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엄마'로 불리는 신디 시핸과 이라크 참전 전사자가족 단체 등 미국 내 반전 인권단체들은 11일(현지시간) 관타나모 기지 앞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 전쟁과 일방주의, 관타나모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 사태를 맹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관타나모 미군기지는 테러 관련 혐의자들의 수용소로 탈바꿈한 지 11일로 만 5년이 된다. 이번 시위는 5년이나 유지된 관타나모 기지의 폐쇄를 촉구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다.
현재 관타나모 기지에는 약 400여 명의 알카에다 관련 테러혐의자들이 수감되어 있으며, 그들은 언제 재판을 받게 된다는 기약도 없이 각종 고문과 학대로 인간 이하 취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민인 게 부끄럽다"
신디 시핸은 "인권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이 이런 비인간적인 수용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미국의 인권단체 대표들이 관타나모 수용소 현장을 방문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관타나모에 수감된 죄수들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핸은 나아가 "중동과 쿠바 등 세계 각지에서 인권유린 행위를 일삼는 부시 행정부는 전인류의 적"이라고 맹비난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 2년 수감되었다 무죄 석방된 영국 태생 파키스탄계 이민2세 아시프 이크발은 "함께 붙잡힌 두 명의 친구들과 알카에다 회합에 참여했다는 거짓사실을 자백하라는 강요 속에 표현하기 힘든 고문을 수개월 동안 당했다"면서 "지금도 고문 후유증과 악몽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크발은 또 "지금도 무고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유도 모른 체 체포되어 자백을 강요 받으며 갖은 고문을 받고 있다"면서 "나는 수용소 폐쇄를 주장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덧붙였다. 이크발의 억울한 관타나모 수형 생활은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에 의해 <관타나모로 가는 길>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뉴욕시의 헌법권리수호센터 책임자인 빌 굿맨 변호사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힌 혐의자들과 9.11사태로 인한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 책임을 묻는 투쟁을 전개할 것으로 선언하고 "관타나모 수용소 운영은 결코 합법적인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장에 와서 보니 부시 행정부가 인권 말살을 주도하고 민주주의의 기본권을 말살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며 "이는 제네바협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대표들도 "이곳에 와서 현지 실상을 살펴보니 우리가 미국 국민들이라는 게 부끄러울 뿐"이라면서 "우리가 미국에 돌아가면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해 관타나모 수용소에 테러혐의자들을 수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과 정당한 재판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라크 추가 파병 법안 역시 의회에서 거부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미국 국민들은 이라크 철군을 희망한다"
또한 이들 반전단체들은 쿠바의 관영 <뿌랜사 라틴>, <그란마> 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민 대다수가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자국의 이익만을 내세워 세계를 지배하려 하지 말고 각국의 입장과 현실을 좀더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미 대통령이 최근 결정한 미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문제도 비난 대상이 됐다.
현역 시절 미군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했다가 퇴역 당한 앤 라이트 예비역 대령은 "미군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은 더 많은 미국의 희생을 의미한다"면서 "미국 국민들과 의회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의지를 봉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라이트 씨는 또 "미국 국민 대다수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나는 미합중국 육군을 존경하지만 여기에 와서는 내가 미군이 었던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는 관타나모에 수감된 모든 분들에게 미군을 대신해서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라이트 씨는 "미국 의회는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이라크와 쿠바 등지에서 자행된 인권유린 사태를 조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위의 결과에 따라 부시 대통령을 탄핵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미국 의대생 "쿠바의 인술을 배우겠다"
한편 신디 시핸을 포함한 미국의 인권단체 대표들은 아바나 소재 라틴아메리카의대(ELAM)를 방문해 이곳 학생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ELAM에는 세계 각국에서 쿠바의 의술을 배우기 위해 모인 1만여 명의 학생들이 있으며 이중에는 미국 국적의 의사 지망생도 91명이 있다.
미국 학생대표 마이클 오스는 미 인권단체 대표들에게 미국과 쿠바 의술의 차이에 대해 "쿠바에서는 미국과는 달리 병자들을 고객으로 취급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쿠바의 의술이야말로 환자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진정한 인술을 펼치도록 가르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는 "내가 미국에 돌아가면 진정한 인술을 베푸는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신디 시핸도 "현지에 와보니 쿠바인들의 생활은 미국에서 듣던 것과는 정반대였다"면서 "쿠바 젊은이들의 교육열과 의술에 대한 열정은 감동적"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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