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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입 닥쳐' 발언은 스페인 국왕의 월권"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87> '품위 잃은 스페인 국왕' 누리꾼들 맹비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향해 "입을 닥치라"며 얼굴을 붉힌 후안 카르로스 스페인 국왕의 돌출행동을 놓고 스페인의 진보적인 언론매체들이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관련 기사 : 스페인 국왕은 아직도 중남미 제국의 황제인가)

일부 매체들은 민주주의 국가의 정상들이 모이는 정상회담에서 스페인 국왕에게 발언권을 줘야 하느냐는 외교적인 문제까지 들고 나왔다. 공식적인 발언권도 없는 '의전상의' 국왕이 정상회담장에서 외국의 국가 원수를 향해 공개적으로 막말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지적이다.

이같은 논란은 스페인과 중남미 스페인어권의 누리꾼들이 가세하면서 국왕 무용론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
▲ 스페인 국왕(오른쪽)이 차베스의 발언에 '입을 닥치라'고 말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스페인의 대다수 보수언론들은 지난 10일 칠레에서 열린 제17차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 폐막식장에서 차베스와 언쟁을 벌인 카를로스 국왕의 손을 들어주었다. "차베스를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것은 국왕으로써 적절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 스페인 총리의 발언을 듣다 못해 반박 발언을 신청하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그러나 스페인 내 진보성향의 언론들은 현지 정치평론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국왕의 돌출행동은 외교적인 품위를 잃은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라 레뿌블리까>나 <레벨리온>, <라 누에바 에스빠냐>같은 인터넷 매체들은 국왕의 행동이 월권에 해당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들 매체들은 입헌군주주의를 택하고 있는 스페인은 국왕이 상징적인 국가원수일 뿐 주권은 국민들에게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국왕을 비판했다. 특히 정치적인 실권이 없는 국왕이 스페인 국내가 아닌 외국원수들이 모인 정상회담장에서 다른 나라의 정상을 향해 흥분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외교적인 결례라고 주장했다.

또 카를로스 국왕이 그곳에 모인 모든 정상들이 민주적인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과, 자신만이 유일하게 그런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이들 매체들은 스페인 국민 중 어느 누구도 국왕이 외국에 나가 정치적인 활동이나 외교적인 발언을 하도록 권리를 부여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카를로스 국왕의 돌출행동과 막말 발언은 월권이었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12일(현지시간) <라 누에바 에스빠냐>가 '차베스, 국왕의 쿠데타 개입설 주장'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내자, 스페인은 물론 중남미 스페인어권 국가들의 누리꾼들은 카르로스 국왕의 신중치 못한 행동을 성토하는 글로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물론 국왕을 지지한다는 글과 차베스에 대한 비난도 가끔씩 눈에 띄지만 대다수는 국왕을 비난하는 글들이다.

만일 한일정상회담장에서 한국 대통령이 "과거 식민지정책을 비난하며 당시 관료들을 파시스트들이며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고 비난했을 때 일왕(日王)이 나타나 "입을 닥치라"라고 했다면 한국의 누리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상해보면서 스페인 누리꾼들의 대표적인 댓글 몇 개를 간추린다.

"자신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 국왕은 허접 쓰레기(basura pura)다."

"제발 누가 저 왕 좀 물러나라고 얘기해라."

"국왕이 가지 말았어야 할 곳을 갔다. 그는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만일 그가 정치를 하고 싶다면 정당을 만들고 선거를 통해 국민적인 심판부터 받아라."

"군주주의자가 기본적인 소양과 도덕성을 겸비하지 못하면 쓰레기에 불과하다."

"국왕은 스페인제국이 없어진 것을 망각한 모양이다. 스페인에서 누가 과연 국왕을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향해 입 닥치라고 말하도록 그곳에 보냈는지 묻고 싶다."

"나는 왕을 뽑는다는 말도 듣지 못했으며 투표도 해보지 않았다. 따라서 국왕이 외교적인 자리에서 결례를 범한 것 같다.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인 차베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후안 카를로스 군주는 외국의 정상회담 참가 등 외교적인 활동을 접고 집에 가서 손자나 돌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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