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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치하 20년보다 더 많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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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치하 20년보다 더 많이 죽었다"

[인터뷰] 한국 온 '반전 엄마' 신디 시핸을 만나다

신디 시핸은 지쳐 있었다.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의 마라톤 시위로 단련된 그였지만 이역 땅에서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은 힘이 부치는 모양이었다. 평택 대추리에서의 하룻밤,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의 시위, 민주노동당 방문, 한미FTA 반대 시위….

하지만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한 후 3년간 죽은 이라크 사람들이 후세인 치하에서 20년동안 죽은 사람보다 많다"고 말문을 연 그는 TV나 사진 속에서 보던 바로 그 '반전 엄마'였다.
▲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름은 전쟁정당이다" ⓒ프레시안

22일 오후, FTA 반대 집회가 한창이던 서울역 한 편에서 만난 신디 시핸은 우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문제에 관해 할 말이 많았다.

"쿠르드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군이 이라크에 있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군대가 이라크인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70만 명에 가까운 이라크인들이 점령군에 의해 죽어갔는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주둔시켜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2300여 명이 있는 이라크의 한국군을 1500명 정도로 줄여 더 주둔시키려는 게 한국 정부의 계획인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우리 군의 주둔을 반대하는 한국인들은 군대 유지 비용 전부를 이라크 평화재건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그러자 시핸은 "이라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군사적인 방법이 유일하다"며 "재건을 돕기 위해 우리가 자금을 지원해야겠지만 군대는 철수시켜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민주당·ISG 안 믿지만 희망은 있다"

시핸의 이야기는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점령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많은 이라크인들은 민병대들이 가하는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데 민병대를 훈련시키는 것은 미국과 이란이다. 소위 종파 갈등은 민병대들을 훈련시킨 미군의 점령에 의해 부추겨지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이득을 보는 미국 기업들을 이라크에서 내보내고 일자리를 이라크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그는 11월 7일 중간선거로 상하 양원을 장악한 미국 민주당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쟁 문제에 관한 한 민주당에도 기대할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름만 다를 뿐 단일 정당이다. 그들의 이름은 전쟁정당이다."

내달이 되면 이라크 '출구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이라크연구그룹(ISG)에 대해서는 더욱 부정적이었다. ISG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이 모여 이라크 점령 정책을 재검토하는 기구로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리 해밀턴 전 하원의원이 이끌고 있다. 시핸은 그들이 내놓을 보고서에는 '출구 전략'이 아닌 '승리 선언 전략'이 담길 것이라며 "희망을 걸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미군 2만 명을 더 보내려고 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희망을 얘기했다. 공화당의 선거 패배를 가져온 미국 내 반전 여론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 뿌리내린 수많은 반전운동가들이 펼쳤던 게릴라전은 전쟁 종식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의사당에 진출시킨 견인차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내년 1월 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릴 반전시위가 철군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자신있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아들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의 그늘 보다는 그 아들의 이름을 걸고 싸우겠다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 "내년에 밀려올 반전 물결을 지켜보라" ⓒ프레시안

시핸은 이라크 전장에서 삶을 마감했던 아들 케이시의 2주기였던 지난 4월 내놓은 글에서 "언론을 비롯한 보수 우익의 선동기구들은 나의 투쟁이 케이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공격한다"고 썼다. 그 말이 무슨 뜻이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 명쾌했다.

"케이시는 거짓말에 희생당했다. 내 아들은 이미 숨졌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그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는 이라크인들을 살릴 수 있고, 아직 살아 있는 우리 병사들을 살릴 수 있다. 그것이 나를 위한 운동이라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건 나 혼자 이루려는 목적이 아니다. 미국인 70%가 찬성하는 목적이다."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평택 대추리 주민들을 보고 "군대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에 감동했다"는 반전 엄마 신디 시핸. 가는 곳마다 마이크를 잡고 '내 아들 케이시'를 외치는 시핸의 용기, 대추리 주민들 못잖은 그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답이 뻔한 것 같으면서도 그러나 도대체 헤아릴 수 없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 '반전 엄마' 신디 시핸은 누구인가?

신디 시핸은 이라크에 미군 병사로 참전했다가 지난 2004년 4월 4일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한 케이시 오스틴 시핸의 어머니다. 아들을 잃은 시핸은 슬픔을 뒤로 한 채 반전운동가로 변신해 시위를 주도하며 이라크 전쟁 반대의 심벌이 됐다.

시핸이 반전운동가로 변신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부시 대통령의 '거짓말'이었다. 시핸은 아들이 사망한 후 2개월 뒤 다른 전사자 유가족들과 함께 부시 대통령을 만나 위로의 말을 들었다.
▲ 방한한 신디 시핸이 지난 21일 용산기지 앞에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

그러나 그 후 이라크 전쟁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감행된 것임을 밝혀주는 보고서가 나왔고 이에 분노한 시핸이 부시 대통령을 다시 만나자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반전운동가가 됐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그를 다시 만나주지 않았다.

이에 시핸은 지난해 여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즐기던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 입구에서 26일간 마라톤 농성을 벌이며 일약 반전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 후로도 시핸은 워싱턴 백악관 앞과 크로포드 목장을 오가며 부시 대통령을 부담스럽게 했고 수차례 열린 반전시위에 수만 명의 군중을 운집시키는 데에 기여했다.

시핸은 특히 올해 크로포드 목장에서 약 11㎞ 떨어진 부시 부부의 대형 간판 부근 땅 5에이커(약 6300평)를 아예 사들여 반전시위의 메카로 만들었다. 올 여름 부시 대통령은 다른 해와는 달리 크로포드 목장에서 보내는 휴가 일정을 열흘로 대폭 축소했었는데, 그같은 행보는 시핸을 따돌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얘기가 많았었다.

반전활동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은 시핸은 2006년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됐었다. 그러나 시핸은 지난해 9월 26일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처음으로 강제 연행된 이후 지금까지 수 차례 미 경찰 당국에 의해 체포되고 조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 신디 시핸은 23일(목) 저녁 7:30 명동 향린교회에서 파병반대국민행동이 개최하는 특별강연을 할 예정이다. ( ☞ 세부 내용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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