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의해 폐쇄 조치됐다고 주장했던 라디오 카라카스TV(RCTV)가 정상적인 방송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RCTV는 지난 16일 오전 6시 반(反)차베스 방송을 재개하면서 베네수엘라 정부로부터 허가를 새로 받거나 장비를 추가로 구입하지도 않았다. 다만, 공중파가 아닌 유선 방송으로 시스템만을 바꾸어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차베스 정부의 방송국 폐쇄조치로 언론자유가 말살됐다던 RCTV 측의 주장과 전 세계 주류언론들의 보도내용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러나 RCTV의 방송활동은 베네수엘라 내에서 종전처럼 이루어지지만 이 방송국의 본사 사무실은 미국 마이애미로 옮겨갔다. 따라서 이 방송국의 정식 명칭은 'RCTV International Corp in Miami'가 됐다.
현지 평론가들은 RCTV의 이런 행태를 두고 차베스 정부에 정면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편법"이라며 "차베스와 RCTV의 대결구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들의 활동을 규제할 법적인 근거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2004년 유선방송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그 내용이 형식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RCTV가 노골적으로 차베스 때리기에 나서도 이를 규제할 법규정이 전무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지의 방송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외국계 유선방송들도 사회적 공기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을 새롭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RCTV의 방송 활동재개를 묵인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방송국을 폐쇄한 게 아니라 적법한 절차에 의해 공중파 전파사용권만을 회수했기 때문에 이들이 유선방송을 이용해 방송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라는 입장이다.
차베스도 RCTV의 전파발송 권리사용 갱신불허를 천명하면서 유선을 이용한 방송 활동은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 "차베스와 언론, 누가 누구를 탄압하나")
베네수엘라 정보통신부는 "방송국이 폐쇄되고 언론자유가 말살됐다고 투쟁했던 이들의 주장이 거짓말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는 논평을 내놓고 "이들은 지난 5월 28일 이후 얼마든지 곧바로 유선방송을 통해 방송활동을 재개할 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쓸데없이 언론자유 말살이라는 거짓말로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억지를 부려 시간만 낭비했다는 쓴소리다.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들은 "RCTV측이 언론자유를 내세우며 방송국이 폐쇄됐다고 주장하며 극한투쟁을 부추겼던 지난 2개월여 동안에도 영업활동은 계속했다" 면서 "RCTV는 지난 5월 이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쇼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드라마 수출 등의 영업을 해왔다" 고 밝혔다. 방송국이 폐쇄됐다는 이들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얘기다.
방송을 재개한 RCTV의 사주인 마르셀 그라니어는 "언론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는 공중파를 되찾기 위한 노력도 중지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고 각을 세웠다. 차베스와의 대결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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