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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장기전 돌입하나?

5일째 이어지는 양측 교전, 국제 사회 중재 노력도 잇따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날로 격화되며 제2의 '가자전쟁'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 등 외신들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의 TV 방송 알-쿠즈 건물을 폭격하는 등 하마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전날 새벽 보안시설과 경찰본부, 지하 터널 등 200여 곳을 대상으로 작전을 펼쳐 무장대원 8명을 포함해 15명이 사망했다. 공습이 시작된 14일(현지시간)이후 지금까지 가자지구 주민 47명이 숨졌고 45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맞서 하마스는 로켓 공격으로 대응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17일까지 가자지구에서는 500여 발의 로켓이 이스라엘로 발사됐다. 특히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예루살렘 근처에 로켓이 떨어지며 양측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예루살렘 근처까지 로켓이 날아간 것은 1970년 이후 42년 만이다. 로켓은 예루살렘 남쪽 외곽 서안지구의 유대인 마을 근처 빈터에 떨어져 인명 피해는 없었다.

▲ 이스라엘의 요격미사일시스템 '아이언돔(Iron Dome)' 발사 모습. 이스라엘은 지난 15일(현지시간)~17일에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로켓의 90%가 아이언돔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국제사회, 휴전 중재를 위한 잰걸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5일째 계속되자 아랍연맹(AL)과 미국 정부는 정전을 위한 움직임에 착수했다.

아랍연맹은 17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긴급 외무장관회의를 열고 각국 외무장관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가자지구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아랍연맹은 회담 직후 성명을 통해 "대표단이 가자지구를 방문해 팔레스타인과의 결속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빌 알 아리비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대표단이 18일이나 19일에 가자지구로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외무장관들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다.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정전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스라엘, 하마스와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으며 양측이 조만간 정전에 합의할 조짐이 있다고 밝혔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를 방문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무고한 아이들을 비인간적으로 학살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비난하지만 사실상 정전 협정을 깬 것은 이스라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미국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이 이번 가자지구 무력 충돌을 초래했다고 비난하고 이스라엘이 로켓 공격에서 자국을 방어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동남아 3개국 방문차 아시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AF1)에서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이 이번 충돌을 촉발한 요인"이라며 "이스라엘은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또 그는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이 지금까지 몇 차례 민간이 거주 지역에 떨어졌다"며 "이스라엘이 참을만큼 참았지만 이로 인해 가자지구에 공격을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가 공격을 중단하면 가자지구 폭력수위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또 로즈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뿐만 아니라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 터키 에르도안 총리와도 의견을 나눴다면서 "무르시 대통령과 에르도안 총리가 가자지구의 무력 충돌 수위를 낮추는 데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5일째 이어지는 양측 교전, 이유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격 공습이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날아오는 로켓포 공격을 받으면 주로 해당 발사 지점을 향해 보복 폭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에 비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양측의 교전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다.

우선 이스라엘이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시각이다. 네타냐후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이 선거에 앞서 안보 문제로 표심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팔레스타인이 유엔에 지위격상 신청을 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 팔레스타인은 오는 29일 유엔 총회에 비회원 참관국(non-member observer state)으로 승격 신청을 할 계획이다. 팔레스타인의 요구가 승인되면 이는 곧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그동안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다. 결국 이번 공격이 팔레스타인의 이러한 움직임을 제재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반대로 팔레스타인은 하마스가 이집트 등 친(親)서방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이슬람주의자들로 대체한 '아랍의 봄'에 도취해 힘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하마스 지도자들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꿈을 이루고자 '순교자'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이스라엘과 결전을 벌이길 원했고, 그러한 바람이 이번에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또 이스라엘과 교전이 격화될수록 하마스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하나?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군사 작전 확대를 위해 지난 16일(현지시간) 정부에 7만 5천여 명의 예비군을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전날 3만 명에서 4만 5천 명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날 네타냐후 총리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등 9명의 이스라엘 안보 각료는 가자지구 군사 작전인 '방어 기둥 작전' 확대 논의를 시작했다.

▲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국경에 배치된 이스라엘 병력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잇따른 움직임에 지상군이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마스의 무기고와 로켓 발사 시설을 무력화시켰지만 여전히 100여 발의 로켓이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군 투입은 로켓 공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하마스와 정전 협상도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쉽게 지상군을 투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단 지상군이 투입되면 이스라엘군의 인명 손실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피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스라엘군 사상자가 늘면 무모하게 지상군을 투입해 인명 피해만 커졌다는 여론이 네탸나후 총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입지가 약화돼 서둘러 정전 합의를 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스라엘군이 지상군을 투입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지난 2008년 이스라엘은 '캐스트 레드' 작전 당시 수천~수만 명의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투입했지만 이스라엘의 병사 10명을 잃고 하마스와 합의도 없이 일방적인 정전을 선언했던 적이 있다.

또 지상군 투입으로 하마스를 비롯한 무장 조직을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스라엘이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는 하마스와 정전 합의를 통해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정도의 정전 기간을 확보하는 것인 만큼 지상군 투입 없이 적절한 시점에 정전에 합의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집트의 정권이 2008년과 다르다는 것도 지상군 투입에 있어 또 하나의 부담 요인이다. 2008년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작전을 옹호했지만, 현 무르시 대통령은 무슬림형제단을 기반으로 한 정권이라서 이스라엘을 대놓고 지지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집트 내부의 민심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됐을 때 무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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