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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북핵 두고 벌이는 마지막 결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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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북핵 두고 벌이는 마지막 결전 시작됐다

[한반도 브리핑]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과 향후 동아시아 정세변화

2012년 12월 19일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마지막으로 한반도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리더십에는 일대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며 박정희 정권 시절 공화당으로부터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새누리당의 대표인 박근혜 씨가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며 북한에서는 2011년 12월 17일 급사한 김정일 위원장의 뒤를 이어 그의 셋째아들인 김정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하였다. 중국은 제5세대 지도자라고 불리는 시진핑(習近平)이 2012년 11월 15일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전회에서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되었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11월 6일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를 물리침으로써 재선에 성공하였고 일본에서는 야당인 자민당이 2012년 12월 16일 열린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을 누르고 압승하면서 자민당 총재인 아베신조(安倍晋三)가 제96대 내각총리가 되었다. 2012년은 한반도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 중 미국만 제외하고 모두 새로운 리더들이 들어선 후 마감되었다. 이에 따른 동북아 국제관계와 정세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특히 한반도에 생길 수 있는 변화가 우리의 주 관심사이다.

▲ 재선에 성공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향후 중국 총서기 취임 예정인 시진핑(오른쪽)부주석 ⓒAP=연합뉴스

국제관계는 그 관계를 이루고 있는 국가들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형성되고 변화되기 때문에 한반도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동북아 지역에서의 이해관계를 분석해 보면 정세의 추세와 변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측이 가능해진다. 특히 동북아지역은 아직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그동안 미국의 헤게모니적 질서 안에서 지역 국가들 간의 관계가 형성되어왔기 때문에 2013년 동북아 정세에 전망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동북아 정책의 파악과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임에 성공해 2기를 맞고 있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특성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외교정책을 바탕으로 미국의 동북아 정책 그리고 한반도 정책을 가늠하고 전망해 보자.

미국에서 기존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하는가, 실패하는가는 미국의 외교정책뿐 아니라 행정부의 모든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기본적으로 재임 성공은, 그래서 2기 행정부는 정책의 지속성을 의미하며 실패는 정책의 단절과 변화를 의미한다. 또한 재임에 성공한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의 가시적인 성과가 재임 기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이것은 퇴임 후 자신이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는가 하는 것(legacy)과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고 추진하지는 않는다. 만약 실패하기 되면 그것이 유산(legacy)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여 오바마 2기 행정부는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겠지만 결코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 자신은 외교에서 어떤 유산을 남기기를 원하는가? 먼저 인지하여야 할 것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외교정책은 정책에서 그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문제이라는 것이다. 2008년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오바마가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경제문제였다. 또한 오바마케어(ObamaCare)라고 불리는 전 국민 의료보험은 오바마가 내건 가장 중요한 공약인 만큼 대통령에 당선된 후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할 문제였다. 이와 같이 오바마 1기 행정부의 정책 추진의 중심은 국내문제들이었으며 외교 문제는 후차적일 수밖에 없었다.

외교는 선차적인 중요성을 갖지 못했지만 오바마 1기 행정부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완전 또는 부분적으로 철수하여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일단락 지을 수 있었으며 미국이 다시 테러의 목표가 되는 것을 방지하였다. 또한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여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벌이고 있는 대테러전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수 있었다.

