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한 병원에서 숨진 황정일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 사건과 관련해 외교통상부가 "정부가 나설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해 유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관련 기사 : "소처럼 일했는데"…이제와 '알아서 협상하라'고?)
조희용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황 공사) 사망 이후 절차에 관해 외교부로서 나름대로의 절차를 진행해 왔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협상할 성격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현재 정부가 나서서 협상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중국 병원과 주중 한국대사관의 협상이 끝났음을 시사했다.
김하중 대사의 편지는 뭔가?
그러나 유가족들은 대사급 외교관이 임지에서 의료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정부가 그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도의적으로 잘못됐을 뿐더러, 실제 주중 한국대사관이 가족들을 대신해 협상해 왔다는 사실과도 배치된다고 정면 반박했다.
실제로 <프레시안>이 입수한 지난 9일자 외교부 공문에서는 "주중 대사관측에서 병원측과 협의를 진행하였으나"라는 대목이 있어 대사관이 사고를 낸 베이징 비스타클리닉과 협상을 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증거는 수없이 많다. 지난해 7월 29일 황 공사가 링거액을 맞던 중 사망한 이후 현재까지의 전 과정이 사실상 대사관과 병원의 협상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유가족들이 지난해 12월 31일 외교부 장관 앞으로 진정서를 보내기에 앞서 김하중 주중 한국대사 앞으로 보낸 편지에 대한 김 대사의 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대사는 답장에서 "(가족들이) 괜찮다면 대사관 직원을 (서울로) 보내 그간의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향후 대책도 협의하자"고 답했다.
이어 김 대사는 실제로 대사관 직원 2명을 지난달 13일 서울로 파견했고, 직원들은 유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간의 협상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았다.
"협상 실패하니까 원래부터 협상할 게 아니었다고?"
대사관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가족들에게 '모든 협상을 (대사관이) 알아서 할 터이니 가족들은 조용히 장례식이나 치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취해왔다.
일례로 대사관 직원 3명은 작년 9월 10일 병원 이사장 및 의무총감 등과 면담, 병원이 제안한 위문금 액수 및 병원 관계자의 한국 방문과 관련한 입장을 교환하는 '협상'을 진행했다.
병원은 같은 달 13일에도 대사관 직원에게 연락해 유족 면담을 제안하면서 전제조건으로 병원-유족간 비망록 작성, 병원 관계자 방한시 언론 보안 유지 등을 요구해 대사관을 협상 파트너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대사관은 9월 28일 병원과의 협상 내용을 유족들에게 전하며 '어떤 협상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전권위임장을 써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고 황정일 공사의 한 유가족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장례식 때부터 모든 협상을 맡기라고 해서 조용히 지내왔다"며 "이제 와서 협상할 게 아니라고 하는 것은 협상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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