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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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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벚꽃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


화개는 꽃으로 출렁거렸습니다. 구례 쪽에서 오는 길도 벚꽃으로 흥청거렸고 진주 쪽에서 오는 길도 벚꽃으로 흥건하였습니다. 밀려드는 차량 행렬로 인해 화개를 향해 가는 길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쌍계사 계곡을 향해 올라가는 길도 느린 속도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느린 속도로 벚꽃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게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벚꽃 길을 전속력으로 달려간다면 어떻게 꽃의 아름다운 빛깔과 자태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겠습니까.

화개를 향해 가는 동안 내내 동행을 해준 섬진강 물굽이처럼 우리 생도 천천히 곡선을 이루며 흘러가기를 나는 바랍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남아 있는 우리의 생도 섬진강 모래처럼 순하고 부드럽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벚꽃은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입니다. 벚꽃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강렬한 향기를 내뿜는 것도 아니고, 탐스러운 꽃송이를 지니고 있지도 않습니다. 모양도 그렇고 향기도 그렇고 그저 잔잔하고 소박할 뿐입니다. 그러나 사월 화개의 꽃길 속에 서 있으면 우리는 벚꽃이 주는 황홀함에 매료되어 버리곤 합니다. 은은한 아름다움이 얼마나 깊고 화사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화개 사월은 벚꽃으로 아름답게 출렁거리고 우리도 꽃과 더불어 출렁거립니다. 누르고 눌러도 다시 고개를 쳐들고 일어서는 뜨거운 것들이 우리 속에 있음을 압니다. 이것들을 안고 가는 우리 생애가 부디 화려하기보다 은은하게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강렬하기보다 잔잔하게 향기롭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아직도 남은 향기가 있다면 그 향기 오래 가기를 바랍니다.

(매주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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