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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당한 부시의 '프리즌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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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당한 부시의 '프리즌 브레이크'

리비 '부분 감형'에 보수-진보 모두 "못마땅해"

3일 아침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조간을 펼쳐들었다면 자신에 대한 비아냥과 공격으로 가득 찬 헤드라인과 사설에 신문을 그냥 덮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7년 내내 자신을 괴롭혀 왔던 <뉴욕타임스>를 덮고 그나마 우호적이었던 <워싱턴 포스트>를 들쳐 봐도,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을 찾아 봐도 부시 대통령에게 '위안을 주는' 기사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날 지면은 전날 부시 대통령이 '스쿠터 리비'를 사면한 것에 대한 평가와 해설로 가득찼다.

부시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노출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 형 등을 선고받아 수감 위기에 처한 루이스 '스쿠터' 리비 전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징역형을 면제해 주는 '일부사면' 조치를 단행했다.

리비 전 실장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주재 미 대사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그의 부인인 CIA 비밀요원 발레임 플레임의 신분을 노출시킨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사면에 대한 비난은 면하면서 '체니의 남자'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벌금형과 2년간의 보호감찰형은 그대로 두고 징역형만 면제하는 어정쩡한 사면을 단행한 것이다.

인터넷 매체 <슬레이트 매거진>은 부시 대통령이 내놓은 궁여지책에 '프리즌 브레이크'란 별칭을 붙였다. 유명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가 사형을 언도받은 형을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자신도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으로 들어간 것처럼, 부시 대통령도 리비를 구해내기 위해 논란을 무릅썼다는 이유에서다.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는 3편 제작에 들어갔을 정도로 인기 드라마가 됐지만 부시 대통령의 '프리즌 브레이크'는 인기가 없어 보인다.

리비는 물론 리비에게 불법행위를 강요한 체니 부통령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뉴욕타임스>가 비판에 나선 것은 물론이거니와, 리비에 대한 유죄 평결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면을 요구했던 <월스트리트저널>도 전면 사면이 아닌 부분 사면을 선택한 부시 대통령이 "비겁하다"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에서 부분사면이 '리비 봐주기'라고 비판을 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봐줄려면 제대로 봐주라'고 비판을 한 셈이다. 이 때문인지 부시 대통령측은 이날 리비에 대한 벌금형 및 보호감찰형에 대한 추가 사면 조치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골수지지자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최근 이민법안 부결 등 공화당 소속 의원들조차 그를 버리고 있는 상황에서, 임기 말의 부시 대통령은 이제 무슨 조치를 취해도 안팎으로 비판을 받는 처량한 처지에 놓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음은 3일자 미국 주요 신문의 리비 사면 관련 평가를 비교해 놓은 것이다. <뉴욕타임스> <더 덴버 포스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스>가 리비 사면에 완강히 반대해 왔던 신문들이라면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뉴욕 포스트>는 리비 사면을 강력히 요구해 왔던 신문들이다.
▲ <더 디트로이트 뉴스> 3일자에 실린 만평. 부시 대통령이 누군가 통화를 하며 "리비는 감옥에서 꺼낼 수 있지만 리비를 패리스 힐튼의 경우를 끄집어 내려는 언론들은 말릴 수 없다는 말이지"라고 읊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리비에 관한 발표가 나자 공화당 성향 평론가들은 벌금과 보호관찰과 명예실추만으로도 충분히 가혹하다는 부시 대통령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했다. 그들은 며칠 전 패리스 힐튼이 유치장에서 석방되자 거품을 물며 비판했던 자들이 아닌가."

"대통령에게는 분명 관용과 용서를 베풀 권한이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감방에 들어간 옛 충신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자로 보인다."

더 덴버 포스트

"이 정권의 '권력 휘두르기(big-footing)'는 그리 새로운 일도 아니다. 대통령은 거부권을 남용함으로써 의회의 입법 권한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의 인신보호영장을 기각함으로써 법적 전통을 비웃기도 했다. 리비 사건으로 이 목록이 늘어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리비는 자신의 죄 값을 치러야 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스

"백악관 전직 보좌관 루이스 '스쿠터' 리비의 감형을 통해 부시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을 위한 서비스 도중에 일어난 위증이나 조사방해는 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워싱턴 포스트

"우리는 리비에게 내려진 2년 6개월 형이 과중했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징역형을 아예 면해버린 부시 대통령의 처사를 두둔할 수는 없다. 부시 대통령은 '과중했던' 형을 '제로'로 만들어 버린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입으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중죄에 대한 유죄판결이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25만 달러의 벌금과 명예 실추를 사소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런 판단은 대법원의 몫이다. 징역형을 모두 감한 것은 해당 범죄의 엄중함에 대한 잘못한 메시지로 전달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부시 대통령은 리비를 완전히 사면하지 않음으로써 발레리 플레임 사건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리비는 자신이 방어하기 위해 애썼던 대통령으로부터 그만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랬다면 부시 행정부의 명예도 오래 유지됐을 것이다."

뉴욕 포스트

"부시가 사면할 부분을 잘게 나눠서 사면에 대한 정치적 역풍을 피하려고 했다면 큰 오산이었다. 오늘 아침 자칼들은 그의 발꿈치를 물었고 그는 할 일의 반 밖에 해치우지 못했다. 부시는 사면이 정당한 권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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