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에서 아들을 잃고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하계 휴가중인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 입구에서 26일간 마라톤 농성을 벌여 반전 여론을 확산시켰던 신디 시핸(48)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시핸은 동료 시위대와 함께 백악관 북쪽 인도에 둥그렇게 앉아 있었고, 경찰은 이들에게 "인도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는 것은 불법"이라며 자리를 옮겨줄 것을 3차례 경고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자 연행하기 시작했다.
***미니밴에 태워져 모처로**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듭 요구하며 이라크전 반대 운동의 중심인물로 부각된 시핸과 200여 명의 시위대는 이날 워싱턴 DC 펜실베이니아 거리의 보행자 도로에서 행진을 벌인 뒤 인도를 점거한 채 "부시는 거짓말쟁이" "전쟁은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테러리즘"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
운동화에 청색 반바지, 검은색 T셔츠 차림을 한 시핸은 두 경찰관에 의해 양쪽에서 다리가 들려진 채 대기중이던 경찰 미니밴으로 끌려갔다. 그는 체포를 예견이라도 한 듯 미소를 지은 채 순순히 응했다.
다른 시위대는 그에게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시핸은 경찰 미니밴에 태워진 뒤 모처로 이동했고, 시위대들은 "전세계가 목격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빌 답스 '평화정의연대(UPJ) 대변인은 이라크전 반전 운동과 관련해 연행, 구금된 것은 시핸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애써 무시**
이날 백악관 시위는 워싱턴에만 10만 명이 모이며 시작된 24일 반전 시위의 사흘째 행사였다. 신디 시핸은 24일 워싱턴 도심에서 "수치심을 느껴라" "단 한 명의 병사도 더 보낼수 없다"는 등의 구호를 선창하며 시위를 주도했다.
24일 시위는 워싱턴뿐만 아니라 미국 주요 도시와 런던,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져 이라크 전쟁 이래 최대 규모의 반전 시위로 기록됐다.
백악관은 그러나 이같은 반전 운동에 대해 애써 모른 척 하는 태도를 취했다.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밖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며 부시가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기 위해 워싱턴에 모였고, 또 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와는 다른 견해를 표현하기 위해 모였다는 것을 잘 안다"며 "자신들의 견해를 평화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미국인의 권리"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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