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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우파 칼데론도 '중남미 좌파대세'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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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우파 칼데론도 '중남미 좌파대세' 인정?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43> 부시, 대통령을 영부인 이름으로 부르다

"멕시코는 미국이 라틴아메리카 좌파정부들을 공격하는 '아리에떼(고대에 성문을 때려부수는 데에 사용한 무기의 일종)' 역할에 이용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
  
  중남미 좌파정치인들로부터 '미국의 강아지'라는 평가를 받아 왔던 비센테 폭스 대통령의 뒤를 이은 멕시코의 전통 우파 정치인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중남미 좌파정치인들과 연대를 강화해 라틴국가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13일 취임 100일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멕시코 일간 <라 호르나다>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멕시코 내 좌파정치인들과도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천명했다.
  
  중남미 전역을 휩쓴 좌파열풍 속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입장을 대변해 오던 멕시코로서는 놀라운 변화의 조짐이다.
  
  12일 멕시코에 도착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면담을 앞둔 칼데론 대통령은 <라 호르나다> 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뭐라고 하든지 (눈치를 보지 않고) 중남미 대국으로서 지도력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쿠바의 카스트로 등 좌파정권들과도 관계정상화를 노리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멕시코에서 강하게 분 좌파바람에 고전했던 칼데론이 사실상 라틴권의 좌파대세를 인정한 셈이다.
  
  그는 이어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특별히 기대할 만한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다만 미국이 이번 방문을 통해 멕시코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에 대한 칼데론의 불만은 13일 부시 대통령에 대한 환영사에서도 잘 드러났다. 중남미 전역에 TV로 생중계된 양국 정상의 기조연설에서 칼데론은 "미국 정부는 막대한 예산(12억 달러 예상)을 투입해 멕시코와 미국 국경 지역의 장벽공사를 하기보다 오히려 그 예산을 멕시코 내의 일자리를 창출과 도로건설 등 인프라사업에 활용하라"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이민법 개정 등 필요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단 한번 일기 시작한 미국에 대한 서운한 국민감정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의 일부 언론들은 멕시코 서민들 사이에 "신은 멀리 있지만 미국은 지척에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미국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었으나 부시 취임 이후 멕시코에 대한 경제지원이 전무해 멕시코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변한 것이라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라 호르나다>에 따르면 칼데론은 쿠바와의 관계정상화를 희망하고 있으며 피델 카스트로의 건강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기쁜 소식이라면서 "쿠바를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주재하는 멕시코 기자들은 칼데론이 취임 초 남미공동시장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칼데론의 정책 방향이 아직 반미로 돌아섰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임 폭스 대통령처럼 미국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멕시코 정가의 미국을 향한 정서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얘기다.
  
  아르헨티나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칼데론이 지난 대선을 통해 멕시코 민심의 동향을 파악했고 멕시코 서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이끄는 좌파세력을 끌어안지 않고는 국정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카스트로 및 차베스와의 관계회복을 통해 자연스럽게 오브라도르 세력을 포용하려는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아르헨 현지의 한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칼데론 대통령을 향해 '사발라 대통령 각하'라고 호칭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사발라는 칼데론 대통령의 부인인 마르가리따 사발라 여사의 성이다.
  
  물론 이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될 수 있는 사안이긴 하지만 칼데론에게는 이래저래 끝까지 심기를 편치 않게 하는 계기였던 게 사실이다.
  
  미국 정부 역시 자신들의 뒷마당으로서 중남미 최고의 우방이자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꼽혀 온 멕시코의 이같은 기류 변화를 어떻게 읽고 대처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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