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미얀마)에서 열흘 이상 지속됐던 반정부 민주화 시위 사태가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급격히 소강 상태를 보이는 등 큰 고비를 맞고 있다.
버마 군사정부가 지난 29일 유엔 특사 방문을 앞두고 최대도시 양곤에 1개 사단 정도의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불교 사원을 봉쇄하는 한편, 다섯명 이상은 무조건 모임을 금지하는 등 철저하게 시위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마 관영매체들은 이날 "반정부 시위가 진압됐다"고 일제히 선언했으며, 북부 카친 주에서는 10만여 명이 참가한 군정 지지 관제 집회도 열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민주화 시위 열기가 지난 88년 때처럼 유혈진압에 사그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BBC> 방송은 1일 버마의 민주화 열기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현지 소식을 전해 주목된다.
신변의 안전을 위해 익명으로 최근 분위기를 전한 <BBC>의 현지통신원은 "여자와 어린이, 승려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 아무 것도 못할 지경이지만, 시위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마크 캐닝 주 버마 대사도 "버마의 군사정부가 애써 평상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대규모의 군병력을 배치해서 유지할 수 있을 뿐"이라며 언제든 시위가 분출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번 민주화 시위를 유혈사태로 몰고 간 버마 군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가중되고 있다.
버마 군사정부는 이번 유혈진압 과정에서 1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버마 현지에 있는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이번 유혈 사태로 사망한 사람들이 최대 2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버마가 가입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도 버마 군정을 이례적으로 비난하고 나섰으며, 버마 군정에 사실상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원자바오 총리가 "버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본 정부도 버마에 특사를 보내 이번 유혈사태 중 살해된 일본인 비디오 저널리스트 나가이 겐지 씨 사망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사건 당시 장면이 담긴 영상기록에 따르면 진압과정에서 한 군인이 나가이 씨를 근거리에서 사격하는 장면이 포착돼 고의로 조준 사격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통상 국제사회의 압력을 무시해온 버마 군정이 지난달 30일 유엔특사와 버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면담을 허용한 것도 국제사회의 압력이 계속 외면할 수는 없을 정도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브라힘 감바리 유엔 특사는 이날 버마의 행정수도인 네피도에서 군정 수뇌부를 만나 무력진압을 즉각 중단하고 민주화 세력과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감바리 특사는 이어 양곤에 있는 영빈관에서 버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90분간 만나 향후 수습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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