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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 특목고가 생긴다?

[북유럽 리포트] 우파 집권으로 '평준화'에 위기

한국의 보수 세력과 언론은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언급하는 데 있어 '평준화'를 빠뜨리지 않는다. 마치 현 교육이 잘못돼 가고 있는 현실이 평준화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문제만 생기면 평준화 탓으로 돌린다. 그런데 최근 스웨덴은 교육의 평준화에 금이 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깨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살짝 금만 갔을 뿐인데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평준화 혹은 평등이 스웨덴 교육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골치덩어리인 평준화를 스웨덴은 마치 깨뜨려서는 안될 불문율처럼 모시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 교육의 근간은 '평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공교육을 자랑하는 스웨덴의 교육은 사회의 여타 제도들이 모두 그러하듯, '평등'이란 단어로부터 출발한다. 교육 기회의 균등이라는 틀 속에 모든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 및 대학원까지 전 교육 과정에 걸쳐 무상으로 교육을 받으며, 개개인이 지닌 특성에 맞게 개별 수업이라는 맞춤형 교육을 받는다. 또한 모든 교육 기관은 지역에 상관없이 평준화 되어 있다. 대학 조차 '일류'라는 게 따로 없다. 그런데 스웨덴 교육청에서 학교 간 교육의 질과 교육력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스웨덴 교육청은 지난 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스톡홀름 소재 176개의 지자체(코뮨) 직영 공립 초등학교(스웨덴의 초등학교는 9년제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합쳐져 있음) 및 고등학교와 75개의 자립(민영)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 평가를 실시했다. 이번 평가는 단위 학교 별로 교육법과 교육 과정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지를 파악함과 동시에 교육력 및 교육의 질과 내용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40명의 평가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평가 방법은 지자체 및 단위 학교로부터 질의서를 받는 형식의 서면 평가와 학교장, 교사, 학생회, 학생, 자자체 교육 관련 공무원 등 만 여명을 개별 면담하는 형식의 현장 방문 평가를 병행했다.

지역 간, 학교 간 교육력 격차에 경고음…

이번 평가에 따르면 스톡홀름은 지역(총 18개 구)과 학교와 교사에 따라 교육의 질과 결과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교과 과정을 이수, 학년 별 교육 목표를 달성한 학생의 비율이 전체 학생의 32% 밖에 안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반면에 어떤 학교는 그 비율이 98%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교생 모두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다 갖춘 학교가 있는가 하면, 52%의 학생만이 이 기준을 통과한 학교도 있다. 주거 지역의 인종 분리 현상으로 이미 사회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이민자 집중 거주지역 소재 학교들이 대개 최저 수준에 머물렀으며, 도심과 부유층 거주 지역 주변 학교들이 최상 수준을 보였다.

이 정도면 호들갑을 떨기에 충분한 비상 사태이다. 그 원인이 지역 간의 격차에 있든, 학교장의 지도력 부재에 있건, 평등한 처우에 대한 지침의 결여에 있든 상관없이 문제는 심각하다. 당장 스톡홀름은 향후 3개월 이내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교육조차 시장의 논리에 맞기겠다고 나선 우파로부터 기대할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 스웨덴 공립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정혜영

교육에도 신자유주의가…


따지고 보면 작금의 사태는 이미 지난 90년대 초반 우파 집권 시절에 예고되었던 바이다. 신자유주의를 정책의 기조로 받아들인 우파가 집권 4년 동안 가장 먼저 칼을 휘둘렀던 분야가 바로 교육이었던 것이다. 우파는 집권 초반기에 운영의 효율성이란 명목하에 학교의 민영화(혹은 자립 운영)를 단행하였다. 그 이전 까지는 전 교육 기관이 정부 직영 체제를 갖춘 공립의 형태였으나, 개인이나 기업이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운영의 효율화를 통한 교육의 질의 향상이 그 배경이라고는 하나, 이는 결국 교육에 시장과 경쟁의 논리를 접목시켜 학교간, 학생간의 교육 격차를 더욱 넓히는 결과를 불러올 수 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주거 지역 주변 학교만을 선책할 수 있었던 과거의 제도를 폐기하고, 자유라는 명목하에 학교 선택권을 부모에게 부여했다. 이로 인해 지역에 상관없이 원하는 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학교 간 경쟁을 더욱 부추기게 됐다.

스웨덴은 학생 수에 따라 학교의 재정 지원액이 결정되는 만큼, 자립 학교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을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좋은 학교'라는 간판이 필요하다. 우수한 학교라는 간판을 걸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도 확실한 방법은 학생들의 성적 평가다. 결국 자립 학교(고등학교만 해당, 초등학교는 지원 순서에 따라 모집 )에서는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을 모집하게 되고 이는 다시 학교에 대한 평판으로 순환되면서 학교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전국에 열 곳 이상의 학교 체인을 가지고 있는 기업형 학교도 상당 수 존재한다.

'평준화'가 교육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이런 일련의 사태 이후에 과연 우파가 장담한 대로 전반적인 교육의 질이 향상됐는지에 대한 평가는 매우 비판적이다. 당장 이번 평가만 하더라도 전반적인 교육력 및 교육의 질이 현저하게 저하됐다는 결론이 지배적이다. 평준화가 깨어지면서 교육력이 향상되기는 켜녕 오히려 저하됐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안목으로 보자면 자립형 학교의 성적 위주의 교육이 효과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더욱이 몇몇 뛰어난 학생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마치 전체적인 교육의 질이 높아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개별 수업을 통한 맞춤형 교육으로 전체 학생들의 학습 능률을 최대화 시키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사회는 소수의 엘리트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쳐 골고루 인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경쟁의 논리로 운영되는 교육의 장에서 소외된 학생이 사회에서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다는 건, 말 그대로 동상이몽인 것이다.

개개인에 맞는 교수 방법과 교재를 제공하려면 당장은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단기 수익율은 과히 좋지 않다. 그러나 맞춤형 교육으로 무장한 인재들의 사회에서의 활동을 계산해 본다면 전자와 비교해 봤을 때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스웨덴 교육의 목표는 학습 능력이 뛰어난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데 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스웨덴에도 한국의 특목고나 영재 학교 같은 교육 기관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강남 같은 교육 특구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온다면 스웨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스웨덴 언론은 어떤 논조를 펼칠지 자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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