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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와 룰라…석유와 에탄올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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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와 룰라…석유와 에탄올로 '승부수'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38> 美-브라질, 바이오 에너지로 밀월

중남미 좌파 3인방으로 불리며 남다른 우정과 단합을 과시해 왔던 룰라-차베스-키르츠네르 대통령들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 중남미 통합이라는 대세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통합의 주도권과 방향을 놓고 틈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중남미 5개국 순방이 발표되면서부터였다. 미국은 우루과이를 끌어안아 미주대륙자유무역지역(FTAA) 창설의 교두보를 마련하려 하는 중이고, 여기에 브라질과 파라과이가 측면 지원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은 신자유주의 반대와 반 부시를 외치며 차베스를 중심으로 결속을 다지고 있다. 남미공동시장이 친미와 반미로 편이 갈리고 있다는 얘기다.

우루과이의 이중적 태도

따바레 바스께스 우루과이 대통령은 남미공동시장이 우루과이 경제발전에는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미국이 자국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것을 예로 들면서 미국과의 FTA(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목축업국가인 우루과이는 남미의 대국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가지지 못해 미국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바스께스 정부는 상황에 따라 남미공동시장과 미국이 내세운 미주대륙 자유무역지역협정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정부와 통상 및 투자협력협정(TIFA)을 맺으면서 우루과이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남미공동시장에서 벗어나 다른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해야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루과이는 쇠고기와 양모, 섬유, 유제품이 주력 수출품인 나라다.

우루과이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에서는 7억8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 남미공동시장에서는 지난 1월 한달 동안에도 83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루과이 정부가 미국시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차베스, 부시-룰라 '밀월'에 떨떠름

문제는 중남미 통합을 위해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차베스와 미국의 남미공동시장 진출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룰라의 갈등이 표면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베스와 룰라가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의 행보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차베스는 최근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을 카라카스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고 신자유주의 반대와 반미기조를 확실하게 다졌다.

또 차베스는 부시 미 대통령의 우루과이 방문에 일정을 맞춰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대규모 반 부시 시위를 주도할 예정이다.

반면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 한발 앞서 우루과이를 방문하고 3월 초에는 브라질리아에서 브라질-미국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룰라는 이어 3월 말에는 부시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공식 방문해 경제 협력과 에너지 공동개발 등을 합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베스와 룰라가 예전과는 다르게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오는 3월 9일 우루과이를 공식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에 앞서 26일 우루과이를 방문한 룰라는 현지언론사 기자들과의 약식 회견에서 "우루과이 정부가 미국과의 FTA 협상을 체결하는 것은 남미공동시장 규약에 어긋나는 행위"라면서도 "나는 남미공동시장 회원국가들이 자국의 생산품 판매시장 확장을 위해 역외국가들과 상업적인 협정을 맺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듣기에 따라선 우루과이가 추진중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 당국자들은 룰라의 우루과이 방문을 예의 주시하면서 바이오 에너지를 매개로 한 부시 행정부와의 밀월관계에도 못마땅한 눈치를 내비치고 있다. 또 미국이 브라질과 공동으로 에탄올 생산기술을 현대화시키고 생산량을 대폭적으로 늘려 중동과 베네수엘라산(産)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차베스와 룰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에탄올 연료는 전세계 생산량의 72%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이용해 연간 350억 리터의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은 옥수수를 이용해 연간 200억 리터의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단가 면에서 브라질산 에탄올은 미국산 에탄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정부가 브라질산 에탄올에 관심을 기울이고 룰라 정부에 구애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또 다른 이유인 셈이다.

부시 행정부는 차제에 브라질과 바이오 에너지 동맹을 맺고 OPEC(석유수출국기구) 수준의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두고 현지의 평론가들은 부시와 룰라의 '밀월관계'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아르헨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차베스가 넘치는 오일달러를 활용해 중남미 지역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면 룰라는 에탄올 기술을 이용해 남미대국으로서 차베스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룰라의 우루과이 방문, 미국 입장 대변 의혹'

이들은 또 부시 행정부는 룰라가 중남미지역에서 차베스의 독주를 견제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라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에 앞선 룰라의 우루과이 방문도 미국과 우루과이의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룰라는 우루과이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양국이 교역증가와 투자확대를 위한 '실무방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다.
▲ 회담중인 룰라 브라질(오른쪽) 대통령과 따바레스 우루과이 대통령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와 브라질 양국 정상은 26일 오후 통상. 투자, 바이오 에너지, 천연자원 공동개발 등을 합의하고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와 아르헨 정부는 룰라와 바쓰께스 대통령이 배석자 없이 나눈 단독면담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미공동시장의 단결을 위해 미국과의 통상협력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보다는 오히려 우루과이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후에 올 파장을 미리 논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오후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점심 식사를 포함해 6시간에 걸친 회담을 마친 따바레 바스께스 우루과이 대통령은 "우리는 남미공동시장 회원국들로부터 자선을 바라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지역 내 모든 회원국들이 골고루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를 창출해내야 하며 우리는 그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듣기를 원했다"고 토로했다. 룰라와의 회담이 남미공동시장 통합논의가 아니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발언이다.

룰라 역시 회담 직후 "남미공동시장 회원국들이 역외국가들과 통상협력을 맺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말해 미국과 우루과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오는 3월 초 부시 미 대통령의 우루과이 방문과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이 중남미 언론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좌파 일색인 남미공동시장 국가들도 바이오 에너지를 축으로 한 룰라와 부시의 밀월관계를 주목하고 오는 3월말 이후에 드러날 룰라와 차베스 간의 노선차이 등 대립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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