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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무샤라프, 너 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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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무샤라프, 너 왜 그러니"

'안보냐 민주주의냐', 골치 아픈 미국의 선택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최대 동맹국"이라고 추켜세웠던 파키스탄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극도의 혼란상을 보이면서 미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2001년부터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든든한 배후기지였지만, 한편으로는 그 공격 대상인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배후지이기도 했던 파키스탄이 흔들린다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활개 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대테러전'의 실패를 예고한다.

또한 대테러전의 커다란 명분 중 하나인 '민주주의 확산'이 바로 그 전쟁을 앞장서 돕고 있는 파키스탄 무샤라프 정권에 의해 유린됐다는 점도 미국으로 하여금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파키스탄 정국이 급격히 혼미해져 핵무기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경우 파키스탄의 핵무기나 핵기술이 테러조직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게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샤라프 정권의 정신을 차리게 할 카드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 '민주주의 확산'을 명분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조지 부시 미행정부가 야당 지도자를 강제로 구금하는 반민주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무샤라프 정권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로이터=뉴시스

미국에게 무샤라프 말고 누구 있나?

미국은 무샤라프의 권력은 유지시키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등을 정권에 참여시켜 파키스탄의 민주주의가 확립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지난 5개월 동안 해왔다. 그러나 무샤라프가 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써 미국의 그같은 시도는 물거품이 돼버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4일 무샤라프와 부토의 권력 공유를 통해 정국을 안정시키겠다는 미국의 시도가 다시 부활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부토가 더 이상 무샤라프와 같이 할 수 없다고 결정한다면 무샤라프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돌려세우려는 미국의 희망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4일 헌법을 유린하는 무샤라프의 돌출 행동이 부시 행정부에게 '악몽'이 됐지만 백악관은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1년 9.11사태 이후 지금까지 파키스탄에 100억 달러(약 9조원)의 자금을 주로 군사 원조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번 비상사태가 계속될 경우 부시 행정부는 군사원조를 중단한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중동을 순방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 프로그램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무샤라프 외에 믿을 만한 대안 세력을 찾기 힘들어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이 취할 조치는 마땅치 않다.

미국이 무샤라프의 비상사태 선포를 강하게 비난했지만 그에 따른 즉각적인 행동이 나오지 않은 것은 부시 행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백악관은 다만 이번 사태가 금방 끝나길 바라고 있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 육군 참모총장직을 버리겠다는 무샤라프의 약속과 내년 1월 15일 총선을 치르겠다는 약속이 지켜지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파키스탄 전문가인 테레시타 샤퍼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사라프의 행동을 말리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이 무샤라프와 협력을 계속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런 상황을 반영하듯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달 미얀마 사태 때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군사정권을 비난하고 제재 강화를 선언한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파키스탄 "알카에다 제거하려면 2~3년간 선거 잊어라"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조를 재검토하겠다'는 라이스 장관의 으름장은 말로만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5일 무샤라프의 비상사태 선포와 인권운동가·야당지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금 및 탄압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가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지원을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이 파키스탄의 정정 불안 때문에 알카에다 지도부와 파키스탄 서북부 산악지대에 은신하고 있는 탈레반 지도부를 축출하겠다는 미국의 최고 목적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렇게 전했다.

신문은 특히 라이스 장관이 '원조 재검토'를 언급한 직후 부시 대통령의 최대 우려 사항은 "테러리스트들과의 싸움을 지속해서 미국과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이란 말을 세 차례나 반복해 말했다며 발언의 맥락을 바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파키스탄에 간 원조의 일부는 반테러 임무와 직접 관련됐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었다.

이에 앞서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도 3일 "파키스탄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동맹이며 현 시점에서 국가비상사태가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의 선택지가 협소하고 결국은 자신들을 지지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무샤라프 정권의 고위 관리들은 짐짓 '배짱'을 부리고 있다.

타리크 아짐 칸 파키스탄 정보장관은 "그들(미국)은 일부 극단주의자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더 민주적인 파키스탄보다는, 비록 일부 문제가 있지만 안정된 파키스탄을 더 좋아할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나는 우리의 친구들이 뭘 선택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샤라프의 지지자들은 무샤라프 정권이 극단주의자들을 제거할 가장 좋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안보를 원한다면 무샤라프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샤라프의 측근 중 한 사람은 "당신의 목표가 미국에서의 공격을 막고 알카에다를 제거하는 것이라면 파키스탄 군대만이 그것을 할 수 있다"며 "그를 위해 당신은 2~3년 동안 선거를 잊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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