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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의 매력은 '전략적 모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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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의 매력은 '전략적 모호성'"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25] '나의 햄릿 강의' 펴낸 여석기 고려대 명예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그 중에서도 세계적인 비평의 대상이며 가장 자주 무대에 오르는 희곡, 바로 햄릿입니다. 특히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라는 독백은 햄릿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잘 알고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60년 넘게 셰익스피어 연구에 몰두해온 원로 영문학자가 다시 '햄릿'에 주목했습니다. 최근 '나의 햄릿 강의'라는 저서를 펴낸 고려대 여석기 명예교순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여석기 교수와 함께 오랜 세월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 햄릿의 매력은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여석기 고려대 명예교숩니다! 여석기 교수는 1922년 경북 김천 출생으로 1953년부터 30여 년간 고려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한국영어영문학회와 한국셰익스피어학회 회장을 지냈고 국제극예술협회(ITI) 한국 본부위원장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과 재단법인 국제교류 진흥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랑 연극상, 대한민국 국민훈장 모란장, 은관 문화훈장 등을 수상했고, 저서로는 『현대 영문학사』,『한국 연극의 현실』, 『셰익스피어 명작선』, 『햄릿과의 여행 리어와의 만남』 등이 있습니다.

박인규 :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세가 좀 되셨는데 건강은 괜찮으신지요?

여석기 : 네, 지금 80대 중반입니다.

박인규 : 저희가 이 프로그램을 3년 반 했는데 저희가 모신 출연자 중에서는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 인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저희가 찾아뵙고 인터뷰를 했어야하는데 이렇게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여석기 : 아이, 바쁘신데요.

박인규 : '나의 햄릿 강의'란 책을 최근에 내셨어요. 햄릿에 관한 책을 처음 내신 것은 아니지요? 그 동안 내신 적이 있으시죠?

여석기 : 뭐, 없다고 해야 되겠지요. 왜냐할 것 같으면 부분적으로 쓴 것은, 논문이나 이런 것은 있지만 한권의 책의 형식으로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인규 : '나의 햄릿 강의', 햄릿에 관한 책을 하나의 책으로 묶겠다고 생각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 ⓒ프레시안

여석기 :
글쎄 그 특별하다는 게 나한텐 별로 특별한 건 아니고요. 그 동안 셰익스피어가 쭉 연구랄까 가까이 하면서 무언가 하나 쓰긴 써야 안 되겠느냐 이런 생각이. 정년퇴직하고 난 뒤에, 벌써 정년퇴직하고 20년이 지났습니다만 난 뒤에 그런 생각은 막연하게 있었는데. 작년에 뭔가 지금 현재 내 힘이 닿는 범위 내에서는 하나 써 봐야 되겠다. 그래가지고 이제는 내가 무슨 연구 논문이다 이런 것을 발표 할 수 있는 그런 나이는 지났고요. 그래서 내가 지금 학생들한테 과거 가르치던 그 학생들이 아니고 지금 학생들한테 햄릿을 시간을 들여서 강의를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것을 머릿속에 넣고. 그래서 제목은 출판사나 바깥에서 정해준 게 아니고 내가 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쓴 것은 제목부터 먼저 정해 놓고 썼어요. 그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하니까 책으로 나오면 교실에 전공하는 영문학과 학생만 상대로 해가지고서는 일반성이 좀 적겠다. 그래서 이걸 조금 더 교양서적인 말이에요. 아까도 말씀 하셨지만 햄릿이란 건 원래 유명한 작품이니까. 자주 접하질 않더라도 대개는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조금 독자들 위해가지고 일반적인 교양서적 요소를 좀 가미를 시켜야 되겠다. 그것 하나하고. 또 하나는 지금 이력 말씀해 주셨는데. 제가 연극 현장하고도 그 동안에. 뭐 요샌 좀 뜸해졌습니다만. 그 동안에 관계가 많았거든요. 지금도 햄릿 같은 건 상연하고 있습니다. 근데 요새 하는 것은 좀 포스트 모던하게 가는 게 되서 나도 좀 따라가기 힘들다고 느끼는 게 많은데. 여하튼 연극하는 분들한테도 이 햄릿이라는 작품의 기본에 대해서는 조금 무언가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해드리는 게 좋겠다 이런 생각도 하고 그러니까 조금 다목적으로 쓴 책입니다.

박인규 : 이번 책에 대한 서평을 보면은. 햄릿에 대한 여석기 교수님 자신의 입장보다는 여러 가지 곳의 각지의 비평가나 이런 분들의 견해를 많이 소개를 하셨다. 이렇게도 서평을 했더라고요?

