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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애드립이라도 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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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이 애드립이라도 했어야죠"

[정세현의 정세토크] <1> 금강산 피격 사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말에는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 2차 남북정상회담은 1차에 비해 별로 감흥이 없었어요?
= 애를 낳아도 첫째 애나 감동적이지 둘째부터는…

- 북한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는데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먼저 식량을 달라고 해야 준다던데요?
= 좋은 일엔 초청받고 가지만, 궂은일에는 소문만 듣고도 가는 건데 그러면 안 됩니다.

- 북한 인권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죠?
= 병아리가 달걀 껍데기를 안에서 먼저 쪼아야 어미도 밖에서 쪼아 주는 겁니다. 줄탁동기죠. 북한은 지금 병아리 모습도 안 갖췄는데 밖에서 쪼기만 한다고 부화가 됩니까?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그걸 '상식의 힘'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라는 복잡하고 예민한 문제를 인간사의 보편 원리로 풀어내는 힘. 진보건 보수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그의 말 속에는 상식이 있습니다.

그가 30여년간 남북대화의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한반도 문제를 이야기하는 '정세토크'를 시작합니다. 격주로 연재될 이 코너에서 정 전 장관은 남북문제는 물론 30여년 공직 생활에서 느낀 한국의 정치와 사회 일반에 관한 단상도 털어 놓을 예정입니다. 그 안에는 정 전 장관 특유의 유머와 위트, 그리고 정세에 대한 통찰이 있습니다. 그의 말과 약간의 질의응답으로 이뤄집니다. <편집자>

금강산 총격 사건, 평양의 속내는?

총격이 우발적인 건 아닌 것 같아요. 일종의 '의도성'이 있다고는 보이는데, 평양의 지시를 받고 하는 그런 의미의 의도성은 아니고, 현장 부대 차원에서 작심하고 쏘았지 않나….

2002년 서해교전 때도…그때는 직통전화로 서로 얘기를 할 때니까, 직통 핫라인이 정상회담 후에 만들어졌고 지금도 있을 텐데 저쪽에서 받질 않을 겁니다. 어쨌든 총격 나고 곧바로 전화가 와서 '평양과 전혀 관계없다. 현장에서 좀 과잉대응했다. 잘못된 거니까 절대로 오해 없길 바란다'고 설명했어요. 그리고 한 20여일 후에 공식적으로 사과 편지를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단장 이름으로 남측 수석대표인 나한테 보내와서 '잘못된 거고,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서로 노력하고, 장관급 회담을 하자'는 식으로 제안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서해 현장에서의 기획성은 엿보인다. 그러나 평양 차원에서 기획한 사건은 아닌 것 같다'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근데 이번에 이걸 풀어가는 평양의 자세를 보면 정치적으로 상당히 활용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일종의 군사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수준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 같아요. 오히려 남측더러 사과하라고 하고….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이름으로 (금강산 사고는 유감이지만 책임은 남쪽에 있다는) 논평이 나왔기 때문에 평양에서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나온 논평이란 말입니다.

비록 (대남 기구인) 조평통 차원의,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차원의 성명이나 담화는 아니었지만, 어쨌건 중앙 차원의 논평인데, 그걸 보면 이걸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으로 만들어서 남쪽을 압박하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 북한은 상당 정도, 책임 모면을 위해서라도 계속 남쪽에 사과를 요구하는 식으로 버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에서 12일부로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는데…쯧,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금강산 관광이 다시 재개될 수 있는 모멘텀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저쪽에서는 남쪽더러 오히려 사과하라고 하고, 이쪽에선 관광을 중단시켰기 때문에. 중단 안 시켰으면 관광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북쪽의 변화된 자세나 전향적인 자세를 유도하거나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없어져버렸단 말예요. 서로 지금 퇴로가 없습니다.

이게 장기화 되면 북한으로서는 금강산 사업으로 그저 매월 300만 불 정도 이득을 본다고 치면 7~8월 두 달 정도 300만 불 내지 600만 불의 달러의 수입이 줄어들겠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 거다 이겁니다. 그렇다면 북한도 사태를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기화되면 어떤 현상이 나올까요? 지금은 우리 국민들도 상당히 발끈해 있습니다. 나도 북한의 행동이 지나쳤고 이해 못할 대목이 많다고 생각 하는데, 금강산 관광이 오래 중단되고,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개성공단도 탄력을 잃어요. 잃습니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공장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겠지만, 분양이 끝나 공장을 지어야 할 사람들, 또 공장을 지어놓고 기계설비를 넣어야 될 사람들이 머뭇거릴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될 경우 남북관계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으면 북쪽에 미치는 부작용과 남쪽에 미치는 부작용 중에 어느 것이 클까요? 그건 불을 보듯 뻔한 겁니다.

