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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명은 천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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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명은 천한 것일까?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7> 동물 복지, 정말 배부른 소리인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단 한 번 태어나고, 단 한 번 살다가 단 한 번 죽는다. 어떤 우월한 (그런 가치가 존재한다면) 생명도 자신의 생명을 두 번으로 늘릴 능력은 갖추고 있지 않다. 사람도 동물도 땅속에 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곤충이나 미생물까지도 이 세상에서 부여받은 삶의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대접받고 편하게 살다가 죽을 생명과 고통받고 학대받다가 죽을 생명은 어떻게 구별되는 걸까?

▲ 불법포획한 남방큰돌고래를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는 제주 퍼시픽랜드. 법원에서 몰수형이 선고된 뒤에도 항소와 상고를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폐사하는 돌고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당신의 생명은 얼마입니까?

사람의 생명은 고귀하고 동물의 생명은 천한 것일까? 멸종 위기의 동물은 보호받아야 하고 흔해 빠진 돼지는 음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걸까? 생명의 가격은 누가 정하는 걸까? 약육강식의 법칙은 모든 생명에 예외 없이 적용되고 다른 동물들에 비해 월등하게 우월한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시장을 만들어 생명을 포함한 사고팔 수 있는 모든 것을 거래한다. 인간은 인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투쟁을 해왔고 그 투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동물은 스스로 권리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동물들의 권리는 동물들 스스로 지켜야 하는 걸까?

지금 인류는 동물의 복지나 환경을 돌볼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다.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오가며 가계 경제를 압박하고 식량과 연룟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강대국은 지속적해서 세계화를 부추기고 상품을 팔고 분쟁을 촉발시켜 경제를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는 최악이고 실업률은 오르고 정부나 개인이나 빚더미에 묻혀서 살아간다. 사회는 살벌하고 경제는 팍팍하다. 그런 분위기에서 동물의 복지를 얘기하는 건 '배부른 소리'라고 터부시한다. 특히 정치에서 아직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얘기하는 것조차 꺼리는 이들도 많다.

사람들은 그저 살기 위해 먹고 또 어떤 사람들은 먹기 위해 살기도 한다.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떤 동물이었고 어떻게 키워지고 어떻게 죽었는지는 그다음의 문제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동물을 키우고 필요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린다. 동물이 주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 동물이 버려진 다음에 어떻게 세상에서 살아갈지는 그다음의 문제다. 사람들은 동물을 우리에 가두어 놓고 동물들의 재롱을 보며 즐기고 좋아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그 동물들이 어떻게 포획됐고 어떤 환경에서 살다가 어떻게 죽는지, 또 그 동물들이 과연 그 안에서 행복한지는 그다음의 문제다.

동물들에게 그들로서는 거의 전지전능하기까지 한 인간이 자신들을 착취하고 도살하는 것을 막을 힘 따위는 없다. 동물들은 그저 사람에게 자비를 구할 뿐이고 모든 결정권은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있다. 사람의 결정에 따라 동물은 행복할 수도 또 한없이 처참해질 수도 있다.

아버지는 딸을 위해 딸이 그토록 원하던 강아지를 20만 원에 구입해서 생일 선물로 준다. 남자는 연인을 위해 고양이를 선물하지만 그들이 헤어지면 고양이의 운명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공급이 넘쳐서 가격이 폭락한 소고기 가격 때문에 10만 원도 못 받는 소들은 사료도 먹지 못하고 굶어 죽는다. 세계적인 경마대회에 나갈 명마를 위해 정자를 공급하는 씨수말의 가격은 수백억을 호가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필요와 요구 때문에 임의로 생명에 가격을 매기고 그 생명을 사고판다.

▲전 주인에게 학대받아 목이 돌아간 강아지. 주인은 남자친구와 함께 강아지를 입양했으나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강아지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안락사 직전에 구조돼 동물자유연대에서 보호 중이다. ⓒ동물자유연대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생명에 가격을 매기는 건 다르지 않다. 살아있는 생명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면 그것이 동물의 살점이든, 그들의 털이든, 그들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든, 그들의 희소성이든 오로지 '상품'으로 인식될 뿐이며 대체로 아주 정확하게 '가격'이 매겨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사람도 사고파는 세상에 동물에 가격을 매기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사람에게 동물의 가격을 매길 권리와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동물을 보호하고 약자를 보듬어야 할 의무와 능력도 분명 있는 게 아닐까?

인류는 20세기를 지나면서 우리 자신의 정체성과 인권, 우리가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론을 정립하는 시기를 보냈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인류는 자연스럽게 인간 외의 생명, 환경과 우리별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환경과 동물복지는 이제 우리 배가 부르고 우리가 살만해져야 생각할 수 있는 배부른 소리가 아니다.

일찍이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그 도덕성은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꼭 위대하고 도덕적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우리보다 약하고 무지한 동물들이 고통스럽게 살다가 가지 않도록 돌봐야 할 것이다. 또 그것이 단순한 동정심이든, 또 그것이 이타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측은지심이든 우리가 우리보다 약한 존재들을 보살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하고 우리를 위해 희생하는 동물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신경 쓰자는 데 공감하는 이들도 많지만 아직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사람이 사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의 우선순위는 각자가 다르고 그 선택은 개인의 몫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두가 단 한 번, 아주 잠깐 살다가 가는 이 별에서 가장 우월하고 힘센 종족이 그렇지 못한 동물들을 위해 조금만 자비롭고 조금만 여유 있는 마음으로 동물들을 대하자는 게 그렇게 못 할 짓은 아니라고 믿는다. 굳이 사후를 생각하거나 윤회를 믿지는 않더라도 그저 동물들의 눈을 바라보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작은 자비를 베푸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분명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다른 생명을 존중하고 약한 존재를 보살피는 선한 마음이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런 마음이 이젠 조금 더 드러나고 조금 더 실천될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동물도, 환경도, 이 지구도 같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사람끼리의 소통도, 정치도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오고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정치하는 세상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지난 4년 반, 반환경정부가 진행한 온갖 국토 파괴 사업들은 이 땅의 생명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습니다. 4대강은 중장비 굉음만 가득한 거대 공사장으로 변했고, 국토는 골프장 등 각종 개발사업에 시달렸으며 평화의 섬 제주도는 강정 미군기지 건설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흐름 속에서 정부는 신규 원전을 늘리고 있고, 구제역 대처에서 보듯 여전히 동물의 생명권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태의 민주화가 가능해야 경제의 민주화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번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현 정부의 반환경 정책에 대한 심판이나 진일보한 환경정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초록정책을 공유하고 새로운 5년이 생태적 치유와 복원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범 환경진영은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웹사이트(www.vote4green.org)에서 가장 많이 초록 약속을 받은 제안들은 대선 후보들과 협약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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