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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치는 베네수엘라 개헌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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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치는 베네수엘라 개헌 정국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85> 야권의 반대 불구 개헌 확정될 듯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추진중인 '21세기형 신사회주의 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베네수엘라 국립선관위(CNE)로 넘겨졌다. 신헌법 개정안을 접수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2월 2일 국민투표를 통해 찬반을 묻겠다고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국회는 지난 8월 16일부터 각계각층을 총망라한 합동개헌심사위원회를 발족시켜 사회 각분야 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2일 최종적으로 69개 항목에 달하는 개헌안을 확정, 선관위로 넘겼다.

당초 차베스 정부는 33개 항목의 개헌안을 국회에 상정했었다. 그런데 국회는 심의과정 에서 36개 항의 개헌안을 더 추가해 전체 항목이 69개로 늘어났다. 따라서 선관위는 찬반 국민투표 용지를 두 장으로 나누어 차베스 정부안과 국회안을 따로따로 기표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개헌심사위원회는 야권과 반(反)차베스계 학생들의 토론 참여를 유도했지만 야권 정치인들과 학생들은 토론 자체를 거부했다. 이들 반차베스계 인사들은 개헌안 국민투표 일정이 발표되자 국민투표 연기를 주장하며 극렬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국민투표 연기를 외치며 시위중인 반차베스계 학생들 ⓒ베네수엘라 국영 <아베엔에> 통신

그러나 시위현장에서 터져 나온 구호나 야권의 주장을 살펴보면 개헌 반대에 대한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차베스계 학생들은 무조건 국민투표 연기를 주장하고, 일부 야권은 개헌 반대를 위해 국민투표 자체를 거부하자고 외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국민투표는 참여하되 반대표 찍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민투표를 앞둔 차베스 측근들은 학생들이나 야권의 반대보다는 오히려 군부의 동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베네수엘라 최정예 공수부대 사령관 출신이자 베네수엘라 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사이스 바두엘 장군이 개헌 반대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바두엘 장군은 "차베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헌 국민투표는 합법을 가장한 쿠데타" 라며 군부의 궐기를 촉구했다.

바두엘 장군의 반차베스 행보가 주목을 받는 건 그가 최근까지 차베스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었다는 것과 그가 정치에 오염되지 않은 강직한 군인으로써 군부의 신망이 비교적 두텁다는 점 때문이다.

그와 차베스와의 인연은 지난 2002년 반차베스 쿠데타 시절부터였다. 당시 베네수엘라 최강 공수부대 사령관이었던 바두엘 장군은 쿠데타 세력에 가담하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통령궁이 차베스의 이너써클들에 의해 전격 접수 되고 쿠데타 세력은 제압당했다.

쿠데타 수뇌부와 대통령궁을 장악한 친(親)차베스계 인사들은 차베스의 안전한 복귀를 고심하고 있었다. 이때 이 소식을 접한 바두엘 장군은 지체하지 않고 차베스가 감금 중이던 라 오칠라 섬에 상륙, 차베스를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으로 복귀시키는 공수작전을 감행했다.

그 후 그는 차베스의 신임을 받아 군부에서 승승장구해 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을 역임할 수 있었다.

"나사못은 새 것으로 갈아 끼우면 된다"

그러나 최근 그의 개헌 반대 선언으로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차베스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합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개헌 국민투표가 쿠데타라고 표현한 바두엘 장군은 내 앞에서 그가 수없이 되풀이 한 선서를 스스로 배반하는 행위"라고 몰아붙이고 "제국주의 게임에 휘말려 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차베스는 이어 "잠수함이 심해로 잠수를 계속할수록 수압이 증가해 느슨해진 나사못은 저절로 빠지게 돼있다"며 "한번 빠진 나사못은 새 것으로 갈아 끼우면 된다"고 바두엘 장군의 이탈을 평가절하하며 군부의 동요를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베네수엘라 군부를 다독거리는 차베스와 함께 정부는 야권의 국민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폭력을 동원한 시위보다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투표에 참여해 찬성이든 반대든 표로 심판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만큼 개헌안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 차베스주의자들의 국민투표 참여 독려와 찬성(Si)표 얻기 운동본부 발대식 장면 ⓒ베네수엘라 국영 <아베엔에> 통신

그렇다면 베네수엘라 전체국민들이 느끼는 개헌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베네수엘라 국립통계학회가 조사한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62.3%의 국민들이 차베스가 추진하는 개헌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차베스가 이번에도 무난하게 개헌에 성공할 거라는 전망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야권은 국민들이 개헌에 대한 이해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새롭게 바뀌게 될 헌법의 내용을 모르는데 국민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학회가 조사한 개헌안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도 여론을 살펴보면 55.3%의 국민들이 상당히 자세하게 개헌 내용을 이해하고 있으며 13.5%는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는 반면 30.9% 정도의 국민들만이 개헌 내용을 자세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0,3%는 무응답으로 나타났다.

또한 차베스의 통치에 대한 평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42.8%가 잘하고 있다고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 20.7%가 차베스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였고 나머지는 무응답으로 결과가 나왔다.

오는 12월2일 국민투표에서 찬(Si)반(No)을 묻게 될 개헌안의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 대통령 임기를 6년에서 7년으로 바꾸고 연임제한 철폐

- 선출직 혹은 국가공무원의 남녀 성차별 폐지

- 대선을 포함한 각종 선거에서 선거운동을 위한 해외자금 유입금지

- 자치단체와 시민운동조직의 활동강화와 자금지원

- 노동자 근로시간을 주 36시간으로 하향조정

- 아프리카후손(흑인)이나 토착 원주민 등에 대한 인종차별금지 (모든 인종이 동일한 베네수엘라 국민임을 인정)

- 신개념의 재산 공동관리법 제정

- 중앙은행의 독립권을 폐지하고 정부가 운영권 행사

- 탄핵 소추 등을 위한 국민투표 조건 강화

- 국가 비상사태 시 언론자유 제한

- 파산자라도 최소한 기본생활권 보장과 주택보호

- 국공립 및 사립대학의 민주적인 평준화

- 대학교육의 무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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