북쪽은 별로 영향을 안 받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저 달러 몇 푼 안 들어올 뿐예요. 북한 경제는 중앙계획경제라서, 나라가 시키고 설명하는 대로 끌려가지만 남쪽의 경제는 자본주의 경제일 뿐만 아니라, 지극히 심리적인 그런 측면이 많아요. 남쪽 경제는 심리적인 요소가 굉장히 크게 작용합니다. 그러면 증권시장에 바로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하여튼 그렇잖아도 경제가 어려운데, 또 중소기업의 활로는 개성이 있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것이 전반적으로 전망이 흐려질 경우에…또 북미관계, 북중관계, 러북관계, 북일관계 이런 것에 뒤따라가지도 못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처지게 되면, 거꾸로 국민 불만이 나오게 돼있다 이겁니다. 지금 이 격앙된 분위기는 그때 가서는 잊혀집니다. 그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강한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요. 북한은 그걸 노리지 않겠느냐 이겁니다.
▲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마지막으로 관광에 나섰던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13일 오후 동해선 육로를 통해 남북출입사무소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제의를 왜 거절했나?

대통령이 금강산 사건이 난 날 오후 1시 30분에 보고를 받고 원안대로 ('전면적인 대화를 하자'는 대북 제안) 연설을 해버린 것은, 글쎄…크게 봐서는 별개 사안이기 때문에…18대 국회하고 이명박 정부는 같이 가야 돼요. 최소한 4년은 같이 움직여야 된다는 점에서 개원 연설에서 남북관계 전반에 관한 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이런 사건 때문에 중단할 정도의 비중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원안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5분, 10분, 20분 정도의 시차는 있었으니까 대통령이 애드립으로 이렇게 보탰으면 좋았을 겁니다. '조금 전에 이런 보고를 받았습니다. 돌아가신 분한텐 정말 애석한 일이고 북한의 소행은 정말 이해 못할 대목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는 별개로 앞으로 풀어나가기로 하고, 앞으로 남북관계를 국회와 고민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준비한 대북 제의는 그대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딱 들어갔어야 됩니다. 참모들이 쪽지라도 넣어서 애드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어야 합니다. 다른데서는 애드립을 잘 하시던데….

(대통령 제의에 관한) <노동신문> 논평에 대한 평가로 돌아가서. 좌우간 이 사건과는 무관한 건데도 불구하고 북쪽의 반응은 아주 아프게 나왔어요. 그건 금강산 총격을 가한 현지 부대의 정서하고는 별개 차원입니다. 왜냐면, 그동안 그쪽에서 말하는 '아랫것들'이 7.4공동성명, 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에다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넣어서 그냥 줄줄이 늘어놓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표시 했었거든요. 북쪽에서는 6.15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겠다고 약속만 하면 남북관계는 내일이라도 원상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7.4성명과 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을 죽 늘어놓으면서 '원 오브 뎀'으로 6.15와 10.4선언을 딱 포함시켜 버리니까 북쪽 대남 부분에 있는 사람들이 힘 빠질 거 아닙니까. 죽어라고 얘길 했는데 비빔밥을 만들어 버리니까 말이야.