여석기 : 그런 평도 나올 수 있는데. 내가 무슨 햄릿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생각을 갖고서 쓴다고 한다면 내가 조금 건방진 수작이 되죠. 그리고 학생들이나 연극인들 또는 일반교양인 독자들에게 말이에요. 조금 잘못하면 실수를 할 수 있다. 그건 뭐냐 하면, 하도 이 작품에 대한 여러 가지 비평적인 해설적인 책들이, 연구들이 많이 나와 있어요. 그걸 또 망라적으로 소개한다면 아무 의미 없고요. 그냥 산만하기만하고 의미 없고요. 나는 내 페이스로 가는데 이게 책의 구성이 처음에 서장을 빼고 나면 1막에서 5막까지 각 한 챕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작품을 쭉 이렇게 읽어나간다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중간 중간에 문제가 되는 부분. 또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 부분들은. 아무래도 외부 학자들, 본고장 학자들의 견해들이 있고 하니까 그것을 너무 전문적인 게 아니게 말이에요. 논쟁적이 아닌 정도로 집어넣었고. 그럼 전부 남의 의견만 여기다 섞어 넣었느냐하면 그건 아니고 말이에요. 읽어보시면 알지만 '이건 난 이렇게 생각한다.' '난 이 견해에 내가 동의를 한다.' 이런 부분이 꽤 많이 들어있습니다.

박인규 : 저도 사실은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직업이긴 합니다만, 글을 쓴다는 게 참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거든요. 근데 여 교수님께서 연세가 지금 구십을 바라보시는 나인데 스스로 이런 책을 썼다는 말씀을 들으니까 햄릿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모양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여석기 : 그게요. 참 좋은 질문 하셨는데. 이게 지금 싫은 것을 내가 아무리 내 전공이라 하더라고 싫은 쪽으로 쓸 수도 없고요. 지금 그럴 기력도 없고. 이번에 내가 이 책을 구상을 하면서 될 수 있는 데로 나도 좀 즐겨가면서 쓰자 그런 생각을 하고 일을 진행을 시켰죠.

박인규 : 공자님 말씀이 즐기는 것이 좋아하는 것만 못하다 그런 말도 있던데요. 언론보도를 보니까 1942년도에 동경대 영문학과 들어가시면서 처음 햄릿을 접했고 그러니까 66년간 접하셨고. 또 62년도에 유치진 선생이 햄릿 공연할 때 대본도 직접 번역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여석기 : 예, 그 때 동랑 유치진 선생과 처음 인연이에요. 그 분하고 첫 인연 맺으면서 드라마 센터라는 그 당시 62년에 처음 생긴 게 있지 않습니까? 첫 개관 공연을 하는데 햄릿을 해야겠다. 당신 번역 하나 해 달라. 그 전에도 다른 번역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그…….

박인규 : 다른 번역 대본이 맘에 안 드신 거군요.

여석기 : 아니, 뭐든지 좀 새롭게. 전부 새 부대에다가는 새 술, 뭐 이런 생각을 가지셨던 것 같아. 그게 번역 한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64년에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이 우리나라에서도 행사가 아주 대대적으로 있었어요. 거기에 출판사도 한 몫 거들었거든요. 셰익스피어 전집이 나올 때 햄릿을 기왕 내가 번역한 게 있으니까 그걸 손질해가지고 거기다 실었죠. 그리고 그것이 요 2-3년 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그건 벌써 절판이 되었으니까. 다른 출판사에서 내 주겠다. 이래서 그럼 내가 손 좀 보겠다. 그런 형식으로 번역이 나왔습니다.

박인규 : 저희가 흔히 알고 있는 햄릿 하면 지성은 있으나 결단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사람들을 햄릿형, 돈키호테 형 이렇게 나누기도 하는데요, 60년 간 계속 봐 오신 햄릿이란 인물, 여석기 교수님은 어떤 인물이라고 보십니까.

여석기 : 참 흥미로운 점인데요, 먼저 햄릿을 사색형, 또는 우유부단 형, 실행을 못하는, 그런 타입으로 일단 햄릿이란 인간형이죠. 인간형을 처음에 주창한 사람들이 19세기의 영국 낭만파 시인들, 그쪽으로 시작해서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지식인 중에는, 하나는 햄릿형, 하나는 돈키호테형이라고 한 것은 영국이 아니고 러시아의 문학자 투르게네프입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그 당시에 지적인 분위기라는 것이 그런 분류를 뭔가 행동이 필요한, 그러니까 무슨 이야기냐 하면 19세기로 볼 때는 햄릿은 이런 타입이다 하는 것이 하나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나온 겁니다.

