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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죽어나가는 기자들, 이유는…

<뉴욕타임스>, 언론인이 군의 공격대상이 될 정당한 이유 없다

분쟁 지역에서의 언론인들의 사망 소식이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도 어김없이 들려왔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오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 아크사TV(Al-Aqsa TV)의 기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공격받았던 차에는 "TV"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죽은 기자는 모하메드 알 카우미(Mahmoud al-Kumi)와 후삼 살렘(Hussam Salama)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더불어 알쿠즈(Al-Quds) 교육 라디오의 모하메드 아부 아이샤(Mohamed Abu Aisha) 역시 차에 타고 있었고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세 명의 언론인이 이스라엘 미사일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국방부 대변인 아비탈 레이보비치(Avital Leibovich)는 이것을 실수였다고 말하거나 책임을 부인하는 등의 말을 일절 꺼내지 않았다. 그는 이날 <AP>와 인터뷰에서 "타깃은 테러 활동과 연계된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곧 이스라엘이 죽은 세 명의 언론인을 테러활동과 관계있는 사람들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분쟁 지역에서 언론인이 사망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조준사격으로 숨진 것은 이례적이다. <뉴욕타임스>의 미디어 전문 기자 데이비드 카는 25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언론인들이 전쟁터에서 공격 타깃이 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언론인 보호위원회 연례만찬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 편집장인 앨런 러스브리저는 전 지구적으로 언론인들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며 "당신이 예상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정부를 포함해 언론인을 죽이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카는 전 세계에서 어둡고 위험한 곳을 파헤치는 언론인들이 마약 거물이나 폭력배들에 의해 위협을 받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이들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매체의 소식통을 살해하는 것이 하나의 실행 가능한 선택지가 됐다고 지적한다. 언론인 보호위원회(CPJ)보고서는 정부 관리와 그들의 동료들이 살해된 언론인 중 3분의 1 이상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테러그룹이나 범죄 기업들이 언론인을 죽인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언론인, 타깃이 되는 이유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지난 2008년 가자지구 때와는 달리 외국 특파원들이나 언론인들이 직접 가자지구로 들어갈 수 있었다. 즉 언론인이 그들의 눈으로 직접 가자지구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데이비드 카는 칼럼에서 언론인들을 공격의 타깃으로 설정해 놓은 지역으로 들어간다는 것 자체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자지구 중부지방 ⓒAP=연합뉴스

언론인을 조준 사격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언론인들의 활동을 "인간방패"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방위군 언론담당관은 트위터를 통해 기자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고 경고하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가자지구에 있는 기자들에게 경고한다. 다른 가자지구의 사람들처럼 당신의 안전을 위해 하마스가 관리하는 지역에서 벗어나고 그들의 첩보원에게서 떨어져 있어라"

하지만 데이비드 카는 국제적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uman Rights Watch)가 발표한 성명을 인용하며 이러한 이유로 언론인을 살해하는 것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트워치는 "단순히 그들이 하마스에 찬성하거나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방송을 한다는 이유로 민간 방송 장비가 군의 타깃이 될 정당한 이유가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는 언론인들의 죽음을 "국제적 기준으로 봤을 때 명백한 폭력"이라고 말했다.

카는 이스라엘이 이야기하는 정밀한 타격이 가자지구에 머물렀던 언론인들에게 매우 폭력적이고 위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의해 2개의 건물이 타격을 받았을 때를 이야기하며 "여기에는 (이스라엘이 생각하는)정당한 타격 대상도 있었지만, 세계 곳곳에서 취재를 위해 가자에 머물렀던 언론인들과 개인제작자들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갈수록 가자지구에서 언론인들을 상대로 한 폭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언론인들이 처한 위험을 배가시키는 데는 언론 산업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데이비드 카는 미국에 있는 언론매체들이 재정상의 이유로 외국에 나가는 작업을 중단하면서 싸고 흔한 기술로 취재를 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을 썼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인력들 대부분은 나이가 어리고 특히 위험한 분쟁 지역에 있을 때 그들 스스로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에 대해 경험이 전무 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올해만 119명의 언론인 목숨 잃어, 정부의 역할이 중요

지난 21일(현지시간) 국제 언론인협회는 올해 119명의 언론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199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여기에는 공격의 타깃이 된 언론인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다가 사망한 모든 언론인이 포함된 것이다. 그렇지만 죽은 사람의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분쟁 지역 전문 언론인이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최소한 분쟁 지역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올해 초 시리아에서 런던 <선데이타임즈>의 마리 콜빈 기자와 프랑스 사진기자 레미 오슐리크가 임시로 마련된 미디어 센터가 파괴되면서 사망했다. 국제 언론인협회에 따르면 올해 언론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나라는 시리아였다.

계속되는 언론인들의 죽음에 유네스코는 지난주 비엔나에서 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는 언론인의 안전을 증진하고 분쟁 지역에서의 정보가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기 위함이었다.

언론인의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중요하지만 데이비드 카는 보다 중요한 것은 각국의 정부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칼럼에서 "중동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이 그들과 다른 관점을 가진 언론인들을 미사일과 총알로 공격해 침묵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진실을 위한 싸움은 전쟁의 안갯속으로 사라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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