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올해 연말 미국 대선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검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그가 흑인으로서 미 대선 사상 가장 강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를만큼 매력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아버지의 고향인 케냐의 스와힐리어로 "축복받았다"는 뜻인 자신의 이름 '버락'대로 '벼락' 같은 축복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은커녕 민주당 경선 승리도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오바마에게 그 '벼락' 같은 축복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8일 미국 최고의 정치명문인 케네디 가문이 오바마를 '제2의 케네디', '흑인 JFK' 로 부각시키며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백인 오바마' 에드워즈, 전격 사퇴
이어 30일에는 민주당 경선에서 3위를 달리고 있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중도 사퇴를 선언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당 경선은 이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오바마 상원의원의 양강 구도가 굳어져 있지만 에드워즈의 거취는 양강 구도의 균형을 뒤바꿀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어 왔기 때문이다.
에드워즈는 일단 힐러리와 오바마 중 어느 편을 지지하느냐를 밝히지 않고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지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에드워즈는 경선 과정에서 힐러리의 강점인 경륜과 지식보다 오바마의 강점인 '젊음과 변화'를 강조하고, 힐러리가 찬성한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오바마와 비슷한 성향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에드워즈가 중립을 지키더라도 에드워즈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대부분 오바마에게 쏠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에드워즈는 "지금은 역사가 그 길을 밝히도록 내가 비켜서야 할 때"라며 "누가 최종적으로 백악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딛게 될지 모르지만 민주당이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민주당의 대선승리를 염원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힐러리 클린턴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버락 오바마 후보의 상승세가 워낙 강해, 지난 26일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오바마, 힐러리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치자 중도사퇴하는 대신 민주당의 최종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2월 5일 미국 50개 주 가운데 22개 주의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슈퍼화요일'을 앞둔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오바마 후보가 주요 경선지에서 힐러리 후보에게 비교적 큰 차이로 뒤지고 있다.
케네디 가문, 오바마 총력 지원
이에 따라 오바마 후보가 '슈퍼화요일'을 앞두고 큰 호재들을 맞게 되었어도 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케네디 가문은 공개 선언 직후 오바마를 화끈하게 밀어주고 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51)은 지난 26일 '내 아버지 같은 대통령'이라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시작으로, 28일 오바마 후보의 유세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선거광고에까지 직접 출연해 오바마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캐롤라인은 아버지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사용한 선거광고에서 "한때 우리에게는 미국에 대해 희망을 갖게 하고 위대한 일을 하도록 우리를 한 데 묶었던 대통령이 있었다"면서 "오늘 날에는 버락 오마바가 우리에게 같은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항상 아버지가 그들을 어떻게 고무 시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지금 그와 같은 흥분을 느끼고 있다"면서 "버락 오바마는 미국을 끌어올리고 우리를 다시 하나의 나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광고는 사실상 당내 경선 판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슈퍼화요일의 대결전을 앞두고 뉴욕과 필라델피아,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과 같은 대도시 지역에 집중 방영되고 전국을 방영권으로 두고 있는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케네디 가문을 대표하는 7선의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도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오바마 후보의 선거 유세를 적극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힐러리 부부 너무 설쳐댄다"
오바마 진영에는 이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반면 힐러리 클린턴 진영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얼굴을 붉히면서 버락 오바마 후보를 겨냥해 인종 문제를 본격 제기하고 나선 이후 민주당 안팎의 진보적 인사들이 오바마 지지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겠다는 욕심에 눈이 먼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이 너무 설쳐댄다는 것이다. 힐러리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조차 "대통령이 되려는 첫 여성이 결승에 끌어다 달라고 남편에게 그렇게 공개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빌 클린턴에게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보낼 정도로 흑인 지지표를 끌어다주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흑인 작가 토니 모리슨조차 힐러리에서 오바마 지지로 돌아섰다. 모리슨은 "힐러리의 지식과 정치에 대한 식견을 높이 샀지만 이제 오바마의 비전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민주당을 인종별로 편가르기 하고 있는 클린턴 집안은 더러운 승리를 택한 게 분명해 보인다"며 "열렬하게 클린턴을 지지했던 골수 민주당원들의 뺨을 때리는 격"이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클린턴 행정부의 초대 노동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구시대의 가장 나쁜 면을 부각시킨 선거운동에 분노보다는 슬픔을 느낀다"고 적었다.
공화당 줄리아니는 메케인 '원군'으로
한편 공화당에서도 4위권 이하로 추락한 공화당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경선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현재 공화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매케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뉴햄프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이어 플로리다 경선까지 잇따라 승리하며 선두자리를 다지고 있는 매케인은 확고한 1위 자리를 누릴 수 있는 원군을 얻게 됐다. 반면 3강 구도를 이뤘던 미트 롬니와 허커비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줄리아니는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연고가 없는 초반 경선지를 외면하고 '슈퍼화요일'을 앞둔 마지막 초반 경선지인 플로리다 주에 1위를 차지하며 대세를 몰아가겠다는 전략이 처참하게 실패로 끝나자 경선 포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줄리아니도 "대선 경선에서 참패한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털어놓았다.
줄리아니는 지난 2001년 9.11사태 당시뉴욕시장으로서 원만하고 완벽한 사태수습을 통해 '세계의 시장'이라는 명성을 얻었고,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뒤 한때 공화당 전국 지지도 1위 자리를 고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낙태할 권리를 옹호하고 총기 소유를 반대하는가 하면 동성애를 지지하는 노선으로 공화당 핵심세력인 보수주의자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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