박인규 : 그게 상황에서 본 햄릿이군요.

여석기 : 그런데 그게 굉장히 영향을 많이 줬어요. 그래서 지금도 일반 독자가 독자 아닌 분까지 햄릿 하면 연상을 하는 것이 귀공자이고 우유부단하고 어떤 학자는 우울증에 빠져서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꼼짝달싹 하지 못하는 그런 타입의 인물로 그렸는데 그 뒤에 많이 수정이 되었어요. 특히 20세기에 들어와서는 그런 식으로 반드시 보지는 않습니다. 많이 수정을 했는데 여전히 일반으로 받아들이는 햄릿은 그런 인물 입니다.

박인규 : 여 교수님이 보기에는 햄릿은 어떤 사람입니까.

여석기 : 복잡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명상적이고 우유부단하고 실행성이 없고 그렇지만 지성적이고, 한쪽으로는 대단히 행동적인 면이 있고 말이죠.

박인규 : 제가 어떤 언론 보도를 보니까 내면적 성장을 한다는 측면에 주목을 하셨다고 하던데.

여석기 : 이것은 1막에서 5막을 보면 특히 1막에서 2막 3막 4막 이렇게 가서 맨 마지막에 가서 보면 달라집니다. 이것은 드라마의 진행하는 기간은 특정할 건 없지만 불과 몇 달밖에 안 됩니다. 그렇지만 햄릿이라는 주인공은 내면적으로 굉장히 성장을 했습니다. 이게 어폐가 있습니다. 오해를 살 수 있지만 마지막에 이 극이 끝날 때 햄릿이 죽지 않습니까? 나머지는 침묵,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고 죽을 때 햄릿은 벌써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의 운명에 대해서 체념이 아닌 뭔가 도달한 인간 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데 5막에 가면 뚜렷해 져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말씀 드리면 햄릿은 독백이 유명하지 않습니까? 각 막이 하나씩 있어요. 1,2,3,4막에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게 3막의 사느냐 죽느냐, 영어로 하면 to be or not to be, 그 독백이 가운데가 되고 1,2,3,4까지 그 큰 독백으로 있는데 5막은 없어요. 그래서 제가 책에도 썼어요. 5막의 햄릿은 독백이 필요 없다, 그만큼 성장을 했다는 이야기이죠.

박인규 : 그러니까 햄릿을 사색가형이다 이런 식으로 한 가지로 규정하는 것은 굉장히 무리한 일이네요.

여석기 : 굉장히 닫힌 격이고 여러 가지 다면적인 걸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햄릿은 우리나라에서도 춘향전 아니면 햄릿을 공연할 정도로 인기 있다는 말씀도 하셨죠.

▲ ⓒ프레시안

여석기 :
그건 다른 데에서 소개를 하는데 우리나라도 툭하면 햄릿을 한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가 옛날에 극단들이 순회를 다니죠. 하다가 공연에 실패를 하면 여관 값을 못 내요. 그럼 그때에 어떻게 하냐 하면 유명한 이야기가 있어요. 춘향전을 하면 손님이 모인다, 그 정도로 단골 레퍼토리인데, 햄릿도 말하자면 그런 거라는 거지 우리나라는 햄릿이 1951년 6.25가 난 다음에 처음으로 햄릿을 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없어요. 번역은 1922년에 벌써 나와 있고요.

박인규 : 공연한 건 1950년에 처음 한 거네요.

여석기 : 네.

박인규 : 그 뒤로도 제가 알기로는 여러 가지 번안 공연들이 많이 있었죠.

여석기 : 그 뒤엔 많아요. 요 근래까지도 많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햄릿이 처음 공연 된 게 1600년대 초, 한 400년이 됐는데 계속 공연이 되고 있어요.

여석기 : 영국 본 고장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햄릿을 다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전부 햄릿은 하나의, 그런 의미에서는 일종의 문화 현상 비슷한 걸로 보고 있다고요. 그래서 문화라는 것은 그 나라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 있거든요, 그것과 아무래도 맞물립니다. 그러니까 영국 사람들이 말하는 햄릿은 하나의 어떤 의미에서 기준은 되지만 그게 다른 나라에 가서도 그대로 통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사느냐 죽느냐 이렇게 나오는데, 제일 쉬운 예를 든다면 영어로 to be or not to be입니다. 그걸 우리말 그냥 번역하면 그런 번역도 있어요. 그것도 정확하진 않죠. to be or not to be가 어떻게 to live to die이냐 이 말입니다. 이런 것도 동양에 와서는 그렇게 됩니다. 그러니까 독일어나 불어 같은 경우에는 be에 해당하는 불어나 독일어에는 동사가 있어서 그대로 옮겨버리면 간단해요. 그런데 우리는 be라는 말을 한 마디로 be에 해당하는 말을 우리말로 찾아서 옮기질 못하니까.

