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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민당, '정통주의'로 부활하나?

[북유럽 리포트] 새당수 선출 이후 지지율 급반등

유럽식 복지 만능주의의 패배, 지나친 분배 정책으로 인한 경제 성장 실패, 한계 드러낸 유럽식 사민주의….

지난 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장기간 국민의 신임을 받아 왔던 사민당이 중심이 된 좌파 연합을 누르고 새로이 집권에 성공하자 전 세계 언론들은 이같은 문구들로 승전보를 전했다.

당시 스웨덴은 각종 경제 지표들이 9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호황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집권 좌파 연합은 사상 최악의 지지율로 우파 연합에 참담하게 패하고 만 것이다.

이에 사민당을 이끌던 요란 페숀 전 수상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2007년 3월까지 당수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약속했고, 사민당은 스웨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첫 걸음으로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매진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17일에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임시 전당대회에서 모나 살린이 사민당 118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당수로 선출됐다.

신임 모나 살린 당수는 '정통 사민주의' 계승자
▲ 모나 살린 신임 사민당 당수ⓒwww.aftonbladet.se

1995년 가을, 최초의 여성총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살린 당시 부총리는 부적절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살린이 스톡홀름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개인 생필품을 산 뒤 공직자용 정부 신용카드로 계산한 사실이 드러나 "정부의 돈과 개인 돈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여론의 비판이 빗발쳤던 것이다.

살린은 뒤늦게 우리 돈으로 3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채워넣었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사과 성명과 함께 부총리 직을 내놓았다.

고졸 학력으로 주방보조, 단순 사무직 등을 거쳐 1982년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노동부, 평등부, 지속가능 발전부 장관 등을 거치며 왕성한 정치활동을 펼쳤던 살린의 성공신화는 거기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는 살린에게 화려한 부활의 기회를 제공했다. 고등학생 때 이미 사민당 당원으로 가입해 청년 분과위원회에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각료시절 '인간이 소외되지 않은 노동'이란 화두에 천착해 왔던 정통 사민주의자의 저력을 만방에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살린의 당수 취임은 단순히 최연소 국회의원, 최연소 장관 등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민당 최초의 여성 당수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정통 사민주의의 정신을 계승하고, 울로프 팔메 전 수상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요란 페숀 전 수상이 이끌었던 사민당은 정통 사민주의에서 벗어나 국제 경쟁력을 명분으로 신자유주의를 일부 수용했으며,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노동계를 등한시하고 기업의 이익이 우선되는 정책을 구사했다.

그러나 살린 신임 당수는 노동자의 권익과 사회 복지의 강화를 통해 스웨덴 사회의 대통합을 이루어내는 것을 당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로 여기는 만큼 차후 사민당의 정책 기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살린의 당선을 두고 요란 페숀 집권 12년을 거슬러 올라가 울로프 팔메와 잉바르 칼손으로 이어져 내려온 '정통 사민주의로의 회귀'란 주석을 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살린의 당선 사례에서도 사민당 변화에 대한 포부를 엿볼 수 있다. 살린은 노조와 노동자의 권리 회복을 위한 노동운동, 고용이 전제된 인간의 자유, 스웨덴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사회 복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사민당 내의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 등을 역설한 것이다.

살린은 특히 온건당 출신의 프레드릭 라인펠트 현 수상의 실업 보험 급여 대폭 축소 같은 자본주의적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 보다도 강력한 노동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해 노동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2006년 총선에서 사민당의 최대 패인으로 지적된 실업 문제에 관해서도 "인간의 자유를 위한 전제 조건이 고용"이라는 표현으로 사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일자리, 환경, 평화'라는 울로프 팔메 전 수상의 정신을 오롯이 계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간판 바꾸자 사민당 지지율 급등

'정통 사민주의'를 간판으로 내 건 사민당은 이미 반전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스웨덴 최대 일간지 <더겐스 니헤떼르>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살린 당선 이후 스웨덴 정국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새 사령탑이 이끄는 사민당의 지지율은 급등하여 42.5%에 이르렀는데, 이는 지난 총선 때의 지지율 35%와 비교할 때 7.5%가 상승한 것이며, 1994년 잉바르 칼손 수상 이후 최대의 지지율이다. 사민당과 함께 좌파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좌익당(5.9%)과 환경당(5.8%)의 지지율을 합하면 좌파 연합 전체 지지율 역시 54.2%로, 2003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집권당의 수장인 신온건당을 중심으로 국민당, 중앙당, 기독교 민주당으로 구성된 우파 연합은 전체 지지율이 42.4%에 그쳐 사민당 단독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같은 '살린 효과'가 시사하는 바는 개인 정치인의 인기몰이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좌파 진영 중 유독 사민당의 지지율에만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지난 선거의 패배가 사민당의 지도부에 대한 대중의 불만에 기인했음이 재차 확인된 것으로 여겨진다. 작년 스웨덴 총선은 신자유주의 수용으로 사민주의의 퇴보를 가져온 당시 사민당 지도부에 가한 국민들의 철퇴였던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은 스웨덴이 유럽식 복지 모델을 버리고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의 옹호에 합류했다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앞다투어 내놓았었다.

부유층이 아닌 보통 사람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약속으로 집권에 성공한 우파 연합의 지지도가 실업 급여 축소를 비롯한 자본주의적 성향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집권 5개월 만에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한국 언론의 해석이 오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좌파 같은 우파' 선택했던 스웨덴의 표심, 다시 바뀌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2010년에 있을 차기 선거에서 좌파 연합이 4년간의 야당 생활을 접고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 좌우의 균형을 잃은 세계 질서 속에서 살린이 이끄는 스웨덴 사민당이 얼마나 강도 높은 사민주의적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또 그런 사민당을 향해 스웨덴 국민들이 얼마나 긴 기간 동안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줄지를 장담하기는 아직 조금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파 연합이 지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스웨덴 국민들이 시장 만능주의로의 전환을 원해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제적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정도를 걷지 않고 우파와 차별성이 없는 비사민주의적인 정책을 구사한 사민당에 대한 국민의 질책에 가까웠다.

이는 또한 지난 90년대 초반 스웨덴을 강타했던 외환 위기를 계기로 권좌에 올랐던 우파가 사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복지 제도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했다가 재집권에 실패했던 경험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온건당이 부유층을 겨냥한 복지 축소, 세금 감면 등의 공약으로는 12년간 세 번의 선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가, 사민당보다 더 사민주의적인 정책을 펴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와서야 집권에 성공했다는 점도 스웨덴 국민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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