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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사시대냐 천사시대냐, 정부 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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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사시대냐 천사시대냐, 정부 하기 나름"

[2007 남북정상선언] 전문가 좌담 ② 남남갈등 해소와 경협

<프레시안>은 '2007 남북정상선언'이 채택에 맞춰 이번 선언을 평가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 좌담회에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현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통일수석을 역임한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민족21> 편집주간)가 참석했다.

다음은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의 사회로 4일 오후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있었던 좌담회 중 경제협력과 향후 과제를 토론한 후반부 좌담회 전문이다. 전반부에서는 평화체제와 비핵화 문제를 토론했다. (☞ 좌담 1부 : "南의 아이디어와 北의 결단이 모아진 결실")
▲ ⓒ프레시안

- 2007 남북정상선언 5항은 경제협력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보나?

▶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민족21 편집주간) : 5항은 우리가 제안한 걸 북이 사실상 전격 수용한 내용이다.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가 가장 주목된다. 남북간의 긴장이 가장 첨예했던 서해를 평화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서로에게 이득이 되게 하겠다는 아이디어다. 개성-해주 선과 문산-파주 선 사이에 특구를 전면적으로 만들면 개성을 벗어나 보다 넓은 지역에서 경협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경의선 철도 개보수 문제는 결국 남쪽에서 지원하는 부분이 됐다. '베이징 올림픽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타고 베이징에 간다'면서 철도 개보수 시한을 우회적으로 명시한 게 흥미롭다. 과거와 달리 구체적인 합의를 한 것이다.

▶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는 남북 쌍방의 절실한 과제였기 때문에 이번에 합의할 수 있었다. 북한 배가 해주항에 들어가려면 장산곶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야 해서 비용 문제가 컸는데 북은 이 문제를 덜게 됐다. 중국처럼 해안 도시 5곳을 한꺼번에 개방하는 방식보다 점차 공간을 넓혀가는 방식을 택한 것도 눈에 띈다.

한강 하구에는 모래나 자갈 같은 자원이 상당히 많아 우리 경제에도 대단히 큰 도움이 된다. 인천항을 국제적인 항구로 만들어 중국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 점도 있다.

남포와 안변에 조선협력단지를 만든다는 것은 북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과거에도 그런 신호를 많이 보내왔다.

다만 고속도로 개보수를 개성-평양만 하기로 한 것은 아쉽다. 개성-평양 도로는 지금도 다닐 만하다. 그러나 평양-신의주는 개보수를 해야 하는데, 그걸 우리가 해서 부산-신의주-단둥 하이웨이를 만들어야 한다.
▲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프레시안

▶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前 청와대 안보수석) : 몇 년 전부터 경공업 자재와 지하자원 개발을 맞바꾸는 유무상통이 새로운 협력의 개념으로 떠올랐는데, 이번 선언을 통해 유무상통이 남북경협의 원칙으로 격상됐다.

경협을 차관급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곧동위원회로 격상시켰는데, 결국 그 위원회에서 경협의 구체안을 만들어야 한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면 예산 부담이 있는 남북경협은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구체안을 이행할 때 점검 장치가 다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퍼주기를 한다거나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준다는 말은 적절치 않다. 그간 남북이 절실히 원했던 것들이 다 들어갔으니까 큰 방향을 이해하면서 세부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정창현 : 김 전 차관께서 평양-신의주 도로 보수 합의가 없어 아쉽다고 했는데 그 구간은 중국과 하기로 되어 있다. 북은 황해도와 금강산은 남측과, 신의주 지역은 중국과, 나진선봉은 러시아와 협력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특구 확대라는 기본 정책을 유지하되, 자본의 국적에 있어서는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다.

- 통일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말도 있었는데 정상선언 이름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으로 통일이란 말이 빠져있다.

▶ 김형기 : 통일 문제는 2000년 6.15공동선언 2항("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에서 더 보탤 게 없다. 이번에 다뤄봐야 실익도 없다. 또 이번 선언문에도 통일을 지향한다는 말이 있다.

▶ 서주석 : 같은 생각이다. 2000년에는 통일 문제를 가지고 정상회담 석상에서 엄청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북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개념을 들고 와서 '공통성이 있다'는 말로 마무리 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정상간, 각료간, 국회간 각급 회담을 활발하게 하면 통일이 되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정리가 된 것이다.

이번 선언에는 정상회담 수시 개최, 총리회담 정례화, 경추위의 격상, 국방장관회담 개최, 의회 대화 등 전방위적인 대화가 명시되어 있다. 1항에서는 '6.15공동선언을 고수하고 구현한다'는 말도 있기 때문에 사실상 통일 관련 내용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다.

▶ 정창현 : 기본적으로 동감한다. 표현 방식에 있어 남에서는 '연합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북은 '과도기적 연방제'라고 설명하는 차이만 있다.

