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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용역업체, 누가 좀 말려줘"

사람 피 찾아 100조원 시장으로 급성장

이라크에서 불거진 '블랙워터 사건'으로 민간군사기업(PMC)의 추악한 실상이 전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블랙워터 사건'은 미국의 대표적인 전쟁용역업체 블랙워터가 지난 16일 이라크 민간인들을 다수 살해한 사건이다.

이라크 현지 미 국무부 요원들을 경호하던 블랙워터 직원들은 당시 무장세력과 교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라크 민간인 8명을 사살하고 13명을 부상시켰다. 이에 대해 이라크 정부는 전격적으로 블랙워터의 면허를 취소했다.

비상걸린 PMC와 미 국방부

PMC는 특수부대 출신 등으로 구성돼 실전능력으로 치면 정규군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정예용병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민간기업으로 우선적으로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사람을 죽이는 전쟁까지 기업의 서비스로 전락한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블랙워터 대변인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자칫하면 블랙워터 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앤 타이렐 블랙워터 대변인은 "우리 직원들은 무장한 적들과 총격전을 가졌다"며 "블랙워터 직원들은 전쟁지역에서 미국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영웅적으로 싸웠다"고 주장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도 즉각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하고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선처를 호소할 정도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라크 정부의 기세는 매우 등등하다. 그동안 PMC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빈번하게 민폐를 끼치면서도 치외법권을 누려왔지만, 2004년 6월 엄연히 이라크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도 자제하지 않고 있다가 기어코 대량 학살 사건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주권국가로서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라크 정부는 18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라크 내 모든 PMC의 활동 허용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대표적인 무장정파 지도자 알 사드르 역시 "이라크 정부는 모든 용역회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현실적으로 PMC 없이는 작전 수행이 힘들 정도라면서 최대한 블랙워터의 면허 취소 기간을 단축하고 이 사건의 불똥이 다른 업체까지 튀지 않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MC는, 현대전에 필수적인 제 3의 부대"

이와 관련, 프랑스의 <AFP> 통신은 18일(현지시각) PMC가 현대 전쟁에서 얼마나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전해 주목된다.

군사싱크탱크 렉싱턴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한 이 통신에 따르면, PMC 시장의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1000억 달러로 추정되며, 현실적으로 PMC는 현대전에 없어서는 안될 '제3의 군대'라는 것이다.

이라크는 PMC의 돈밭이 되고 있으며, 물론 미국이 주요 고객이다. 따라서 미 국방부는 이라크 정부가 미국의 최대 PMC인 블랙워터의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나서자 화들짝 놀라고 있다.

블랙워터는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미 외교관들을 주로 경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지만, 군사작전에도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미군 기지에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해주거나, 현금 수송차량 호송 등 자질구레한 업무까지 포함하면 이라크에서 PMC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직원들은 무려 10만 명에 달한다.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PMC 전문가로 <기업형 전사:민간군사산업의 부흥>이라는 책을 쓴 피터 싱어는 "이라크에서 일하는 PMC 직원 중 2만~4만8000명은 전술작전에도 투입되고 있다"면서 "이라크에서 미 연합군으로 참가한 외국군을 모두 합친 숫자보다 많다"고 전했다.

왜 미 국방부가 PMC에게 군사작전에까지 일을 맡길까? 무엇보다 정규군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국방정보기업 글로벌시큐리티의 존 파이크는 "정규군보다 활동의 제한이 적다는 점도 이점이 된다"고 덧붙인다.
그는 "PMC 요원들은 숙달된 킬러"라면서 "정규군처럼 마을 전체를 쑥대밭을 만들면서 적을 죽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이 군 지휘계통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해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미국 감사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PMC가 전투 공간에 계속 유입되면서도 군과 공조체제가 부족하다는 점이 양측 모두 상당한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워터 용병들, 하루 450~650달러 받아

이미 이라크에서만 1000명의 PMC 요원들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은 물론 웬만한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고국에서 벌기 힘든 보수를 받는 맛에 PMC 직원이 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블랙워터의 경우 하루 450~650달러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어는 "이윤 동기로 전장에 뛰어드는 것이 그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지만, 민주주의,법치, 인권, 국가 및 국제 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골치아픈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라크가 PMC의 주무대가 되고 있지만,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레바논, 그리고 마약산업으로 악명높은 반군세력이 강한 콜롬비아 등 세계 곳곳에서 수십개의 PMC 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파이크에 따르면 PMC가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베트남전 때 징병제를 중단한 1973년부터이며, 1980년대부터 소위 '민영화 혁명'이 일어나 활성화되면서 미군의 아웃소싱도 급증했다. 특히 아버지 부시와 현 부시 대통령 때 PMC산업은 급성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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