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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는 이라크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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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는 이라크와 다르다"

[해외발언대]"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은 쇼에 불과"

버마(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유혈진압한 군사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가택연금 중인 반정부 민주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와 최고실권자 탄슈웨 장군과의 면담을 제안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쓰고 있다.

한편, 미국과 프랑스, 영국은 이번 주 미얀마 군정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채택하겠다고 나섰지만, 미얀마의 동맹국인 중국은 결의안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최대한 결의안의 비난 수위를 낮추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버마 군사정부가 국제사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팔레스타인 문제 전문가이자 <제2차 팔레스타인 민중봉기>의 저자인 람지 바루드는 10일 <아시아타임스>에 기고한 글('Why Myanmar is not Iraq')에서 "버마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진정한 발전과는 관계없는 쇼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 글에서 이라크에 대해서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다며 전쟁을 불사한 미국이 버마에 대해서는 '립서비스'만 하고 있는 차이와 중국이 왜 버마 군사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그는 "탄슈웨가 1992년 군사정부의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철권통치를 휘둘러왔지만, 그가 민주주의를 파괴해도 다국적기업들이 천연가스가 풍부한 버마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면서 "제국주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만 인권과 민주주의를 앞세워 실제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중국과 서구의 간청에 의해 아웅산 수치 여사와 군사정부의 대표자들과 감상적인 면담이 몇 차례 있을 수 있고, 군사정부 측에서 선의의 조치가 몇 가지 나올 수 있을 것이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어떠한 획기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런 조치는 오직 버마 국민들, 버마의 승려들, 시민사회의 행동가와 일반시민들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바루드가 기고한 글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지난 2003년 미국 주도로 시작된 이라크 침공은 두 가지 중요한 현실을 일깨웠다. 하나는 제국주의 세력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뿐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권문제에 대한 개입이라는 것-또는 인권을 앞세운 제국주의-은 공격의 진정한 자기목적적 의도를 은폐하기 위해 미디어와 공식 채널을 통해 선전되는 것일 뿐이라는 점이다.
▲ 버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시위를 하던 한 시민을 민간복장을 한 진압대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지금도 많은 미국인들은 이라크가 알카에다의 근거지이며,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했고, 미국의 안보에 위협적이었던 곳이라는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다.

전쟁의 명분을 만들어내기 위한 뻔한 구실은 차치하고, 사담 후세인 치하의 이라크 주민들의 겪는 공포는 미국의 선전기구에 의해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다.

또한 미국은 이라크의 망명인사들을 동원해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 국민들의 간절한 요청에 의해 부득히 시작된 것임을 증언하게 했다. 미국의 침공 이후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살육되었는지는 잊어야 한다.

미국과 영국이 왜 버마의 인권사태에 대해서는 이라크 그리고 최근 이란에 대해 보여준 것과 같은 결단을 발휘하지 않는가? 미디어에 등장하는 소위 전문가들은 왜 국민들에게 정치적 자유는 물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도 허용하지 않는, 최고지도자 탄슈웨가 이끄는 야만적인 버마의 군사정부에 대해서는 전쟁을 하라고 나서지 않는가?

서구 지도자들, 부패한 버마 군사정부에 입으로만 비난

탄슈웨는 지난 1988년 민주화 시위 때 3000명의 사망자를 낸 유혈진압 과정을 거쳐 1992년 군사정부의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철권통치를 휘둘러왔다. 하지만 그가 민주주의를 파괴해도 다국적기업들이 천연가스가 풍부한 버마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탄슈웨를 비롯한 군사정부 고위급 인사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국민들은 찢어지는 가난에 허덕이는 동안 그들은 자기 자식들을 서구의 일류대학에 보내고, 전세계를 상대로 굴찍한 사업을 벌였다.

이번 반정부 민주화시위는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시위는 이번에도 군사정부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군인들을 동원해 유혈진압했다. 지난번 시위 때처럼 이번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군사정부는 불과 10명이 죽었다고 주장하지만, 망명자들로 구성된 반정부단체들은 사망자가 몇 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수천명이 체포되고 많은 승려들이 감금돼 구타와 고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구 지도자들은 필요한 립서비스는 했다. 영국의 고든 부라운 총리는 시위 진압에 폭력이 사용된 것을 비난하며 유럽이 제제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용감하게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엔은 탄슈웨와 면담을 하기 위해 특사를 보냈으나, 그는 국제사회의 우려만 표명한 뒤 현지 외교관들의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버마를 떠났다.

중국에게 버마는 미국의 중동처럼 중요한 곳

전략적으로 볼 때 버마는 중국에게 미국과 중동의 관계처럼 중요한 곳이다. 중국은 인권이나 민주주의보다 이웃 나라의 정치적 안정을 더 중요시한다. 미국도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때에만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국은 자국과 2000km나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버마에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미국은 버마의 민주주의에 대해 립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아웅산 수치 여사와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에 대해 미국이 지지를 계속 보내는 주된 이유는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향후 가능한 미래를 위해 버마에 발판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인권을 앞세운 제국주의는 종종 타도대상이 되는 불의보다 더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하지만 버마의 경우에는 그런 사태를 기대하지 말라. 왜냐하면 버마에 개입하는 것은 서구나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과 서구의 간청에 의해 아웅산 수치 여사와 군사정부의 대표자들과 감상적인 면담이 몇 차례 있을 수 있고, 군사정부 측에서 선의의 조치가 몇 가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어떠한 획기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조치는 오직 버마 국민들, 버마의 승려들, 시민사회의 행동가와 일반시민들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이라크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버마 국민들은 미국과 영국의 폭격이 없는 훨씬 더 좋은 조건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개혁과 민주주의는 오직 내부에서, 권리를 박탈당한 대중의 결연하게 꽉 쥔 주먹에서만 얻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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