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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결국 'MD 외통수'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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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결국 'MD 외통수'에 빠지나

"러시아 견제용 아니다" 공언…푸틴 "증명해 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가진 회동에서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에 설치돼 있는 레이더 기지를 함께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미국이 미사일방어(MD) 구상의 일환으로 체코와 폴란드에 기지를 설치하려는 데 대해 "미국이 계획을 강행할 경우 핵전쟁이 초래할 수도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던 푸틴 대통령이었다.

'돌변'에는 의혹이 따르기 마련인 법. 허를 찌른 역제안에 백악관마저 푸틴의 속내를 가늠하지 못해 얼떨떨해 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함정을 파놓았고 여기에 부시 대통령이 빠져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이란은 보이고 러시아는 안 보여?
무슨 속셈일까?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MD 구상에 역제안을 내놓은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미국의 대형 신문체인 '맥클래치'가 발행하는 <맥클래치 신문(McClatchy Newspapers)>은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부시에게 언행일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공동사용을 제안한 아제르바이잔의 가발라 기지는 이란 북부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이란이 유럽을 향해 미사일을 조준하는 것을 모니터링하는 데에는 더없이 적합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 국방성 무기 검사국 국장을 지낸 필립 코일 씨는 "아제르바이잔은 이란과 가까우면서도 유럽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기술적으로 체코보다 더 나은 위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허점이 있다.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동향을 관찰하기엔 어려운 위치라는 것이다. 유럽 전 지역을 관할하기는 역부족이지만 러시아의 움직임을 포착하기엔 적합한 체코와는 정반대되는 지점이다.

이 전제대로라면, "MD는 이란과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유럽과 미국을 보호하려는 것이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의식한 것이 아니다"라고 공언해 왔던 부시 대통령은 자기가 한 '말의 함정'에 빠진 셈이다.

미국이 푸틴의 제안을 받아 들여 체코 레이더 기지 계획을 철폐하고 아제르바이잔 기지를 함께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MD의 모니터 망에서 벗어나게 되니 MD에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다.

반면, 미국이 갖은 이유를 들어 이 제안을 거부한다면 러시아를 겨냥한 구상임을 자인한 셈이 되므로 러시아에게는 마음 편히 MD를 비난할, 그리고 동유럽 기지 설치에 반대할 명분이 생기게 된다.

"언제나처럼 악마는 디테일에…"

푸틴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애당초 '아제르바이잔 카드'는 부시 대통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옛 소련이 설치해 놓은 기지를 미국이 '아웃소싱'하는 일이 부시의 마음에 맞지 않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 부시 대통령은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막후의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담한 제안(a bold proposal)"이라며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레이더 기지 설치에 대한 제안만 했을 뿐, 폴란드에 설치될 계획이었던 요격미사일 기지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대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양국 간 의견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에 워싱턴의 외교·안보 관계 씽크탱크 <닉슨 센터>의 폴 사운더스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도 미·러 간 협력에 대한 약속이 종종 있었으나 모두 성과 없이 끝났음을 상기시켰다.

최근 양국 정상간 MD에 관한 과격한 언사가 오갔던 것을 감안하면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계기로 대안을 검토하는 생산적인 회담이 열린 것은 "매우 파격적인 진전"이나 "언제나처럼 악마는 디테일에 있을 것"이란 얘기였다.

미·러 양국은 조만간 양국 간 전문가 실무회담를 개최키로 한 데 이어 내달 1,2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서 개최될 미·러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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