박인규 : 영국에서 만들어진 이 연극이 한국은 물론이고 러시아라든지 여러 나라에서 자기 상황에 맞게 재해석되고 재창조되고, 400년 동안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만들어지는 이유는 햄릿의 어떤 매력 때문에 그런 걸까요? 이른 바 고전이기 때문에 그런 겁니까?

여석기 : 고전이라고 그래서만은 아니겠죠. 왜냐하면 고전이라는 것은 많으니까는. 여하튼 매력이 있다, 고 얘기할 수밖에 없죠. 그 매력을 어떤 식으로 당신이 설명하느냐, 그렇게 하지만은, 쉽게 한 마디로 말씀드릴 수는 없고요. 이야기는 표면적인 구조나 전개로 볼 때는 그렇게 불투명성이 없습니다. 얘기 자체가 말이에요, 어렵게 말이에요, 아니면 우리가 따라할 수 없게 진행되는 부분은 거의 없어요. 그런 층위를, 여러 가지 레벨을 우리가 표면적인 레벨과 말이에요, 거기서 조금 더 얘기하면 여러 가지 층위를 파헤치기 시작하면은, 독자나 관객은 말이에요, 그 내면의 복잡함에 때로는 그것이 복잡한 것이 일종의 불투명한 모호성, 이런 식으로 발전할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이 많아요. 세부적으로 비교를 해보자면 여기에 나오는 햄릿의 그림하고, 요 다음 번에 나오는 햄릿의 그림하고 어떻게 또 다르냐하는 이런 문제가 생기거든요. 근래에 미국학자 한 사람이, 유명한 사람입니다만, 특히 햄릿이라는 작품을 두고 이것을 갖다 그 사람의 말투로 따지면, 전략적인 말이에요, 전략적인 모호성, 불투명성이라고 그랬거든요. 그걸 설명을 해놨는데 오히려 그걸 뒤바꿔서 얘기하면, 그게 하나의 매력이다, 복수 비극이 그 당시에 셰익스피어 시대의 영국에 많았습니다. 많았는데, 복수 비극의 주인공 같이 말이에요, 단순하게 복수를 해 가지고, 가장을 했다, 그러고는 틈을 탔다, 그래서 복수를 가맹했다, 이렇게 되면, 직선적으로 진행이 돼 버려요. 근데 이게 그 중간에 여러 가지가 끼어 들어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 부분을 갖다가 설명하는데 전략적인 모호성이다, 불투명성이다.

박인규 :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 남겨놓는 거군요.

여석기 : 그것도 하나의, 그 사람만 얘기한 건 아니지만 하나의 설명으로써 되죠.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고려대 영문학과 여석기 명예교수와 함께 햄릿에 관해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 오늘은 최근 저서 '나의 햄릿 강의'를 펴낸 여석기 교수와 함께 오랜 세월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 햄릿의 매력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교수님, 책을 보니까 말이죠, 이게 햄릿이란 희곡뿐만 아니라 햄릿이 어떻게 연극으로, 어떤 영화로 나왔는가 하면서 소개를 해 드렸어요. 근데 요즘 젊은 분들은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까, 로렌스 올리비아가 만든 영화, 프랑코 제피렐리가 만든 영화, 또 최근 반응 몇 가지해서 소개를 해 주셨던데요, 소개를 좀 해주시죠.

여석기 : 거기서는 옛날 같으면 맨 마지막 장에 연극과 영화에 대해서 좀 언급을 했습니다. 했는데, 그 중에서 영화 쪽은 우리가 비디오로도 지금 구해서 볼 수 있는 거거든요. 지금 시중에도 올리비아는 48년에 영화를 찍었는데, 지금도 시중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요. 그런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올리비아의 햄릿에서 최근에는 2000년대, 그러니까 불과해야 6-7년 전, 7-8년 전에 아주 현대적인. 그건 덴마크라는 나라는 안 나옵니다.

박인규 : 뉴욕을 소재로 해서.

