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럽에 美 MD? 우리가 뚫어주마!"

다탄두 미사일 시험발사…"어떠한 MD도 관통" 주장

미국이 동유럽에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 러시아가 29일 MD에 걸리지 않도록 고안된 신형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
  
  그와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동유럽에 MD 체제를 구축하면 유럽을 '화약통'으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MD 반대'를 말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말'에서 '물리력'으로 반발도수 높여
  
  러시아 국방부는 RS-24로 명명된 미사일이 러시아 북서부의 플레세츠크 우주센터에서 발사되어 5500km를 날아간 뒤 태평양 연안 캄차카반도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탄두를 최대 10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고 알려진 이 미사일은 어떤 미사일 방어망도 관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장관을 역임한 이바노프 부총리는 <이타르타스> 통신에 "러시아는 오늘부터 기존의 또는 미래의 어떤 미사일 방어시스템도 극복할 수 있는 신형 미사일들을 갖추게 됐다"면서 "러시아인들은 이제 국방과 안보에 관한 한 차분하게 국가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내년 대선에서 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이을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바노프는 또 러시아군이 이날 전술 순항(크루즈) 미사일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이 크루즈 미사일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 기지(러시아령)에 배치될 경우 미국이 폴란드에 추진하고 있는 MD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군사소식통은 "새로운 탄도미사일이 러시아의 전술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켜 MD를 극복하게 하며 핵 억지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언론은 이날 발사된 RS-24 미사일이 궁극적으로는 노후한 RS-18 및 RS-20 미사일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푸틴, 'MD 구축되면 유럽은 화약통' 경고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 중인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와 회담한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동유럽 MD 구축에 대해 "유럽을 화약통으로 만들려는 기도로 해롭고 위험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국제적, 그리고 유럽 관계의 총체적 시스템에 불필요한 새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경고는 러시아 외무부가 유럽재래식무기감축협약(CFE) 가입국들에 특별회의 개최를 요구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그간 러시아는 미국이 폴란드에 배치하려고 하는 요격미사일과 체코에 구축하려고 하는 레이더 기지에 대해 궁극적으로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미국이 MD 도입을 강행할 경우 CFE를 백지화할 것이라고 위협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동유럽 배치 MD가 북한이나 이란 같은 '불량국가'들의 미사일로부터 유럽을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