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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들도 바빠 죽겠다. 일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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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들도 바빠 죽겠다. 일 좀 하자"

[촛불의 소리] 프랑크푸르트 촛불 문화제

지난 7일 오후 5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Pauls-Kirche 광장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촉구와 촛불시위 강경진압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개최되었다.

인터넷 사이트 '베를린 리포트'(www.berlinreport.com)의 자유투고란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어 개최된 이번 촛불문화제에는 130여명이 넘는 한인들이 슈투트가르트, 비스바덴, 슈파이어, 뷔르츠부르크, 마인쯔, 만하임, 하이델베르크 등 말 그대로 독일 각지에서 와서 참석했으며, 같은 날 6시 베를린의 촛불 집회, 7시 파리의 촛불집회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배후세력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여실히 입증했다.
▲ 프랑크푸르트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인들 ⓒ최은희(게머스하임대 박사과정)

촛불집회 주최자인 박정아(29, 뷔르츠부르크대 석사과정)씨는 "집회신고를 위해 경찰에 갔는데, 경찰이 집회주최자가 단체가 아니라 개인이라는 말을 듣고 몇 번이나 다시 물어보며 놀라워했다"며 한국 정부가 전 국민의 민의를 단순한 '괴담'과 배후세력론으로 일축하는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5시 정각 호른, 콘트라베이스의 연주와 함께 울려 퍼진 애국가는 고국의 가슴 아픈 현실과 고국에 대한 향수로 참석자들의 가슴을 훑어 내렸으며, 최근 한국에서 화제가 된 "어느 의경의 눈물"이라는 시를 대독할 때는 낭독자와 참가자들이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또한 한국과 독어로 낭독된 쇠고기 재협상 촉구 및 촛불시위 강경진압 반대 성명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전 독일에서 300여명이 훌쩍 넘는 유학생 및 한인들이 서명했다.

이번 촛불문화제는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만하임 국립음대생들이 참여해 연주와 노래를 통해 한국의 시민들에게 지지를 보냈으며, '올챙이 송', '오, 필승코리아' 등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개사해 참가자들이 함께 일어나 부르는 등 차분하지만 흥겹게 진행되었다.

이어진 자유발언대에서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회사를 다니는 이성균(35) 씨가 '바빠 죽겠다. 일 쫌 하자!'란 피켓을 직접 만들어 나와 "지난주부터 너무 바빠서 주말에도 출근해 일하고 있다. 어제, 대통령 형이라는 이상득 의원이 '촛불집회는 실직자나, 할 일 없는 백수들이나 참석 하는 것이다'라고 했단 말을 듣고 분통이 터졌다. 부탁한다. 바빠 죽겠다. 일 좀 하자"라고 열변을 통해 큰 호응을 받았다.
▲ 집회 참가자들의 발언 모습 ⓒ최은희

현지 교민인 박소은 씨는 "오늘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고 해 아침부터 김밥을 싸 들고 나왔다. 이런 학생들이 있어 너무 든든하고 감사하며, 유신 시절 엄혹한 탄압아래 보냈던 학창시절이 생각나 감회가 새롭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약 1시간 30분여 동안 진행된 이번 촛불문화제는 행사도중 떨어진 굵은 빗방울에도 130여명의 참가자 대부분이 우산을 펴들고 자리를 지켰으며, 문화제 후에도 자리를 옮겨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집회가 끝난 후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하면서 만난 만하임 국립음대의 최주희(29) 씨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도 아니고, 정권교체도 아니다. 단지 병들어 위험한 쇠고기를 먹기 싫다는 것이고, 평화롭고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들을 때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꼭 수입해야 하면, 옆 나라인 일본이나 대만처럼 안전한 쇠고기를 수입하면 되는 것 아닌가. 왜 우리만 불안한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한심해 했다.
▲ ⓒ최은희

"조국은 땅이 아니다. 땅은 그 토대에 불과하다. 조국은 이 토대 위에 건립한 이념이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사상이며, 그 땅의 자식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다. 당신의 형제 중 어느 하나라도 투표권이 없어 나라 일에 자신의 의사를 전혀 반영할 수 없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교육받은 자들 사이에서 교육받지 못한 고통을 받고 있는 한, 그리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일할 수 있고 또한 일하고자 하는데도 일자리가 없어 가난 속에서 하는 일 없이 지내야 하는 한, 당신에게 당신이 가져야만 하는 그러한 조국은 없다. 모두의, 그리고 모두를 위한 바로 그 조국을 당신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19세기 이탈리아의 학자 주제페 마치니의 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형제 중 어느 하나라도 국가의 폭압으로 인해 나라 일에 자신의 의사를 전혀 반영할 수 없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권력 있는 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발언권을 존중받을 수 없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말할 수 있고 또한 말하고자 하는데도 학력과, 빈부와, 계급차로 인해 무시당하는 한, 우리에게는 우리가 가져야만 하는 그러한 조국은 없다. 우리의 조국이 우리가 가져야만 하는 그러한 조국이길 바란다.
성 명 서

우리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평화적인 집회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이명박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비록 몸은 떨어져 있으나 고국과 가족을 향한 마음을 담아 이곳 독일에서도 꺼지지 않는 촛불을 붙인다.

오늘 우리는 병 걸린 소를 먹지 않으려는 국민의 당연한 요구가 전경의 곤봉과 방패로 화답받는 2008년 6월 대한민국의 현실에 분노한다.

오늘 우리는 단지 광우병에 걸리기 싫다는 이유로 거리에 나온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과 자기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임산부와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에 물대포를 쏘아대는 권력의 지팡이인 경찰에 분노한다.

오늘 우리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우리를 섬기는 봉사자가 아닌, 우리 상전인 현실에 분노한다.

그러나, 우리는 시내가 강을 이루듯, 조용한 촛불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믿는다. 촛불이 들불로 번지듯, 폭력과 불의가 일소될 것을 확신한다.

이에 우리 재독 유학생·교민은 현재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정부의 대처에 강력히 항의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같이한다.

1. 이명박 정부는 평화적인 촛불 집회를 물대포와 전경의 방패로 강경진압하는 것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1. 이명박 정부는 평화적인 집회를 보장하고, 민의를 수렴한, 헌법이 보장한 실체적 민주주의 정치를 이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1. 이명박 정부는 이미 고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정에 관한 장관고시를 즉각 철회하고, 원점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관한 재협상을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1. 대한민국 국회는 민의를 수렴하여, 미국산 쇠고기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국민의 식품보건안전에 대한 대책을 신속히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친일과, 5.6공을 거치며 그들이 자행한 권력의 시녀 노릇을 온 국민이 잊지 않고 있음을 명심하고, 진정한 언론인의 자세로 펜을 잡을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

대한민국 시민을 한없이 지지하며,
2008년 6월 7일
재독 유학생·교민 김원희 외 394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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