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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대표단이 아르헨서 '찬밥'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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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대표단이 아르헨서 '찬밥' 된 이유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35> 부시의 중남미 방문 목표

아르헨티나가 과거청산 작업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 국무부 니콜라스 번스 정무차관과 토마스 새넌 중남미 담당 차관, 미 법무부 알베르토 곤살레스 장관 등의 '환영 받지 못한 아르헨 방문'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소식이 중남미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다음 달 초 중남미 5개국 순방에 나서는 부시 미 대통령은 순방 일정에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군부 인권유린사태의 진실을 밝혀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미국의 책임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부시의 방문으로 불거질지 모르는 대규모 시위 등 정치적인 부담을 경계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정치적인 관계가 악화된 건 군정의 과거청산 과정에서 불거진 로버트 힐 아르헨 주재 전 미 대사의 군정지원 의혹뿐만 아니라 최근 아르헨 주재 어얼 웨인 미 대사가 전력공급회사 지분공매 건에 대해 보인 내정간섭성 행보 때문이다.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미 대사의 월권적인 행보를 놓고 "아르헨티나는 (당신들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약소국(우루과이를 지칭한 듯)이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이어 "(미국의) 어떤 종류의 압력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아르헨티나는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투명하게 정책을 집행하는 자주국가임을 명심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지난 8일 오후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니콜라스 번스 차관은 "아르헨티나의 인권문제 정책은 놀라울 정도로 민주적"이라고 현 정부의 정책을 추겨 세우고 "핵과학 분야 등 아르헨티나는 남미를 선도하고 있는 국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아르헨 관료들과 환담중인 니콜라스 번즈 차관(왼쪽) 일행을 잠시 방문한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 아르헨 대통령궁. ⓒ프레시안

번스 차관은 이어 아르헨티나가 오랜 군정 기간 이후에 민주주의를 확립했다고 언급하면서 이 과정에서 군정피해자 개개인에게 베푼 정부의 보상 정책을 칭송하기도 했다. 9일 오전 아르헨의 국제관계자문위원회(CARI) 강당에서 열린 내외신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번스 차관은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관계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며 양국간 긍정적인 대화가 오고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대표단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아 보였다.

현장의 일부 현지 언론사 기자들은 현 상황에서 아르헨티나가 미국과 정치적인 관계개선을 논한다는 것은 마치 '적과의 동침'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라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아르헨 정부 역시 자국의 전략사업인 에너지산업에 대한 간섭이 미국기업 보호 차원의 행보였다는 어럴 웨인 대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지 정치평론가들은 이 민감한 시기에 미국의 법무부장관이 아르헨을 방문한 것을 놓고도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이들이 내세운 표면적인 방문 목적은 테러 방지와 마약밀매 금지를 위한 양국의 긴밀한 협조체제 확립이라지만 혹시 다른 숨은 뜻(현재 진행중인 군정의 과거사 청산 재판문제)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번스 차관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 최악이다"

현지 언론사 기자단은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미 대표단을 향해 질문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번스 차관은 "우리 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고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현재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번스 차관은 회견장을 서둘러 떠나면서 "미국 정부는 차베스와 관계개선을 희망하지만 차베스는 대화의 여유조차 일체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차베스에게 그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3월 초 중남미 5개국(브라질, 우루과이, 과테말라, 콜롬비아, 멕시코) 순방을 발표한 부시 미 대통령의 우루과이 방문을 놓고도 현지 언론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꺼져가는 미주대륙자유무역협정(FTAA)의 불씨를 우루과이를 통해 되살려보자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것 때문이었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

미국과 우루과이는 지난달 투자 및 통상협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기도 하다. 따라서 부시 미 대통령이 이번 중남미 순방에서 우루과이와 FTA(자유무역협정)까지로 발전한다면 지난 수년간 이 지역 경제통합에 공을 들여 온 차베스와의 관계가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가 될 거라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부시의 우루과이 방문 역시 환영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루과이 노총과 대학생 연맹, 연금자들은 부시 방문에 맞추어 총파업과 대규모 반부시 시위를 예정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아르헨 정부의 한 관리는 "당초 부시 대통령은 이번 중남미 순방에서 아르헨티나와 칠레 방문을 고려해 일정조정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르헨티나는 대통령의 일정관계로 부시 대통령의 방문이 무산됐으며 칠레 역시 복잡한 내부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는 이어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은 이달 말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일정이 잡혀 있다"고 공개했다. 아르헨티나는 미국보다는 베네수엘라와의 정치 및 경제협력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랜 군정 통치에 이어 남미에 불어 닥친 민주화 바람과 그 뒤를 이은 좌파세력의 득세, 이 과정을 망연하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맹주' 미국 정부가 최근 들어 다시금 그 영향력을 되찾고자 기울이고 있는 노력 등이 뒤엉켜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과거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던 중남미 국가들의 자율성 강화 움직임을 추동해 나가려는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에 맞서 영향력의 회복을 노리는 미국 정부 간의 대결 구도가 그 대립의 핵심인 것이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과거의 라틴권 동맹이 허물어지고 친미와 반미의 양자 대립구도로 새 판이 짜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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