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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생각하라…중국이 앙갚음할 것이다'

주중 대사관, 故 황정일 공사 가족에 '협박과 회유'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고(故) 황정일 정무공사 사망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자극하면 중국이 아들에게 앙갚음 할 것'이라며 유가족을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에 따르면 대사관은 또 황 공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병원 측이 유가족 면담을 원하는데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접촉을 차단하고, 국회 국정감사를 전후해서는 이 사건의 이슈화를 막기 위해 가족들을 '회유'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유가족들의 증언에 따라 본 주중 한국대사관의 사건 발생 이후 대응태도이다. (☞관련 기사 : "소처럼 일했는데"…이제와 '알아서 협상하라'고? / 외교관 사망사건, 외교부 "정부가 나설 성격 아니다")

■ '협박'

유족들이 충격적인 말을 들은 것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주중 한국대사관 국정감사가 끝난 다음 날인 작년 10월 21일이었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이 문제로 한중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당시 중국에 거주하고 있던 황 공사의 아들 문제을 거론했다.

'(김하중) 대사가 내심 크게 걱정한다. ○○(황 공사의 아들) 문제를 생각해라. 중국이 체면을 많이 깎이게 되면 ○○에게 입국제한을 포함해 중국 관련 상응조치를 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만약 우리가 중국을 너무 자극하면 중국이 ○○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이쯤에서 사태를 조용히 마무리 짓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인과 가족들은 물론 중국의 명예마저 실추시키는 대사관 직원의 이같은 말에 유가족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유가족들은 며칠 뒤 대사관에 '커 가는 애를 가지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편지를 보내 따졌으나 답장을 받지는 못했다.
▲ 영결식에 참석한 유가족들 ⓒ연합뉴스

■ '회유'

그에 앞선 9월 28일 유가족에게 '병원-대사관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단서가 달린 전권위임장을 요구했던 대사관은 유족들이 그를 거부한 후부터 '교섭해 봐야 소용없다'는 태도로 나왔다.

대사관의 한 직원은 10월 2일 유족에게 보낸 메일에서 병원으로부터 '위로금'이 아닌 '보상금'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것에 대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족할 수는 없지만 사건을 빨리 종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해 대사관을 철썩 같이 믿어왔던 유가족들을 절망케 했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다가오자 대사관의 태도는 돌연 부드러워졌다. 자신들이 사건 해결을 위해 여전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유가족들에게 대사관에 대한 믿음을 다시 갖도록 유도한 것이다.

한 대사관 직원은 10월 16일 유족에게 편지를 보내 "병원 측의 추가 동태를 살펴보며 가족의 결정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전개해야 한다"라며 "금주 말(국감일)까지 중국 반응을 봐가면서 병원이 계속 정신을 못 차리면 다음 주 초에라도 1차 행동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힘들어도 조금 참고 공사님을 생각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투쟁해 나갈 것이니 지켜봐 달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사관측은 17일~19일에도 가족들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한 유족은 "당시 대사관의 태도는 황송하기까지 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투쟁'하겠다던 대사관은 국감이 지나간 바로 다음 날 '아들을 생각하라'는 전화를 걸어 옴으로써 유족들이 할 말을 잃게 했다.

■ '기만'

그 후 대사관은 11월 28일 메일을 통해 '유가족들이 개인 신분으로 병원과 교섭하라'고 통보, 협상에서 사실상 손을 놨다. 이어 외교부는 올 1월 9일 유가족들에게 '알아서 법적 대응을 하거나 병원과 직접 협상하라'는 공문을 보내 그같은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 사이 대사관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대사관은 11월 9일 유족에게 서신을 보내 "유가족이 삼성생명의 외교관 신변안전보험 관련 신청을 할 경우 대사가 보험금 지급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알려왔다.

다만 거기에는 중요한 유의사항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바로 "보험금을 받은 후에 의료사고 소송을 제기할 경우 (삼성생명이) 어떤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며칠 후 삼성생명에 관련 사항을 확인해 본 결과, 삼성생명은 대사관이 그같은 서신을 보내 온 바로 그 날 이미 '보험금 지급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외교부에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유가족은 "대사관은 이미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인 양 우리를 우롱했다"라며 "그런 속임수를 통해 협상을 적당히 마무리하고 의료사고 소송을 막으려고 한 것이다"라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 김하중 주중 대사는 작년 8월 24일 '한중수교 15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중국 당국에 황 공사 사건의 원만한 처리를 바란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했다. 그러나 그 뒤 보여준 대사관의 모습은 유가족들을 절망케 했다. ⓒ연합뉴스

■ 병원-유가족 접촉 차단

그 외에도 유족들은 대사관이 병원과 유가족의 접촉을 수차례 막으며 정확한 상황판단을 할 수 없게 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대사관은 영결식 하루 전인 8월 13일 병원 관계자가 대사관 직원에게 연락해 황 공사 자택을 방문해 위로의 뜻을 전하고자 했을 때 '사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접촉을 차단했다.

병원은 9월 8일에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위문을 표시하고, 위문금을 지불하기 원한다. 이에 대한 유족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알고 싶다"는 내용의 서신을 가족들에게 작성해 대사관에게 전달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사관은 유족들에게 그런 서한의 존재 자체를 숨겨 오다가 10월 하순에 가서야 내용을 알려줬다.

병원은 이어 10월 22일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병원 관계자가 25일 방한해 유족을 만나는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오히려 대사관 직원은 유족-병원 간 입장차가 크고 대사관은 유족으로부터 위임을 받지 못해 관련 협의를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 '모욕'

또한 대사관은 유가족들이 위로금이라는 명목과 규모에 대해 거부의 뜻을 표하자 끝내 해서는 안 될 말까지 내뱉으며 유가족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10월 21일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온 대사관 직원은 '(유족 대리인) 홍길선 씨가 산출한 (보상금) 10억~20억(원) 요구는 과욕'이라며 병원에서는 10만 달러(약 9000만원) 이상의 위로금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유족들이 동의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 직원은 '그렇다면 유가족은 고인의 명예가 아니라 돈을 위해서 이러는 것이냐'고 말해 가족들을 모욕했다.

한 유가족은 "보상금을 받아도 우리가 어떻게 쓰겠나"라며 "고인의 모교에 장학금으로 출연할 생각이었는데 '돈을 바라서 이러느냐'는 말을 들으니 고인을 또 한 번 잃은 것 같은 비통한 심정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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