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지역에서 요인 경호업무 등 일부 군사활동을 점점 민간업체가 떠맡는 용역화가 되는 추세가 우려되고 있는가운데, 미국의 대표적인 전쟁용역업체가 이라크에서 민간인들을 사살해 결국 이라크 정부로부터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동시에 관계자들은 사법처리 위기에 몰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16일 수니파 밀집지역인 바그다드 도심 만수르 지역의 니수르 광장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전쟁용역업체 블랙워터 직원들이 호위하던 미 국무부 직원들의 탑승 차량을 겨냥한 폭탄이 터지면서 시작됐다.
블랙워터, 과잉진압으로 이라크인 21명 사상
이라크 내무부는 블랙워터 직원들이 이 과정에서 무항세력과 총격전을 벌였는데, 헬리콥터를 탄 채 거리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과잉진압으로 경찰 1명을 포함한 이라크인 8명이 죽고 13명이 부상당했다고 주장한다.
이라크 내무부 대변인 압둘 카림 칼라프 준장은 "아무도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발사할 권리는 없다"며 "블랙워터는 여러차례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등 잘못을 저질러 왔으며, 이제 더는 이라크에서 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처는 사건 하룻만에 나온 이례적으로 발 빠르고 단호한 것이다. 그만큼 이들 업체 직원들의 횡포에 시달려온 이라크 국민들의 반감이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블랙워터는 사람을 죽이는 전쟁을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대행하는 시대에서 일명 전쟁대행주식회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업체다. 미 해군 특수부대인 실(SEAL) 출신인 에릭 프린스(Prince)가 1997년 창설한 블랙워터는 이라크 내에 10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50건의 보안업무 계약을 맺어 6000여 명의 계약직 직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 내에는 블랙워터 외에도 트리플 캐노피(Triple Canopy), 다인코프(DynCorp) 등 수십개 업체 3만여명이 경호와 훈련 등 보안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블랙워터처럼 규모가 큰 전쟁용역업체는 경호·경비뿐만 아니라 전투에도 참여해 작전임무를 대신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규모의 업체는 사설경비업체(PSC)를 넘어 민간군사기업(PMC)로 불린다.
아버지 부시 때부터 급성장한 전쟁대행주식회사
이들은 미군 특수부대원을 능가하는 전투력과 장비, 노하우를 바탕으로 군사부문과 민간부문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미군과 함께 급성장해온 이들 사업은 연간 1000억 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되고 있다. 현재 블랙워터는 이라크 내 업무와 관련해서만 8억 달러어치의 계약을 맺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다. 그동안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어 이라크에 파견되는 PMC는 치외법권까지 인정받았다. 하지만 전후 이라크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도 치외법권을 인정하는 것은 주권문제라는 비판에 이라크 정부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형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라크 정부는 미국 정부에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을 일으킨 용역업체 직원들의 행동을 통제해줄 것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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