7.4공동성명이 됐건 기본합의서가 됐건 그 중에서 북쪽도 괜찮다고 하고 남쪽도 괜찮다고 하는 대목은 전부 다 6.15선언과 10.4선언에 살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때 그냥 선언적으로 얘기했던 것들을 10.4선언에서는 실행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내놨다 이겁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말은 선언의 시대를 넘어 실천의 시대로 가자고 하면서 다시 그걸 협의하자고 하니까 메시지가 분명치 않을 뿐만 아니라, 북쪽의 입장에서는 '그러면. 6.15공동선언도 10.4선언도 7.4공동성명처럼 다시 협의해서 버릴 거 버리고 채택할 거 채택한다면 남는 게 뭐냐? 그렇다면 6.15와 10.4선언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는 얘기다. 입에 발린 소리다' 그런 식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북쪽이 해달라는 것은 절대로 들어줄 수 없다, 이런 자세가 문제입니다. '니가 해달라는 거 들어가 있어. 해달라는 거 다해주는데 왜 못나와'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7.4공동성명이나 기본합의서나 비핵화공동선언을 들고 나가면 우리가 북쪽과의 협상에서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에요. 그건 그 당시의 국내정치와 국제정치 상황에서 나온 문건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소위 렐러번스(시의적절성)가 좀 떨어지는 조항들도 있습니다. 합의라는 게 언제나 그런 거예요. 벌써 30년이 지난 사건이고 20년이 다돼가는 합의서들을 꺼내서 6~7년 내지는 1년밖에 안 된 문서들하고 똑같은 자격으로 논의하자는 건데, 그걸 일리 있다고 나올 사람이 누가 있어요? 남북관계도 정치인데,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남북관계에서는 화석 같은 그런 문서를 들춰내도 되느냐 이겁니다.

이렇게 자기 입장만 고집하면 앞으로 남북간에 접점이 생겨서 대화를 해도 백전백패입니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상대방을 끌고 가려면 판세를 바로바로 읽어낼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없는 것 같고, 그 이유는, 이명박 정부 내에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축선상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대북접촉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통일부 장관도 대북접촉의 경험이 없어요.

여전히 노하우는 있습니다. 통일부 차관 이하 실무자들이 가지고 있고, 국정원의 대북관계 하는 사람들도 잘 압니다. 근데 이 정부 사람들이 정권 차원에서 실무자들을 무시하고 그 사람들 얘기를 안 들으려고 하고, 청와대 참모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방식대로 하려고 하면 접점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내지는 그보다 오랫동안 실무적으로 대북접촉 하는 과정에서 그냥 감각적으로 길을 찾는 실무자들이 있습니다. 동물들은 이론이 아니라 감각으로 길을 찾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엔) 이론가들만 들어가 있거든. 남북관계는 동물이 숲속에서 길을 찾을 때 감각으로 찾고 후각으로 찾아가듯이, 그렇게 하다 보면 사고를 최소화하고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데, 이걸 무시하고 밖에서 관전이나 하던 사람들이 들어가서 권력 있다고 자기 방식대로 끌고 나가려고 하는데…도처에서 그야말로 생살이 잘려 나가고 신경이 끊어지는 식으로 사고가 나고 있어요.

금강산 사고 진상 규명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진실 규명은 현장보존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썰물 때 사고가 났다는데 거긴 바닷가니까 밀물 한 번 들어왔다가 쓸려 나가면 현장보존이 안 됩니다. 현장보존이란 게 발자국 이런 거 아닙니까? 정말로 1.2km를 걸어갔다가 1km를 황급히 쫓겨 와서 철조망으로부터 200m 지점에서 발길이 끊겼는지, 마지막 순간에 얼마나 짧은 보폭으로 뛰었는지, 가해자가 어디까지 월권을 했는지, 피해자가 어디까지 규정을 어겼는지를 읽어낼 수 있는 단서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없어졌잖아요.

더구나 지금 남북 고위당국간 핫라인도 끊어져 버렸고…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사이에 왕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군 당국자간 핫라인도 있었어요. 3통을 위해서 그걸 광케이블로 교체해주기로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안 해줬어요. 그러니까 지금 북쪽이 전화 안 받아 버리고 몽니를 부리고 있잖아요. 그런데다가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나가 있던 당국자들은 직무내용에 관계없이 모조리 쫓겨 나왔고, 북한이 4월부터 남쪽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월선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니 당국자들은 조사하러 금강산에도 못 들어가게 돼있어요. 그러니 진실 규명은 지금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강력히 대처하겠다느니, 진상 조사를 반드시 하겠다느니 여기서 큰소리만 치고 있는데, 북쪽에서 안 받으면 끝입니다. 오히려 이럴 때는 냉각기를 두고, 현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풀어나가면서 당국 차원의 3각대화라도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나가면 북쪽이 굴복할 것처럼 기세등등하게 나가고 있고 국민들은 거기에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거 나중에 어떻게 할 겁니까? 이거.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는 겁니다.

