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조·중·동 '문재인 때리기', 안보를 위한 것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조·중·동 '문재인 때리기', 안보를 위한 것인가?

[정욱식의 '오, 평화'] 득실 따져보지도 않고 '닥치고 공사'?

대선을 앞두고 조중동의 안보 공세가 다시 시작됐다. 세 신문은 일제히 11월 12일자 사설을 통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역시 공세의 소재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이다.

<조선일보>는 '제주 해군기지 새로 논의하자니 국제 정세 눈감았나'라는 제목을 달고 "안보상 제주 해군 기지의 필요성은 6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결정할 때보다 더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은 그간의 동북아 정세 흐름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이를 둘러싼 논쟁도 할 만큼 했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마당에 대선에서 이겨 집권하겠다는 세력이 제주 해군기지 예산을 다루면서 국제정세와 안보 문제는 쏙 빼놓고 관광 차원의 이야기만 거론한다는 건 표만 의식한 너무나 속 보이는 행동이다."

<중앙일보> 역시 '제주해군기지 예산 삭감 주장은 잘못'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내년도 해군기지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한 민주당의 김재윤 의원을 "과도한 지역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김재윤 의원은 강정마을이 있는 서귀포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이다. 또한 문재인 후보가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업 내용을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대선 후보의 이 발언으로 민주당은 사실상 '당론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동아일보>의 사설은 더욱 선정적이다. 이 신문은 '제주기지 흔들기, 文 후보의 정체성과 관련 있나'라는 제목을 달고는 "북한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문 후보에 대한 공격은 자제하는 것이 유약(柔弱)한 안보 공약 때문이라면 큰일"이라며 또 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또한 "민주당의 제주기지 예산 전액 삭감 추진에 대한 안 후보의 견해를 듣고 싶다"며 안철수 후보를 압박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조중동의 굴절되고 편협한 안보관

위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중동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고 이를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안보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프레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해군기지 건설이 왜 국가안보에 득이 되는 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가안보를 비롯한 국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우려를 '반대를 위한 반대', '친중(親中) 사대주의'로 일축하기 일쑤이다.

▲ 지난 3월 19일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구럼비 바위에 시행한 발파작업 ⓒ연합뉴스

이들 언론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도를 둘러싼 한중 간에 관할권 주장 갈등이 커지고 있고, 일본의 독도 도발도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이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을 거치면서 북한 위협 대처를 위한 해군기지 건설 필요성도 커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는' 굴절된 안보관이자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편협한 안보관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북한 위협 대처와 관련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제주기지가 북한을 대응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대양, 글로벌한 입장에서 안보 플러스 경제라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짓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는 북한 위협 대처와 별 관계가 없다는 점을 최고 국군통수권자가 확인해준 셈이다.

이어도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조중동은 마치 이어도가 영토에 해당하는 '섬'인 것처럼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이어도는 한중 양국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는 '수중 암초'이다.

물론 이러한 지적이 이어도를 포기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외교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를 군사적으로 접근할 때 이어도 인근 수역은 군사 분쟁지역이 될 것이고, 이는 이어도 관할권 확보를 비롯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논쟁할 만큼 했다?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가장 중차대한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이다. 이는 이른바 G2라고 불리는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한국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세 가지 팩트를 거듭 강조하면 이렇다. 첫째,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의 정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둘째,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군의 이용 여부는 한국의 주권이 아니라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셋째, MB 정부는 미국과의 밀실 협의를 통해 오키나와나 괌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미국에게 제공키로 했는데, 해군기지는 이를 위한 최적의 위치에 건설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해군기지가 건설될 경우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의 일환으로 악용될 소지가 대단히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거꾸로 해군기지 건설을 백지화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하면 이러한 우려는 애초부터 할 필요가 없어진다.

하여 조중동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팩트가 잘못된 것이라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혹시 내심으로는 한국이 미국과 손잡고 중국과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제주해군기지가 국가안보를 비롯한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조선일보>는 "논쟁도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하지만, 위에서 제기한 국가안보상의 중차대한 문제들은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가안보를 그토록 중시한다는 조중동은 '닥치고 공사'를 주문할 것이 아니라 해군기지 건설의 득실관계를 냉정하게 따져보자고 제안해야 하지 않겠는가?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