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지법의 레기 월턴 판사는 "국가의 안녕과 안보라는 책임을 잊고 있는 이런 고위직 인사들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일체의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의무가 있다"며 석방 뒤에도 2년 간 보호관찰을 추가하는 판결을 내렸다.
월턴 판사는 항소기간 중 선고효력 유예에 대해서도 14일 재심하겠다고 밝혔다. 월턴 판사가 유예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45일에서 60일 안에 리비는 수감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판결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리비 사면설'이 들끓고 있다. 이번 재판을 '정치적 투쟁'으로 인식한 보수 진영이 부시 대통령의 사면권을 활용해 자신들의 패배로 끝난 재판 결과를 무효화하려는 것이다.
리크게이트란? 리크게이트는 2002년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사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었던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구매 증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자 이 주장의 신빙성을 깎아내리기 위해 2003년 CIA 비밀 요원이었던 윌슨의 부인 밸러리 플레임의 신원을 언론에 누설한 사건이다. 특별검사팀의 조사 결과 최초 발설자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으로 밝혀졌지만 리비만이 수사 방해와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
리비 사임 후 18개월 간, 네오콘 퇴조 뚜렷해
판결에 대해 백악관 측은 리비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도 "대통령이 개별 형사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던 관행대로 이번 사건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사면권을 행사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리비 후원세력의 드높은 사면 요구를 부시 대통령이 언제까지 '관행'이란 방패만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딕 체니 부통령이 리비 사면을 위한 고강도 로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리비의 별명은 '체니의 체니'다. 체니 부통령이 자신처럼 신뢰한다는 뜻에서다.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리비는 체니 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2005년 10월, 검찰 기소와 함께 리비가 부통령 비서실장에서 물러난 후 후임이 들어왔지만 리비만큼 유능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영 통신사 <IPS>의 짐 로브 기자는 특히 지난 18개월 간 북한, 이란 문제 등 주요 외교문제에서 체니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네오콘 그룹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끄는 부시 행정부 내 현실주의자 그룹에 눌리는 모양새를 보인 데에도 리비의 부재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네오콘의 허브' 역할을 했던 리비가 물러나자 체니 부통령 개인의 영향력은 물론 부시 행정부 내 네오콘 세력 전체의 전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에 네오콘의 좌장 역할을 맡고 있는 체니 부통령이 리비 구명에 팔을 걷어붙일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체니 청 들어주자니 부메랑이 무서워
2인자인 체니의 로비도 로비지만 '인기없는 전쟁(unpopular war)'이란 꼬리표가 붙은 이라크 전쟁을 마지막까지 지지하고 있는 골수 공화당 지지자들이 리비 사면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부시 대통령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리비를 사면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부시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을 균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주요 보수 단체, 혹은 네오콘 그룹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리비에게 온정적인 조치를 베풀지 않은 데 대한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면 요구까지 완강히 거절한다면 30% 남짓의 최후의 지지층마저 붕괴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관계자는 "스쿠터(리비의 별명)를 감옥으로 보내는 것은 마지막까지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29%의 사람들에게 '정치적으로 비이성적인 상징'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평가해 보수층의 요구를 대변했다.
그러나 네오콘 세력의 '자존심을 건 로비'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즉시 사면권을 행사하기엔 부담이 따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일정부분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야 하는데 사죄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온 리비를 사면하는 것은 정치적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감도 되기 전에 사면하는 것은 선고가 내려진 지 5년 후 혹은 징역이 끝난 후를 '사면이 가능한 시기'로 규정한 법무부의 가이드라인과도 맞지 않는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관료는 "지금 당장 리비를 사면을 하는 것은 법체계에 대한 심각한 무시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지층의 요구'와 '국민의 요구' 사이에서 부담스러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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