북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조국통일의 새 국면' 이었는데 선언문에는 그걸 정당화하고 선전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선언문 전문에 나오는 "자주통일의 새 시대"라는 표현이 그렇다. '6.15선언이 뭐냐?'고 물으면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했다.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재확인한 것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에서 상호존중과 신뢰관계를 확고히 전환시키자는 것도 그렇다. 이건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나오는 표현이다. 3일 오전 1차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가장 집중적으로 거론한 문제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남측에서 말하는 개혁개방은 사실상 흡수통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선뜻 '개방과 개선'으로 가는 것은 부담이다.

상호존중이란 것은 결국 흡수통일을 배제하고 내부 문제에 관심을 갖지 말자는 뜻이다. 북한 나름대로도 개혁과 개방으로 가는데, 남쪽에서 개혁개방을 자본주의화처럼 얘기하면 북이 실제로 개혁개방으로 가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호존중과 신뢰라는 말이 들어감으로써 북한 내부에서도 이제 드디어 우리가 '자주통일의 새 시대'로 가는 합의를 했다고 선전할 수 있게 됐다.
▲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 ⓒ프레시안

- 김형기 전 차관께서 얼마 전에 이제 6.15시대가 아니라, 10.4(십사)시대라고 하면 어감이 이상하니까, '1004(천사)시대'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남남갈등도 있고, 국제사회 반응도 보아야 한다. 어떻게 전망하나?

▶ 정창현 : 선언문에는 논란이 될 부분이 없지 않다. 3항 평화수역은 NLL 때문에 아무래도 논란이 될 것 같다. 또 SOC(철도, 도로 개보수) 지원과 관련해서도, 아무리 유무상통을 얘기하더라도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준다고 '걸면 걸리는' 부분이다. '자주통일의 새 시대'라는 표현을 두고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납북자, 국군포로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시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나오는 남남갈등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걸 푸는 방법은 국제적인 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어 국내 논쟁을 잠재우는 것이다. 따라서 선언문 4항을 조속히 진척시키는 게 남남갈등을 푸는 지름길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금 우리식으로 말하면 '신한반도 구상'을 갖고 있다. 핵심은 4가지다. 첫째, 북미관계를 빠른 시일 내에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진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남북관계에서 상당한 양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병행 발전시킨다는 원칙하에 남북협력을 전면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를 통해 위해 경제재건과 주민생활 향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넷째, 이를 위해 북한 내부에서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한다는 것이다.

그 구상의 핵심인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4자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제반 조치를 할 것이다. 남남갈등은 결국 그런 과정을 통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 김형기 : 이번 합의가 큰 파장을 가져오거나 남남갈등의 또 다른 씨앗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고 있다. 미국의 기본 전략과 부딪히지 않는다면 남북 문제는 남북이 주도하고 그 합의를 존중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 입장이다.

물론 우려되는 게 없진 않다. NLL, 납북자와 국군포로, SOC 투자 문제가 그런 것들이다. 또 2항에 있는 '각기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는 부분도 걸린다. 북은 국가보안법을 남북관계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본다. 따라서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비판의 빌미가 될 소지가 있다. 기본합의서를 만들 때도 북이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부속합의서 부기사항으로 이 문구를 적어 놓았다.
▲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프레시안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 보면, 우리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진지하게 성의를 다해 국민들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느냐가 관건이다. NLL은 경제-평화의 결합으로 설명되고, 법률적 문제도 우리만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북한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합리적인 방어막들이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6자회담 진전과 균형을 맞춰서 남북관계를 끌고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 한미간 협조, 국제사회 협조는 강조를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다.

▶ 서주석 : 문안상으로 보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다만 그 해석에서 몇 가지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선언문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거의 최선의 합의가 아니었나 한다.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많이 담았다. 원칙적인 얘기만 담았을 경우 해석이 분분했던 경험이 있다. 구체적인 실행은 다 위원회를 만들어 하도록 되어 있어 지속적으로 점검될 수 있고, 차기 정부에도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김 차관 말씀대로 대국민 설명을 확실히 잘 해야 한다. 아쉬웠던 부분을 포함해 소상히 설명해야 하고, 현 단계에서는 최선의 안이라는 걸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아쉬운 부분은 후속 협의를 통해서나 큰 틀에서 풀어가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대선이 있어 논란이 확산될 수 있는데 차분히 볼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이나 사회적으로 많이 얘기됐던 것들이 선언문에 담겨 있어 큰 방향이 틀렸다고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행 과정에서 지혜를 짜내고 이 성과를 토대로 남북관계를 계속 발전시키는 노력을 해야지 선언문 자체에 대한 비판만 하면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하지 말자는 주장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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