재정 절벽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되었지만 아직 경제 위기가 해결되지 않았고 오바마케어도 실효화 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민문제 그리고 총기 규제 등 국내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초점은 1기와 마찬가지로 국내문제로 맞추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에서 오바마 2기 행정부는 위에서 언급된 업적들이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임기 내인 2014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고 전쟁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도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다루어 질수 있는 3대 외교안건으로 이란 핵과 장거리 미사일 문제, 아랍의 봄으로 (현재는 겨울이 되어버린) 대변되는 아랍 민주화 실현문제,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들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들 문제를 대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적이기 보다는 수동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한다. 즉 이란이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오거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미국의 적극적 중개를 요구할 경우 그리고 아랍 민주화에 대해서도 역시 그 지역 국가들이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할 때만 미국은 제한적인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이것은 오바마 2기 행정부가 1기와 같이 국내문제에 치중하고 외교에서는 현상유지를 하여 위험(risk)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2011년 말부터 강조해온 외교·안보 정책에서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ing to Asia)과 같은 아시아 중시정책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은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1월 5일 10년간 국방비 예산 4500억 달러 감축으로 사실상 두 개의 전쟁 또는 'win-win' 전략을 포기하지만 '아시아 태평양에 대한 중시'(pivoting to Asian Pacific)을 골자로 한 신 국방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천명되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은 2001년 9.11 사태이후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이 중동 (Middle East)에 치중되었던 것에서 아시아 쪽으로의 중심이동을 의미한다.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지역의 높은 경제 성장 그리고 잠재력, 중국의 가파른 군사력 증강, 북한의 핵 문제 그리고 동중국해(East China Sea)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영토분쟁 등이 미국의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이자 동시에 미국의 국익을 손상시킬 수 있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행정부 그리고 의회의 판단이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축 변화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중국의 부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즉 "Pivoting to Asia"는 중국을 겨냥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을 겨냥했다는 것은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하버드대학의 니얼 퍼거슨 교수가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Chimerica'로 표현하였듯이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일종의 공생(symbiotic)관계 (중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수출을 수용할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필요하고 소비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저렴한 수입품이 필요)를 이루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공생관계는 단지 수출과 수입이라는 단차원적인 관계보다 금융과 재정이라는 다차원적인 공생관계로 심화되어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직접적인 것보다는 간접적인 형태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 중시정책이 공식적으로 처음 천명된 미국의 '신(新)국방가이드라인'도 이점을 유의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재편하는 한편 아시아 지역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명시하면서 이어 "북한의 도발을 막고 억지하기 위해 동맹국, 지역 국가들과 협력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며 좀 더 비약적으로 '북한의 도달 억지' 부분과 더불어 해석하자면 한·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며 동시에 (이것을 빌미로) 중국에 대한 견제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초 발표된 미국 국방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국방비 감축이다. 미국은 아태지역에서의 존재를 강화할 것이라며 국방예산 삭감에도 아태지역은 영향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에서 밝히고 있다. 이것은 중동지역 즉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상군 그리고 이에 따른 군비가 철수 또는 감축되어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아태지역에서는 현상유지 (status quo)를 하겠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 (Pivoting to Asia)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상 2011년과 비교하여 2012년 한 해 동안 미국의 동북아시아 그리고 한반도 정책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한미 양국 의회에서 한미FTA를 통과시키면서 동맹을 강화하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말 급사하는 사태를 맞기는 하였으나 북한에 대한 관대한 무시 (benign negligence)와 상황이 더이상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keeping at bay' 와 같은 정책으로 대북 정책을 일관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아시아 중시정책은 변화라는 맥락보다는 현상유지와 예방적 차원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 고수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굳건한 동맹을 유지한다면 미국입장에서 한반도 문제는 상수화(常數化)되어 있고 특히 위험과 그에 따르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2기 행정부에는 이러한 'status quo'를 바꿀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상유지 정책을 고수하겠지만, 동북아 지역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status quo'가 유지될 것인가는 다음의 이유에서 미지수이다.

▲ 북한 영변 핵실험 장소의 위성사진. ⓒAP=연합뉴스
북한은 미국과 양자협상을 통하여 한반도문제를 해결하길 원하고 있다. 북한에 한반도문제란 바로 정전(停戰)을 종전(終戰)으로 바꾸고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한 소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북한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광명성 3호를 쏘아 올린 것은 2012년이 '강성대국의 대문의 활짝 여는 해'로 정하였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였고 2011년 말 김정일 위원장의 급사로 인한 김정은으로의 전격적인 권력이행으로 민심을 다시 모을 필요성 등 국내적인 요인도 있지만, 미국과의 협상을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진행하겠다는 의도에서도 비롯되었다. 북한입장에서 김일성의 유훈(그리고 김정일의 유훈)이라는 경제 강국 건설은 미국의 경제봉쇄와 군사 대치·대립 상황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광명성3호가 궤도진입에 성공하여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보유했음을 어느 정도 증명하였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핵무기 소형화이다. 북한은 두 차례의 걸친 핵 실험에서 핵무기 제조 기술이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세 번째 핵실험을 감행하고 두 번째 실험보다 진전된 결과 더 나아가서는 핵무기 소형화를 어느 정도 증명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면 미국은 '관대한 무시'와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정책'을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기술은 이란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란이 북한에 핵기술을 이전받아 핵보유국이 되는 것은 미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과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기술이 2009년 제2차 핵실험 이후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오바마 임기 기간 중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의 분석에서 함의하는 바와 같이 위험과 그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영변과 같은 북한의 핵 기지를 선제공격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을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북한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가정할 수 있다. 물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자칫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한반도에서 미국이, 그것도 안정과 현상유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전쟁을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감행하기 쉽지 않은 모험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반도에서 북핵문제를 놓고 북한과 미국 간의 'showdown'(마지막 결전)은 이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 취임식이 이제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았다.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여기에 대한 현명한 대책과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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