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와 정부 부처 장관을 모두 해임하고 후임 총리로 빅토르 주브코프(66) 연방 금융조사단장을 지명했다.
일단 이번 개각은 12월 총선과 내년 3월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선거용 내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총리 지명자가 의외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부흥을 이끌었다는 평가에 힘입어 집권 8년차에도 지지율 80%가 넘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절정이지만, 내년 5월이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3선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가에서는 현재 55세에 불과한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절대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현실에서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차차기 대선(2012년) 때 푸틴이 다시 출마해 권좌에 복귀할 것이며, 그 공백 기간에 '꼭두각시 후계자'를 대통령으로 심어둘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를 위해 대선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후계자를 총리로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푸틴의 측근으로 국방장관을 역임한 이바노프 제1부총리가 이번 개각에서 총리로 지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푸틴 대통령도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할 것이라고 밝혀왔는데, 누가 후계자로 지명되든 당선이 확실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주브코프가 후계자로 선택돼 푸틴이 대통령이 되었던 과정을 반복할 것이라 보기도 한다. 1999년 8월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던 푸틴을 총리로 전격 발탁한 뒤 그 해 12월 아예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푸틴을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는 깜짝인사를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주브코프를 푸틴처럼 독자적인 힘을 가진 인물로 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이 후계자를 지명함으로써 초래될 우려가 있는 레임덕을 최대한 피하는 한편, 꼭두각시에 불과한 '기술적 총리'를 두고 퇴임 직전까지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후계자 후보들을 끝까지 서로 경쟁시키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에서 유일한 정치인"
<AP> 통신은 러시아 야권 인사들의 발언들을 인용, "푸틴이 주브코프를 총리에 임명함으로써 보낸 주된 메시지는 러시아에서 유일한 권력의 원천이 자기 뿐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푸틴이 마음만 먹으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하루아침에 국방장관도 될 수 있고, 총리도 될 수 있는 현체제에서 푸틴은 '러시아 유일의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적인 힘이 없는 인물을 총리에 지명한 푸틴의 이번 인사는 공식적으로 자신의 임기가 끝난 뒤에서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정치분석가 세르게이 미헤예프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브코프는 푸틴이 선택한 후계자가 아닐 것"이라면서 "당초 후계자가 총리로 지명될 것이라고 보았지만, 이번 개각으로 더 복잡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는 게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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