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내 지지자가 대통령 이름 도용…죄송"

'조직동원' 공세에 몸 낮춰…孫 "말 한 마디론 안 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1일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를 도용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선거인단에 대리 접수한 사건에 자신의 지지자가 연루돼 있음을 공개 시인하고 "당과 노 대통령께 미안하고 죄송스럽게 여긴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정 후보는 손학규, 이해찬 후보 진영의 '사퇴' 공세에 "사실 확인을 해 보고 말하라"며 강공으로 맞섰지만, 명의도용 배후에 정 후보 지지자가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당장 자세를 낮추고 사태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열성 지지자들의 과열된 의욕이 불미스러운 일 빚어"

정 후보는 이날 대전 배제대에서 열린 대전·충남 합동 연설회에서 "언론 보도를 본 후 캠프에 자체 조사를 지시한 결과 나를 지지하는 당원 한 분이 의욕에 넘쳐 열린우리당의 당원 명부를 이용해 선거인단 등록을 했고 그 과정에서 종로 지구당 명부에 있던 노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그 분이 되도록 많은 당원을 등록시켜 경선을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하셨던 것 같다"면서도 "경위야 어찌 됐든, 대통령께는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할 것을 약속한다"고도 했다. 캠프와는 무관한 개인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 후보는 또 조직선거, 동원선거의 중심으로 자신이 지목되며 경선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열성 지지자들의 과열된 의욕이 일부 불미스러운 일을 빚은 것은 사실이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서 당에 누를 끼친 것에 대해서도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죄송", "유감", "사과" 등의 단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거듭 고개를 숙인 정 후보였지만 자신을 향해 공세를 벌이고 있는 손 후보와 이 후보 진영을 향한 응수도 잊지 않았다. 정 후보는 "자신들이 하면 카풀이고 정동영이가 하면 조직동원이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표는 대선 후보가 되라는 표고 정동영이한테 던진 표는 당의장 하라는 표고, 자신들이 대리접수하면 합법이고 정동영이가 접수한 것은 불법이라고 하는 생각으로는 아름다운 경선을 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사과는 했지만…孫-李 공세는 계속될 듯

정 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직접 '사죄의 정'을 밝히며 사태를 일단락 지으려는 애쓰는 모습이지만 다른 후보들은 "어림도 없다"는 반응이어서 노 대통령 명의 도용 사태를 비롯한 동원선거 관련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 후보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손 후보는 "대통령의 이름이 선거인 명단에 올라가고 여성 국회의원이 폭행을 당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말 한 마디로 유감을 표하고 사과하겠다는 식으로 국민을 없수이 여길 수는 없다"며 "깨끗한 경선을 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고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가 경선의 부조리를 낳고 있다"며 정 후보가 연승을 하고 있는 상황을 '패배주의'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후보 역시 "국민 경선이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외면을 당하고 있다"며 "불법 선거가 만연하다보니 정상적인 선거를 하는 사람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여러분이 선거에 참여해 줘야 불법이 난무하지 않게 된다"며 지지자들의 '모바일 선거' 참여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정 후보가 직접 "불미스러운 일"을 언급하며 유감을 밝힌 데 대한 청중들의 반응도 지지 후보들에 따라 갈렸다. 정 후보 지지자들은 막대풍선과 북을 치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지만 일부 다른 후보 지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 후보를 향해 "사퇴하라", "물러나라"며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