정책으로는 한계"

이때문에 두번째 중간 목표가 필요하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완전고용을 달성한 정상적인 경제에 걸맞는 수준으로 회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업체들의 가장 큰 문제가 신용 고갈이라는 점에서 이 목표는 중차대하다. 대출을 받지 못하면 외부 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은 파산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한 부양책으로 완전고용을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신용위기가 지속되는 한 전통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FRB는 대출 확대를 위해 몇가지 좋은 방안들을 고안해 냈다. 지난 11월 25일 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 단기 자산유동화증권 프로그램. 소비자 및 중소기업을 위한 자금 지원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런 계획들은 평가받을 만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정부의 모든 대출 지원프로그램을 합해도 현재 52조 달러에 달하는 대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다. 대출 규모에 대한 목표는 정부의 개입이 없이는 무시될 모든 가계와 기업들에게 확대될 정도로 설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경제적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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