한 마디 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지금까지 대북 강경책을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데 이 정부는 대북 강경책보다 북쪽을 더 자극하는 행동을 했거든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구상인) '비핵·개방·3000'은 북쪽한테 굉장히 자극적인 거예요. 모욕을 준겁니다. 강하게 밀어 붙인 것보다 모욕을 준 게 더 기분 나뿐 겁니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면 우리는 얼마든지 움직이겠다고 하는 얘기를 비당국자지만 나한테도 얘기했고, 몇 군데 채널을 통해 얘기했는데, 공개적으로도 얘기하고. 그런데 거기에 대한 답이 (두 선언을) '원 오브 뎀'으로, 5분의 2로 만들어 버리니 그걸 누가 좋아합니까. 이런 정도의 센스라면 아마 (남북관계가) 1년 정도 쉬는 게 아니라 더 오래 갈지도 몰라요.

-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보다 윗선에서 변화된 입장이 나올 가능성은 없을까요?

상급 기관에서 좀 더 완화된 표현이나, 남쪽의 입지를 도와줄 수 있고 퇴로를 열 수 있는 얘기가 나올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물밑으로 부단히 노력해서 그 전에 작동되던 핫라인을 살리거나 최소한 그 정도의 관계가 되게 하고, 이쪽의 진정성이 북쪽에 읽혀지면 북쪽도 변화된 입장을 보이면서 우리 정부가 자연스럽게 전향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6.15와 10.4선언의 비중을 낮게 다룬 것에 대해서 '가소롭다'고 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한 설명이 따로 들어가야 될 겁니다.
▲ ⓒ프레시안

-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에서까지 북한에 사과를 요구했는데 그런 게 북한의 태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남쪽의 여론 동향을 볼 겁니다. 남쪽 화해협력 세력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어서 득 될 게 없으니까요. 그러나 비중 있게, '아 그 사람들 입장 때문에 빨리 우리가 부드럽게 나가야 겠다'는 식으로 돌아설 순 없어요. 물밑접촉을 통해 북에 노크를 하고 진정성이 읽혀지면 소위 성의를 보이면서, 이명박 정부가 운신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줄 수는 있을 텐데. 당국 차원의 노력이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거지 화해협력 세력 자체가 동력을 발휘할 수는 없습니다.

- 이명박 정부 들어 미국이 한국에 주는 군사정보가 노무현 정부 때보다 늘어났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러면서 정부가 이미 사건의 실체를 다 파악하고 있다는 말도 돌던데요?

감청 얘기 같은데, 미국이 노무현 정부 시대보다 이명박 정부 시대에 정보를 조금 더 줄 수는 있죠. 물론 그전에도 안 준건 아니에요. 'SI첩보'(감청정보)라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있었고 김대중 정부에서도 다 줬어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몇 개를 줄 수는 있지만 전부는 안 줘요. 절대 전부 안 줍니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 U2기, A-WACS, 인공위성을 띄워서 파악하는 정보를 가지고 중국, 일본, 대만, 한국을 사실상 거느리고 있습니다. 중국한테 때로는 압박을 가하고, 한국·일본·대만한테는 MD(미사일방어체제) 사라고 겁주고. 그런 식으로 자기네 군수산업 진흥 기반을 조성하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에 와서 그 정보를 더 준다면 미국산 무기를 사는데 있어 한국의 격을 높인 지난번 합의(대외군사판매 FMS 격상)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비싼 무기를 짧은 시간에 사갈 수 있도록 허용한 거였는데, 거기에 도움이 되게, 그런 결정을 (한국이) 잘 했다는 판단을 하게 미국에서 정보를 더 줄 겁니다.

그러나 그건 한미간 정치적 관계가 긴밀해진 걸로 해석되기 보다는, 한미간에 무기를 사고파는 문제와 관련해서 필요한 정보를 더 많이 주는 쪽으로…아마 정보량은 늘어날 거예요. 그러나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정보 받는 만큼 돈은 더 나가는 겁니다. 별 거 아닙니다. 대북 경계심과 안보 태세를 키워야 한다고 보는 쪽에서는 고맙다고 하겠지만, 그게 다 돈 나가는 일이에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977년 국토통일원 연구관(4급)에 특채된 뒤 30여년 간 남북대화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북한 전문가다. 2002년 1월부터 2004년 6월까지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통일부 장관과 노무현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며 남북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했다. 현재는 경남대 북한대학원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탈북·다문화 청소년의 사회적응을 도와주는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재단이사장과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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