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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암살에 "잘 죽었다"…레바논 앵커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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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암살에 "잘 죽었다"…레바논 앵커 '해고'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다음은 내각장관" 지목도

레바논 한 TV 방송사의 앵커가 생방송 중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암살당한 정치인을 향해 향해 적의에 가득 찬 독설을 내뱉었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레바논 민영 방송사인 <NBN>의 한 여자 앵커는 지난 13일 반 시리아 정파인 '미래운동' 소속 왈리드 에이도 의원이 차량폭발 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내보내면서 옆자리 남자 앵커에게 "왜 그를 죽이는 데 시간을 이렇게 오래 끌었을까"라고 말하며 낄낄거렸다.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이 여자 앵커는 역시 반 시리아 정파 소속인 아마드 파트파트 내각 장관을 지목하며 "파트파트가 다음 차례다. 내가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자 앵커가 "다른 사람의 불행에 너무 환호하면 안 되지"라고 진정시키려 할 때도, 이 여자 앵커는 "괜히 고소해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그들(반 시리아 정파)이 지긋지긋하다"고 응수했다.
  
  이들은 화면이 나가는 사이에는 당연히 앵커 자리의 마이크가 꺼진 줄로만 알고 내키는 대로 말한 것이지만 기술상의 실수로 이들의 대화 내용은 방송을 타고 레바논 전역에 고스란히 생방송됐고 이 내용은 다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됐다.
  
  앵커들의 경솔한 발언에 난감해 진 것은 시리아와 방송사 측이다.
  
  2005년 2월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가 피살된 이후 지금까지 7명의 반 시리아 정파 소속 정치인들이 암살되자, 반 시리아 정파 쪽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시리아가 있다고 보고 있다. 2005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시리아군을 레바논에서 몰아낸 주역들을 제거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었다.
  
  시리아 정부는 이 같은 추정을 완강히 부인해 오던 차에, 친 시리아 계열 방송사인 <NBN>의 앵커가 사실상 친 시리아 세력이 에이도 의원의 암살에 가담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버린 것이다.
  
  당장 '다음 차례'로 지목된 파트파트 장관이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며 방송사와 앵커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이에 <NBN>은 당장 문제의 발언을 한 앵커와 옆 자리 남자 앵커를 해고시키며 "이들의 발언은 방송사 측의 입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친-반 시리아 정파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터진 악재라 수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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