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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을 포기하니 '관광소득'이 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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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황금'을 포기하니 '관광소득'이 남더라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46> 안데스의 선물

태곳적부터 남미인디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아르헨티나 남부 빠따고니아 전역에 최근 관광사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특히 때묻지 않은 수려한 안데스의 경관과 만년설이 녹은 물로 이루어진 '오염제로'의 에메랄드 천연호수 인근을 투어하는 '황제관광'이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천연호수에서 유유히 노니는 송어를 낚고 스키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미국과 유럽 갑부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 것이다.

"안데스를 지켜라"…에스껠 주민들의 금광개발 반대운동

지난 25일 필자가 아르헨티나 한인상공인연합회(회장 윤성일) 임원들과 3박4일 일정으로 방문한 관광명소 에스껠시에서도 인기리에 '황제관광'이 이뤄지고 있었다.

에스껠시는 안데스 산맥에 자리잡은 그림같은 전원도시지만 한 때 '골드러시'로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

90년대 중반 캐나다 국적의 한 광산업체가 현지에서 지질조사를 통해 엄청난 양의 금맥이 이 도시 주변 산맥에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어서 당시 까를로스 메넴 대통령을 움직여 금광개발법령을 입법토록 하면서 외국계 광산회사들이 몰려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아르헨티나 연방정부로부터 금광개발권을 받아 든 캐나다 회사는 현지 주민들에게 2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약속하며 주민들에게 개발 동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외국 금광회사가 에스껠시에 진출하는 것 자체를 반대했고 1999년부터 격렬한 금광개발 반대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주민시위가 3년이나 계속되자 골머리를 앓던 에스껠시는 금광개발 허용을 묻는 시민투표를 약속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지난 2002년 초 실시된 시민 찬반투표에서 에스껠 시민 80% 이상이 금광개발 반대 쪽에 표를 던져 골드러시로 아르헨 남부를 달구었던 금광개발의 꿈은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다.
▲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안데스 산맥,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금광을 반대한 주민들에게 안데스 산맥은 관광소득을 되돌려 줬다.ⓒ김영길

그렇다면 이들은 왜 금광개발을 반대한 걸까? 이번 방문에서 만난 에스껠시의 라파엘 윌리암스 시장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에스껠 시를 뜨겁게 달군 '골드러시'는 자연환경 훼손과 수자원 보호를 내세운 자연보호운동가들과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시피 안데스산맥 전역은 오염되지 않은 세계 최고수준의 수자원을 가진 천혜의 보물이다. 에스껠 시민들은 금광개발로 안데스 전역의 호수가 심각한 오염사태에 직면하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

또한 에스껠 시민들은 대부분 농부들이거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따라서 금광개발이 시작되면 외지에서 수천 명의 인부들이 이 조그만 도시로 몰려들게 될 것이고 이에 따른 범죄증가와 유흥가 난립 등을 염려한 것이다.

결국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지구상에서 몇 안된 '오염제로' 지대의 천연호수들과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안데스의 자연환경을 지켜낸 것이다. 황금보다 안데스의 자연환경이 우리에게는 보물이라는 얘기다."


윌리암스 시장은 황금에 욕심이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혹시 세상이 바뀌어 안데스가 황폐하게 된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볼 문제지만 지금은 수자원과 자연보호가 우선"이라고 대답했다.

지역주민들과 지방도시 정부공무원들의 이런 확고한 자연보호 의지로 안데스 전역은 여전히 때묻지 않은 자연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관광자원으로 보답하는 안데스

지역주민들의 보호 덕에 이 지역은 세계 최고의 관광 휴양지로 급부상 중이다. 자연이 황금 이상의 보상을 되돌려 준 것이다.

에스껠시는 이 지역에 소규모 별장식 호텔을 중심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조그맣게 분리된 천연호숫가에 로얄스위트급 별장을 지어 미국의 부호나 유럽 갑부들,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 일주일 혹은 보름 정도 그들만의 휴식과 송어낚시, 스키 등을 자유롭게 즐기게 해주는 것이다. 호수 전체와 안데스산맥 일부, 한 채의 별장이 임대기간 동안만은 개인소유가 되는 셈이다.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있는 지리적 특성은 유명인사들에게도 매력적이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인 금융가. 벤처기업 총수, 유명 영화배우, 골프스타 등이 소리소문 없이 이곳을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별장식 호텔에는 일류요리사와 워이터, 분야별 관광안내원 등이 오로지 손님 한두 사람을 서빙하기 위해 24시간 대기를 하고 있다. 숙박 및 관광요금은 보름 기준 2만 달러에서부터 서비스의 질과 옵션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비교적 고가의 서비스지만 세계 전역의 부호들 사이에선 관광의 명소로 입 소문을 타고 있고 숙박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

이렇게 소규모로 특화된 관광사업은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이점과 최소의 투자와 인원으로 최대의 수익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이곳 관광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옷가게 키워 호텔까지…에스껠 호스테리아 최병기 사장
▲ 최병기 사장 부부ⓒ김영길

에스껠 현지에서는 호스테리아를 운영하며 현지에서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로 꼽히는 최병기(50)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1977년 한국에서 대학2년을 중퇴하고 양친부모를 따라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온 최 사장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변두리의 한 지역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이웃 현지인 처녀에게 반해 부모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강행했다. 그 이후 분가를 한 최 사장은 친구들의 소개로 스웨터 생산을 하게 됐고 순식간에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하지만 많은 아르헨티나 사업가들이 그러했듯이 최 사장도 군정 말기의 천문학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1982년 결국 빚만 남긴 채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방황하던 최 사장이 우연히 에스껠시에 정착을 하게 된 것은 1987년. 세 아이의 아버지였던 최 사장의 수중엔 단돈 200달러뿐이었다.

그 돈으로 겨우 조그만 가게를 월세로 얻을 수 있었지만 장사를 꾸려나갈 길은 막막하던 차에 그 처지를 측은히 여긴 현지인 가게 주인이 선뜻 보증을 서줘 은행 융자를 얻었다. 최 사장은 가게수리를 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친구들에게 외상으로 의류를 떼어와 여성의류 소매업을 시작했다. 가게 장사가 자리를 잡자 최 사장은 고물 시트로앵 자동차를 구입해 시골을 돌아다니며 농부들과 원주민들에게 의류, 잡화를 팔기도 했다.

이렇게 장사를 불려 나가던 최 사장은 5년 만에 시내 중심가에 가전제품과 농기구 등을 판매하는 대형 매장을 인수했고 숙녀복과 아동복을 판매하는 종합의류매장도 2개나 구입하게 됐다.

최 사장이 의류업 다음으로 눈독을 들인 것은 관광사업이었다. 시내 중심가 공원 앞에 부지를 샀고 5년에 걸쳐 객실 30개 규모의 호스테리아를 완공했고 25일 개업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지역 고위공무원들과 지역법원장, 판.검사, 경찰 간부, 국경수비대장 등 유명인사들이 총출동해 최 사장의 성공을 함께 축하했다.

그러나 최 사장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 사장은 "이왕 시작한 호텔사업이니 이를 발판으로 에스껠에서 가장 큰 4성급 호텔을 지어보는 게 나의 마지막 꿈"이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최 사장 외에도 최근 들어 아르헨티나 교민들이 유명 휴양지인 마르 델 쁠라따를 비롯 만년빙하와 지구의 땅끝으로 유명한 깔라빠떼, 비쟈헤셀, 멘도사 등지에 호텔을 신축 중이거나 운영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아르헨 교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지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이민 역사가 40년을 넘기면서 섬유산업만을 고집해 왔던 아르헨티나 교민사회에도 업종 다변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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