여석기 : 뉴욕의 어느 대 회사를 해 가지고 만들어 놓은 것까지, 그건 아주 포스트 모던적이죠. 여러 개가 있어요. 그 중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어렵고 아마존 닷컴을 통해서 얼마든지 살 수 있습니다. 영어가 아닌, 또 영어도 대개는 자막이 깔려 있으니까, 보기에 편리하죠. 그냥 귀로 들으면서 자막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소련시대, 러시아 것이 한 개 있어요. 근데 코진체프란 사람이, 그러니까 올리비아 것이 있고, 코진체프 것이 있고, 그 다음에 영국에 하나 있는데 그것도 구하면 구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거는 무대를 영화로 그대로 옮긴 거라서 뺐습니다. 빼고, 그 다음에 제피렐리 것이 있고. 그건 할리우드에서 만든 두 번째죠. 그리고 네 시간짜리가 있습니다.

박인규 : 브래너 감독이 만들었다는?

여석기 : 예, 브래너가. 네 시간짜리는 전부 다, 전부 다 라는 것은 현대 에디션, 현대판에 다 들어 있는 것을 다 그대로 한 것이 있어요. 그러니까 네 시간 걸려요. 그리고 아까 말씀 마지막에 루마이아란 사람의.

박인규 : 뉴욕을 소재로 한 포스트 모던한 햄릿.

여석기 : 그 다섯 편을 지면 관계로 해서 간당간당하게 소개를 했습니다. 거기서 소개를 좀 길게 하려면 상당히 지면을 차지하죠.

박인규 : 다섯 편의 영화중에서 햄릿의 원 맛을 느낀다고 하면 아까 말씀드렸던 브래너 감독의 영화가 제일.

여석기 : 그건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박인규 : 다릅니까?

▲ ⓒ프레시안

여석기 :
다른데, 지금도 여전히 올리비아 것을, 올리비아 것이 제일 눈에 익을 거예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처음에 이 햄릿을 영화로써 말이에요, 영화로써 보기에 제일 우리들의 눈에 익고 귀에 익는 것은 제피렐리 거고, 올리비아 거는 이제 고전이 됐습니다. 영화라는 건 한 60년이 되면 완전히 고전이니까요.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는 소련 시대에 러시아에서 만든, 그거는 상당히 반 스탈린적인, 반 전체주의적인 색채를 띠고 있고, 아주 내면적으로 파고 들어가 있는데, 코진체프라는 사람의 영화를 난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박인규 : 교수님은 영문학을 60년 이상 공부를 해 오셨는데요, 영문학 하면 시도 있고, 소설도 있는데 특별하게 연극 쪽에 시작하시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여석기 : 예. 대개 영문학에서 시라든가 소설이라든가 희곡이라든가, 그러니까 드라마 쪽을 가르치는 분들이 꽤 있어요. 각 대학에 한 두 분씩은 있어요. 있는데, 요새는 조금 달라지긴 했습니다만, 내가 교단에 있을 때만 해도 드라마를 가르치는 분들이 말이에요, 현장의 연극을, 특히 우리 연극 쪽을 부지런히 본 분들은 없었다고 봐요. 그런데 나는 어떻게 연극을 좋아하다 보니까는, 양다리를 걸친 셈이 됐죠. 그래서 연극 쪽에서도 꽤 관계가 많습니다.

박인규 : 요즘 연극이 위기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는데, 연극의 가장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햄릿에 관한 책을 내셨으니까, 연극의 매력이랄까요, 그런 것들을 요즘 젊은 사람들을 위해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석기 : 한마디로 말씀드리기 힘든데, 첫째는 연극이 요새 고전을 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다 하는 것은 40년 전에도 그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얘기는,

박인규 : 언제나 있었군요.

여석기 : 예, 언제나 있었어요. 언제나 사정은 어려워요. 어려운데, 그런데 어려우면 죽었어야 되는데, 안 죽어. 안 죽는 것이 소위 라이브, 배우들하고 객석하고 교류를 하거든요. 다른 매체 가지고는 불가능합니다. 텔레비전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그걸 딱 막고 있는 거거든요. 역시 그것이 관객과 객석의 교류라는 그런 의미에서 또 하나, 연기의 맛이라는 것이 역시 무대를 봐야 안다는 것, 그러니까 죽지는 않을 거다, 이 말이에요. 연극의 매력, 지금 그거죠.

박인규 : 연극의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햄릿 강의를 젊은 사람들이 좀 많이 보고, 연기와 함께 느끼고, 연극 관객이 좀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여석기 : 감사합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 오늘은 최근 저서 '나의 햄릿 강의'를 펴낸 여석기 교수와 함께 오랜 세월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 햄릿의 매력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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